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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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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11 호)

 

【 몽골에서 발견한 제주의 모습 】

 

‘몽골과 제주도가 관계가 있다고?’

 

지정학적으로 보면 몽골과 제주도는 멀리 떨어져 있으며,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인 몽골과 사방이 바다인 제주는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지형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몽골과 제주는 상당한 관계가 있다. 몽골 여행을 갔을 때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그 초원 위에서 풀을 뜯고 있는 말, 소, 양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제주였다. 제주가 몽골만큼 넓은 초원 갖고 있지 않지만, 제주의 중산간 지역에는 나름 넓은 초원 지역이 많이 펼쳐져 있고, 몽골처럼 말과 소가 방목되고 있다. 지금은 중산간의 오름들에 나무들이 숲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과거에는 대부분이 민둥산이었다. 이런 민둥산 오름은 말과 소를 방목하기에 딱 적합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제주 사람들에게 민둥산 오름은 말과 소를 방목하거나,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짓기도 하고, 돌담으로 둘러싸인 무덤을 만들기도 하는 생활의 터전이었다.

 

이런 민둥산 오름에 산림녹화 사업에 따라 나무를 심기 시작했고, 지금은 몇몇 오름들에 울창한 숲이 형성되어 있다. 하지만 제주의 오름에 나무를 심는 것이 과연 올바른 처방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제주 민둥산 오름은 육지의 민둥산과는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육지의 민둥산이 나무가 없기 때문에 산사태의 원인이 되고, 아무런 쓸모가 없는데 반해, 제주의 민둥산 오름은 산사태의 원인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가축 방목과 농사에 도움이 되는 조건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오름은 나무가 심어져 있는 것보다 초지로 남아 있는 것이 오히려 더 효용가치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제주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육지와 똑 같은 잣대로 조림 사업을 하는 게 과연 잘한 정책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이유다. 물론 가축 방목과 농사의 필요성보다는 기후 변화를 막아주고, 멋진 자연경관이 더 소중한 가치를 갖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민둥산 오름의 조림 사업이 오히려 더 나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몽골의 초원은 어떨까? 지난 번 몽골을 여행하는데, 가이드가 초원 한 가운데 조그만 숲을 가리키면서 “저 숲이 한국의 어떤 도시 사람들이 와서 조림을 한 건데, 그걸 기념해서 그 숲을 그 도시의 이름을 따서 ‘무슨 시 숲’이라고 명명했다.”고 말했다. 요즘 한국이 겪고 있는 미세먼지의 원인이 중국 공장들의 매연과 몽골 사막과 고원의 황사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그래서 중국 공장들이야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지만, 몽골에 나무 심기를 하면 미세 먼지 방지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런 주장이 타당한 것일까? 몽골 고비 사막에서 발원한 황사가 한국의 미세 먼지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맞지만, 몽골의 초원에서도 먼지가 발생하고 그게 한국의 미세 먼지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을까? 몽골 사막에 가까운 경계선에 위치한 초원에서 발생한 미세 먼지가 한국에 악영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몽골의 일반적인 초원에서 한국에 악영향을 끼치는 먼지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문제는 한국에 악영향을 끼치는 미세 먼지 발생 지역은 나무를 심기에 부적합하고, 설사 나무를 심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극히 낮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미세 먼지를 발생시키지도 않는 몽골 초원에 나무를 심는 것이 과연 타당성이 있는 일일까?

 

요즘 기후변화로 인해 몽골에도 예전보다는 비가 많이 내리는 편이라고 한다. 앞으로 비가 더 많이 내리게 되면 몽골 초원이 숲으로 점점 더 변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몽골 입장에서는 몽골 초원이 숲으로 변한다고 해도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몽골 경제의 가장 큰 축의 한 가지가 바로 목축이고, 목축은 초원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몽골 입장에서는 울창한 숲이 아니라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바로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기후 변화든지 인간의 노력의 결과로 초원이 숲으로 변한다면 오히려 몽골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물론 몽골에 사막과 초원만 있는 게 아니라, 울창한 숲도 존재한다. 몽골 남부 지역은 사막과 초원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북부 지역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다. 몽골 입장에서는 사막과 초원, 울창한 숲이 존재하는데 모든 국토를 숲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과연 있을까. 한국인들이 몽골 초원에 나무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인가를 보여주는 이유다.

 

몽골의 초원을 보면서 제주 오름의 초원을 떠올리다가 문득 몽골과 제주의 역사적 인연(악연?)이 떠올랐다. 고려말 몽골이 세계를 제패하던 시절, 몽골에 항복할 것을 반대하고 항거하다 제주에서 패한 삼별초의 난을 기억할 것이다. 고려군과 함께 삼별초의 난을 진압했던 몽골군이 제주 중산간의 초원을 보고, 몽골 초원을 떠올린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몽골은 제주 초원을 말 목장으로 만들고, 말을 키울 몽골인들을 제주로 이주시켰다. 이들 이주 온 몽골인들을 목호라고 불렀는데, 그때부터 100여 년 동안 제주는 자연스럽게 실질적인 몽골의 지배에 들어가게 되었고, 이때부터 제주에서는 말을 키워서 몽골에 보내게 되었다. 하지만 몽골의 원나라가 쇠약해지고,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명나라가 고려에게 제주의 말을 진상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몽골인인 목호들이 몽골의 적대국인 명나라에 말을 보내는 것을 거부하자, 최영 장군이 엄청난 군대를 몰고 와서 목호들을 몰살했다. 이 목호의 난으로 인해 목호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었던 수많은 제주인들이 수난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금은 제주가 육지와 동등한 위치에 있다고 하지만, 조선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제주는 식민지와 다름없는 대우를 받았다. 그런데 제주는 중앙 정부의 탓으로 몽골의 식민지가 되었다가, 100여 년이 지나 수복되면서 다시 수난을 당했으니 제주는 이래저래 고통의 땅이었음이 분명하다. 몽골과 제주의 인연을 생각하다가 제주의 아픈 역사가 떠올라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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