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가 축복이 되게 하기 위하여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654 호)

 

【 장수가 축복이 되게 하기 위하여 】

 

요즘 들어 부쩍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는 걸 보면 저도 나이가 들긴 들었나 봅니다.

물론 나이가 들어 제가 죽는다는 생각도 영향을 주지만, 제 부친을 비롯해서 주위 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자주 듣게 되어서 더욱 더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 아버지 형제분들이 여섯 분인데, 제 아버지를 포함해서 그 중 세 분이 돌아가셔서 이제 제 차례가 점점 더 다가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태어나는 건 차례가 있지만, 죽는 것은 차례가 없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제 윗세대가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 제 죽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크게 보면 회피형과 적극적 대응형으로 나눌 수 있을 것입니다.

요즘은 죽음에 대한 회피형이 의외로 많은데, 그 가장 큰 이유가 현대 의학이 모든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현대 의학이 인류의 질병 퇴치와 건강에 기여하고 있는 바가 크지만, 노화로 인한 죽음을 물리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죽음이 임박한 노인들을 병원 응급실로 옮겨서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당연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는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미리 밝혀놓으면, 의미 없는 연명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르신들의 죽음은 자연스런 일이었고, 대부분 집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중에 임종을 했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대부분의 노인 분들이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움직이시다가 자연스럽게 돌아가셨습니다.

바로 이처럼 죽기 직전까지도 일상생활을 하다가 맞게 되는 자연스러운 죽음이 제가 원하는 죽음입니다.

 

제 집안은 대대로 장수 집안이라 여자들은 90세를 넘어 거의 100세까지 사셨고, 남자들도 80세를 다 넘기셨습니다.

올해 1월에 돌아가신 제 아버지께서도 한국 나이로 치면 93세에 돌아가셨으니까요.

물론 제 아버지께서는 저희 집안 최초로 집이 아니라 요양병원에 계시다가 돌아가신 셈이 되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어렵게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혼자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머니께서는 몸이 아프셔서 혼자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요양병원에 계시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집에서 생활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자식들이 부모님을 편안하게 모신다고 농사도 못 짓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말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바림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경우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장수하는 이유도 나이가 들어서도 여자들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제 왕(고조)할머니께서도 98세까지 사셨는데, 이 분은 돌아가실 때까지 텃밭에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심고 가꾸셨습니다.

또 장날에는 그렇게 가꾼 채소들을 단 하나라도 들고 지팡이를 짚고 가셔서 팔곤 했습니다.

 

가끔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길에 왕할머니께서 배추 하나를 앞에 놓고 앉아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곤 했습니다.

그 배추를 누군가 사가고 나면 왕할머니께서는 다시 집으로 와서 배추를 하나 더 뽑아서 들고 다시 장에 가시곤 했습니다.

왕할머니께서 배추를 팔아 얼마나 살림에 보태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돈보다는 그냥 장 분위기를 즐기는 게 더 큰 목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 사람들과 얘기하다보면 저처럼 자연스런 죽음을 맞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곤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기보다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을 생활화해야 합니다.

장수하면서도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평화로운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하루를 보내려고 합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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