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02 호)
【 책 읽기를 통해 풍성해지는 여행 】
나는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가 볼 때 즐겁고 보고 나면 뒤끝이 없는 면이 좋기 때문이다. 언젠가 어떤 할리우드 액션 영화를 보고 있는데, 영화의 주인공이 복수를 위해 악당을 찾아갔다. 그런데 그 악당이 침대 위에서 책을 읽다가 주인공의 총에 맞아서 죽는 장면이 나왔다. 나는 그때 ‘미국에서는 악당들도 책을 읽는구나.’ 하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니까 그럴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건달이나 악당들이 침대에서 책을 읽는 장면은 잘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긴 한국의 일반인들도 책을 잘 읽지 않는데, 악당들이 책을 읽지 않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영화나 TV 여행 프로그램에 나오는 외국인들의 여행 풍경을 보면 휴가지에서 책을 읽으면서 한가로이 지내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한국인들이 가능하면 많은 곳을 보기 위해 이리저리 바삐 다니는 것과 대조되는 풍경이다. 한국인들이 관광을 하는데 반해, 외국인들은 여행을 하는 것임을 보여주는 풍경이다. 여행을 하는 목적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성장과 발전을 하는 것이라면, 한가롭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현지 주민들이나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현지에서의 직접적인 교류도 좋지만, 책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설사 멀리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책을 읽음으로써 여행의 목적, 즉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와 대화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즉 어렵게 현지 주민이나 다른 여행객을 만나 대화를 하면서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그 책의 저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같은 효과를 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행을 가서 책을 읽는다면 그 효과가 배가되지 않겠는가. 일상을 떠나 자신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환경에서 책을 읽는다면 저자와의 대화가 더 잘 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이야 집에서도 읽을 수 있으니까, 여행을 할 때는 하나라도 더 많은 자연 풍경을 봐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버리는 게 바람직하다.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고 싶다면 말이다.
나는 여행을 다니지 않을 때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지만, 여행을 다닐 때도 꼭 책을 갖고 다니면서 읽는다. 다른 일행이 있기 때문에, 또 아직까지는 관광객의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여행지에서 책을 자주 읽지는 못하지만, 이동 중에 또 아침 일찍 잠이 깬다든가 해서 틈이 날 때마다 책을 읽곤 한다. 집에서 책을 읽을 때와 여행지에서 책을 읽을 때는 책에서 느끼는 깊이가 다르다는 점을 새삼 깨닫곤 한다. 당연히 여행지에서 책을 읽을 때에 책에서 받는 감동이 더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그 책의 내용이 그 여행하는 곳과 관련된 내용일 때는 더욱 더 그 감동의 깊이가 깊다. 요즘 제주에 관련된 내용의 책을 많이 읽고 있는데, 제주의 지질, 자연, 역사와 문화에 대한 내용들을 알면 알수록 제주 여행에서 느끼는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다.
예전에 인도네시아에 발령을 받아 근무를 시작했을 때도 인도네시아에 가기 전에, 또 간 다음에도 인도네시아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었다. 책을 통해 인도네시아에 대해 많이 알게 되면서 인도네시아에 적응하는 기간이 짧아졌음을 말할 필요도 없다. 인도네시아의 역사, 종교, 관습, 음식 등에 대해 미리 알게 되면서 인도네시아 인들이 하는 행동을 나름 이해하게 되었고, 그들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그로 인해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을 무난하게 할 수 있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책으로 인도네시아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행을 가기 전에 그 여행지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책을 통해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여행을 가지 못할 여행지에 대한 책을 읽는 것도 또 다른 유익함을 가져다준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에는 남미나 아프리카 지역으로 여행을 간다는 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긴 인생이란 모른다고 예상치 못한 일로 인해 남미나 아프리카에 갈 일이 생길 수는 있지만, 내가 계획을 해서는 가지 않을 게 거의 틀림이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이 남미나 아프리카를 다녀와서 쓴 여행기를 읽으면서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간접 체험이긴 하지만, 그들이 겪은 여행 체험을 책으로 읽다보면 마치 내가 여행하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들 때가 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린 마틴 지음, 글담출판)는 70세가 넘은 노부부가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세계 여행을 하는 이야기를 쓴 책이다. 70세가 넘은 나이에 그런 여행을 감행했다는 점도 놀랍지만, 그걸 책으로 썼다는 점도 감동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자유롭게 여행을 하길 원하지만, 실제로 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더군다나 모든 재산을 정리하고 계속 세계 여러 나라를 떠돌면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긴 그처럼 획기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사로 실리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그들이 여행을 시작한 게 2010년이었으니까 그들이 지금은 80세가 넘었을 텐데 아직도 그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하긴 나이 때문에, 혹은 다른 이유(예를 들어 부부 중 한 명의 죽음 등)로 지금은 그런 여행을 중단했다고 하더라도, 원하던 일을 했다는 만족감을 갖고 있을 것만은 틀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책 읽기가 여행에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책 읽기가 ‘열린 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대부분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서’라고 대답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변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저자와의 대화를 통해 저자의 생각을 받아들이고,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에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원하지 않고, 책을 통해 단순히 정보나 지식을 얻고자 한다면 책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게 훨씬 더 낫다. 책을 읽는다는 것이 열린 마음을 갖고 저자의 생각(지혜)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 여행을 통해 다른 여행자나 현지 주민들과의 교류를 통해 여행자의 성장과 발전을 하려는 여행의 목적과도 상통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을 준비가 된 여행자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여행자와 현지 주민들과의 상호 교류를 통해 변화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여행을 통해 여행자의 성장과 발전을 하고 싶다면, 여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글로 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여행에서 느끼는 점들을 막연하게 흘러가도록 놔두지 않고 글로 표현해보면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배우는 방법은 남을 가르쳐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는데, ‘가장 효율적으로 여행을 하는 방법이 글로 써보는 것이다.’라는 말도 성립이 된다. 그렇게 글로 쓴 내용을 책으로 출간하면 그 효과가 배가될 것임을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행을 한 다음에 그 내용을 정리해서 글로 쓰거나 책을 내는 것 자체도 의미가 있지만, 책을 낸다는 생각을 하면서 여행을 하면 더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여행에서 만나는 모든 일들과 사람들에 대해 섬세한 감각으로 대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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