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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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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걱정한다

2010. 4. 9. 16:2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를 위한 뉴스레터 (제 62 호)

 

【 삼성을 걱정한다. 】

 

요즘 김용철 변호사가 쓴 <삼성을 생각한다>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들이 삼성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반증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리 재판을 통해 삼성이 거의 무죄에 가까운 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또 언론을 통해 김용철 변호사가 주장한 내용을 전해 들었어도 숨겨둔 진실이 더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이 이 책을 베스트셀러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저는 ‘삼성을 생각한다’ 대신에 ‘삼성을 걱정한다’라는 주제로 글을 써 볼까 합니다.

‘삼성을 생각한다’가 삼성의 과거를 까발리는 내용이라면, 제가 쓰는 ‘삼성을 걱정한다’는 삼성의 미래에 대해서 논해 보고자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삼성경제연구소, 기획실 등 대한민국의 최고 두뇌집단을 거느린 삼성에 대해 일개 개인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게 우스울 수도 있지만, ‘중(스님?)이 제 머리 못 깎는다’고 하수라도 밖에서 훈수는 더 잘 둘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얼마 전 김용철 변호사의 비리 폭로(?)로 시작된 재판에 의해 물러났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슬그머니 사면이 되더니 회장으로 다시 복귀하였습니다.

저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 복귀 자체에 대해서는 이러쿵저러쿵 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과 같이 결정이 빨라야 하는 경영 환경에서는 이건희 회장이라는 구심점이 오히려 삼성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염려하는 부분은 경영 복귀 후의 이건희 회장의 행보입니다.

경영 복귀 후 내린 첫 결정이 ‘반도체 생산 라인’을 증설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이어서 내놓은 위기 극복 해결책이 ‘일본을 배우자’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결정을 보면서 정말 삼성이 걱정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도요타 사태’를 보면서 반면교사로 삼자는 얘기라면 그런 대로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글자 그대로 일본을 본 받자라는 얘기라면 이건 뭐가 잘못 돼도 한참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애플을 배우자’가 ‘일본을 배우자’로 잘못 전달이 된 건 아닐까요?

아니면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나 삼성의 경영진들이 애플의 바람은 일시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왜 잘 나가는 애플을 배우자고 하지 않고 일본을 배우자고 하는지 저는 그 진의를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애플이 잘 나가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기술을 개발했다거나 아이템을 잘 선정했다거나, 제품 디자인을 잘 해서가 아닙니다.

애플이 잘 나가는 이유는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을 잘 이해하고 그 패러다임에 맞춰서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고, 도요타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이유는 구시대인 산업 사회의 패러다임에 사로잡혀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짧은 지면 탓으로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자세히 설명 드리지 못하지만, 간단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 사회는 산업사회를 지나 지식사회를 거쳐 감성사회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에서 감성사회로 가면서 나타나는 가장 큰 패러다임의 변화는 공급자(기업) 중심에서 고객(소비자) 중심으로 간다는 점입니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다른 효과가 고객과의 관계에서 ‘대립(승패)’에서 ‘상생(승승)’으로의 관계 변화입니다.

 

예를 들면 애플이 아이포드에 이어 아이폰, 아이패드라는 제품들을 내 놓으면서 성공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제품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앱스토어에 있습니다.

앱스토어는 고객(소비자)들이 공급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시스템입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분리된 형태가 아닌 공급자가 곧 소비자인 형태가 되면서 소비자들을 완전히 애플 편으로 만드는 시스템이라는 얘기입니다.

가장 강력한 고객 중심 사고방식으로의 변화인 셈이죠.

 

더구나 앱스토어에서 콘텐츠를 올린 개발자가 받는 몫은 매출액의 70퍼센트입니다.

공급자인 애플보다 개발자가 더 큰 몫을 챙기도록 함으로써 애플은 고객을 내 편으로 끌어들이면서 실제적으로는 하는 일 없이 30퍼센트라는 큰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겁니다.

고객과 상생하면서도 오히려 큰 이익을 챙기고 있는 셈이죠.

 

반면에 도요타는 산업사회의 구태의연한 품질 개선이라든가, 원가절감에 집중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삼성이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제조 중심의 일본을 배우자는 얘기는 현재의 성공에 안주해서 새로운 시대 변화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어 걱정된다는 겁니다.

삼성이 없는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기 때문에 제 걱정은 더 커져만 갑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