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580 호)
【 목표 수치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 만보기 】
오랫동안 2G폰을 쓰다가 스마트폰으로 교체한지 이제 석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2G폰을 고집했던 이유는 스마트폰의 주요 기능인 카톡, 밴드 등 SNS로 인해 제 일상생활에 방해를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교체한 이유 또한 카톡, 밴드 등을 이용하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회사생활을 할 때는 카톡이나 밴드 등이 업무와는 상관이 없는 인터넷 모임 등을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퇴직을 하고 프리랜서로 여러 가지 일을 하다 보니 카톡이 없으면 프리랜서로서의 업무 수행이 곤란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단체 카톡 방으로 모든 업무 의논이 이루어지는 데 저만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마트폰을 마련하게 된 것입니다.
하는 수 없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스마트폰이 제 생활을 좌지우지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기능도 최소한으로 활용하고, 특히 인터넷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능은 가능하면 집에 있는 컴퓨터를 활용하고, 스마트폰에서는 꼭 필요한 업무에만 활용한다는 원칙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핵심은 앱에 있고, 앱을 잘 활용해서 생활의 편리함을 누리는 것이 현대인의 필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앱도 다운로드 받기 전에 꼭 필요한지 깊이 고심하고 가능하면 최소한의 앱만 다운로드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이기도 생활에 꼭 필요한지 몇 년을 두고 고심하고 함께 결정해서 받아들이는 아미시 공동체 사람들 정도는 아니지만 말입니다.
스마트폰의 앱 중에서 제가 현재 가장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앱이 ‘만보기’입니다.
걸음 수와 칼로리 소모량, 걸은 거리 등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만보기’ 앱은 제게는 보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활용하기 이전에는 하루 1시간 이상 걷기 등 막연한 목표를 세우고 걸었었는데, 스마트폰의 ‘만보기’ 앱을 사용한 다음에는 실제로 만보 이상 걷는지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경영학 이론에 목표를 숫자로 표시하지 않으면 관리될 수 없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 말을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하루 1시간 이상 걸었다는 것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으니, 목표치 달성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만보기’에 걸음 수가 정확하게 나타나니 자연스럽게 그 숫자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동네 공원을 걷고 왔는데, 집에 거의 도착해서 ‘만보기’를 확인해 보니 9900걸음이었다 하면 만 보를 채우기 위해 괜히 동네를 한 바퀴 더 걸어서 만보를 채우고 들어가게 됩니다.
만보기가 없었다면 그냥 대충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을 텐데 만보기를 사용한 다음에는 숫자에 집착하게 된 것입니다.
만보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에는 9,999걸음과 10,000걸음은 1보 차이인데도, 목표 달성 여부가 결정되는 1보로 변했습니다.
제 걸음수를 표시해주는 만보기가 저에게 도움을 주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저를 옥죄는 도구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언젠가 실수로 만보기가 꺼진 줄 모르고 걷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억울한 생각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만보기가 꺼졌던 동안에 걸었던 3,000보 정도의 걸음이 무용지물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결국 만보를 채우기 위해 그만큼 더 걸고 말았습니다.
제가 만보기의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는 아마도 회사 생활을 할 때의 목표 지향형 마음자세를 아직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퇴직을 한 현 시점에서는 목표치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전혀 없는 데도 말입니다.
저는 언제쯤이나 목표 수치에 신경을 쓰지 않는 자유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될까요?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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