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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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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6 호)

 

【 제주도에는 거지, 대문, 도둑 외에 없는 게 또 있어요 】

 

제주도를 삼다삼무의 섬이라고 하는데, 돌, 여자, 바람이 많고, 거지, 대문, 도둑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남녀의 비율이 거의 같아져서 삼다가 무색해지고, 대문이 있는 집들이 많아져서 삼다삼무라는 말이 어색해지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제주도가 삼다삼무의 섬이 된 이유가 제주도의 슬픈 역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돌과 바람이 많은 거야 제주의 지리적 특성 때문이기 때문에 지금도 변치 않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자가 많은 것은 과거에 제주도 남자들에게 부과된 해산물 채취 할당량 과다 때문에 많은 남자들이 외지로 도망갔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합니다.

또 어로 작업을 하다가 험한 파도에 희생된 남자들이 많았고, 4·3사건으로 인해 남자들이 많이 희생되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기도 합니다.

 

거지, 대문, 도둑이 없었던 이유는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바빴던 제주도민들의 슬픈 생활환경 때문이었습니다.

훔쳐갈 재물이 없을 정도로 가난하게 살았으니 대문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고, 도둑이라는 직업(?)도 생길 수가 없었던 것이죠.

거지도 동냥을 해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데, 제주도는 거지에게 동냥을 해줄 여유를 가진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거지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 삼무에 더해서 육지(?)에 비해 제주도에 없는 게 한 가지가 더 있는데, 혹시 그게 무언지 아시나요?

좀 엉뚱한 얘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제주도에는 육지에 비해 산불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편인데, 이 사실은 통계 수치로도 입증됩니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 동안 제주도 산불 발생 평균이 0.3건인데 비해, 제주도보다 훨씬 더 적은 산림 면적을 가진 서울이 11.2건, 부산이 14.1건, 대구가 11.0건이라는 사실을 비교해보면 이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라산이라는 특성 때문에 숲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주도에 산불 발생이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는 제주도의 숲이 육지와 달리 상록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낙엽수가 낙엽이 진 다음에는 불이 붙기 쉬운 반면에, 상록수는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서 불이 붙기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제주도의 숲에는 육지에 비해 소나무 숲의 비율이 낮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소나무는 상록수이지만, 불이 붙기 쉬운 송진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산불에 취약합니다.

강한 햇빛을 필요로 하는 양수 식물인 소나무는 음수식물인 참나무 등의 낙엽수에 비해 경쟁력이 낮아서 점차 한라산 고산지대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육지에서는 소나무 숲이 인가 근처에 많은 반면, 제주도의 경우에는 인공 조림을 거의 하지 않아서 인가 근처에 소나무 숲이 없기 때문입니다.

산불이 낙뢰 등 자연 발화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한국처럼 울창한 원시림이 없는 경우에는 주로 사람의 실화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소나무 숲이나 바짝 마른 낙엽수 숲이 농경지나 인가 근처에 있을 때 담배꽁초나 쓰레기 소각, 논두렁 태우기 등에 의해 산불이 주로 발생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제주도에는 산불의 불씨가 될 만한 바짝 마른 낙엽수와 소나무 숲이 인가 근처에 없다는 점이 산불이 많이 나지 않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제주도 한라산 인근에는 수시로 비가 많이 오고, 숲이 울창하기 때문에 낙엽이 있더라도 젖어 있어서 불이 붙기가 어렵습니다.

곶자왈이라는 제주 토양의 특성상 토양이 많은 습기를 머금고 있다가 비가 오지 않을 때 내뿜는 것도 산불 방지에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을까요.

 

제주도에 산불이 나는 경우는 아마도 억새 등이 주로 서식하는 오름에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관광 명물 중 하나인 음력 정월 보름에 있는 새별오름 들불축제가 산불 우려 때문에 억새 태우기를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를 반증해 주고 있습니다.

물론 아무리 제주도에 산불이 거의 나지 않았었고, 앞으로도 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고 해도 당연히 불조심을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왜 뜬금없이 산불 이야기를 꺼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숲 해설가 공부를 하면서 숲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그 책들 중 페터 볼레벤이 쓴 여러 책에 산불 얘기가 나와서 생각해본 문제입니다.

숲 해설가가 되고 나서 산불 문제 외에도 나무와 인간의 공존, 생태계의 균형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새로운 세계를 맞이한 느낌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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