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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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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72 호)

 

【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끝내고 】

 

귀농귀촌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귀농귀촌이 단순히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시에서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처럼 이삿짐만 싸면 될 것이다. 이사할 집을 알아본 다음 그 집을 사거나 세를 얻어서 이사를 하면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농귀촌을 하기 위해 시골로 가는 것은 도시에서 도시 내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 이유는 시골과 도시의 삶의 문화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은 개인주의이기 때문에 옆에 누가 살고 있든 큰 상관이 없다. 반면에 시골에서의 삶에는 공동체주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에 시골로 이사 오는 사람이 동네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가 큰 영향을 끼친다. 즉 이사 오는 사람이 동네 분위기를 망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마을 사람들이 그를 배척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귀농귀촌을 위해 시골로 이사하는 것을 단순히 이사한다고 하지 않고 ‘시골로 이민 간다’고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으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듯이, 귀농귀촌, 즉 시골로 이민을 가기 위해서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외국에 이민을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그 나라의 언어와 생활 문화를 배워야 하듯이, 귀농귀촌을 하기 전에 귀농귀촌에 필요한 지식과 시골 문화를 배워야 한다. 귀농귀촌에 필요한 지식은 각 지자체의 귀농귀촌지원센터와, <그린대로>라는 인터넷 사이트(https://www.greendaero.go.kr/)를 통해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귀농귀촌에 필요한 사전 지식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도시의 생활 문화에 익숙해 있는 귀농귀촌 희망자들이 실제 귀농귀촌을 실행하게 되면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귀농귀촌을 실행하기 위해 정착할 지역을 선정하고 곧바로 이사를 할 게 아니라, 희망 지역에서 상당 기간 살아보면서 몸으로 실제 시골 문화를 체험해보고, 그 지역이 자신에게 맞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귀농귀촌을 원하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실제 살아보면서 시골 생활을 체험해볼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여 국가와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골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1박 2일 또는 2박 3일 정도의 짧은 일정에서부터 한 달 내지 석 달 정도의 비교적 장기간 체류하는 형태의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물론 1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시골생활을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있고, 시골의 빈 집을 지자체에서 수리한 다음 귀농귀촌 희망자에게 1년 이상 임대해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귀농귀촌을 희망한다면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이런 다양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해볼 필요가 있다. 일단 집을 구입한 다음에 귀농귀촌을 하게 되면, 도시에서와 달리 그 집을 처분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에 빠져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살아보기를 통해 그곳이 자신에게 맞는지 확인한 다음, 그곳에서 알게 된 마을 주민들을 통해 집을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골에 빈집이 많이 있지만, 시골 주민들은 그 빈집을 낯선 사람에게 선뜻 팔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시골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동네에 어떤 악영향을 줄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선뜻 집을 팔려고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이지 않겠는가. 시골에서 조건이 좋은 빈집이나 농지는 동네 사람들이 알음알음 서로 팔고 사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조건이 좋은 집이나 농지를 사려면 시골 살아보기를 통해 동네 주민들과 친해지고, 그들에게 자신이 동네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내가 이번에 체험한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 프로그램은 2023년에 3회에 걸쳐 시행되었는데, 나는 마지막 회인 3차에 신청하였다. 3차 프로그램은 9월 18일에 시작하여 11월 17일까지 두 달에 걸쳐 시행되었다. ‘농촌에서 살아보기’ 프로그램은 전국적으로 100여 개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다. 시골 살아보기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그린대로>의 ‘농촌에서 살아보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린대로> 사이트에는 귀농귀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시골 살아보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소개되어 있어서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많은 지역 중에서 내가 남원을 선택해서 신청한 이유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 중인 ‘은퇴자를 위한 마을’인 ‘지역 활력 타운 사업’에 남원시가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5개 지자체가 이 사업에 선정되었는데, 내가 원하는 전라도 지역은 남원시가 유일하다.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26년 입주를 하게 되는데, 그 전에 남원에서 살아보면서 여기 입주를 신청해야 할지 말지를 결정하려고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신청한 것이다. 물론 이번에 두 달 살기를 한 지역은 주천면으로 지역 활력 타운이 세워질 운봉읍과는 좀 떨어져 있긴 하다. 그래도 이번 살아보기를 하는 동안 남원시라는 지역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고, 지역 활력 타운이 세워질 운봉읍 지리산 허브 밸리도 여러 번 방문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는 다양한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몸으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남원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지역 활력 타운에 입주를 하든, 그 이후에 진행될 은퇴자 마을에 입주를 하든, 아니면 다른 지역에 별도로 이사를 하든 새로운 이웃들과 살아가야 한다. 그 새로운 이웃이 농촌 마을 사람들이라면 더 적응하는 데 힘들겠지만, 비록 비슷한 처지의 귀농귀촌한 사람들이더라도 힘든 점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번 두 달 살기를 하면서 하게 되었다. 이번에 두 달 살기를 함께 한 인원은 모두 6명이었다. 나이별로 보면 60대 이상이 3명, 50대 2명, 40대 1명이었다. 여섯 명 모두 대체적으로 무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여러 명이다보니 끼리끼리 어울리기도 하고, 가끔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생겼다.

 

내 입장에서 이번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는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앞에서 기술한 대로 두 달 살기를 통해 남원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다양한 사람들과의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서 느끼는 기회였다는 점 외에 가장 큰 성공은 아내가 시골에 사는 것에 대해 호의적으로 변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전에도 아내는 시골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얘기는 했지만, 두려움을 갖고 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남원에서 두 달 살기를 하는 동안 아내가 시골 살이에 자신감을 더 갖게 되었다. 사실 귀농귀촌 할 때 가장 큰 장애 요인 중의 하나가 바로 부부가 동시에 귀농귀촌을 원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들은 귀농귀촌을 선호하는 반면에 여자들은 반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경우에는 아내가 이번 남원에서의 두 달 살기를 통해 귀농귀촌 하는 것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되었으니 이보다 더 큰 수확이 어디 있겠는가.

 

서울에 근거지를 그대로 두고 남원에서 두 달 동안 살아가려니 어려움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내가 인도네시아에 발령을 받으면서 차를 처분했었기 때문에, 남원에서의 살림살이를 위한 도구들을 남원으로 옮기는 데 애를 좀 먹었다. 당연히 두 달 살기가 끝나고 남원에서 서울로 살림 도구들을 옮기는 데도 애를 먹었다. 그 외에도 두 달 살기 시작하는 날자가 두 번이나 미뤄지고, 한 달 살기인줄 알았는데, 두 달 살기가 되면서 미리 계획했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그 한 예로 미리 계획되었던 강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매주 수요일마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덜 타이트한 스케줄 덕분에 강의를 진행하는 데 지장을 받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두 달 살기는 적절한 프로그램 진행으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지만, 그렇다고 너무 타이트하게 진행하면서 질리게 하지도 않는 장점이 있어서 좋았다.

 

이처럼 살아보기가 귀농귀촌 하는 데 꼭 필요한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2024년에 정부의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서 지자체에 따라 실행 여부가 불투명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2024년부터는 중앙정부(농림축산식품부) 차원이 아니라, 각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을 확보해야 시행할 수 있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끝내면서 들은 얘기로는 전라남도와 전라북도에서는 자체적으로 예산을 확보해서 2024년에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에는 귀농귀촌 희망 지역이 전라남도 혹은 전라북도이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내년에도 다른 지역의 시골 살아보기 체험을 신청해볼 계획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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