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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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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99 호)

 

【 이제 관광을 넘어서 여행을 하자 】

 

‘관광과 여행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느 여행 책에서 읽었던 질문이다. 처음 이 질문을 봤을 때는 ‘뭐 이렇게 쉬운 질문이 있어. 그거야 관광은 ~’이라고 대답하려고 하다가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나는 지금도 이 질문을 떠올릴 때마다 확실히 안다고 자신하다가도 막상 말이나 글로 표현하려고 하면 막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 이후 여기저기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나름대로 생각을 다듬어서 ‘관광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 멋진 경치를 구경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목적으로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이고, 여행은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보기 위해 낯선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정리해보았다. 그러니까 관광은 오감, 특히 눈으로 보고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고, 여행은 내면의 탐색이 주목적인 셈이다. 그래서 관광을 하는 사람을 관광객이라고 부르고, 여행하는 사람을 여행가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관광을 하는 사람은 사물(자연 경관이나 문화 유적)을 관찰하는 객이 될 수밖에 없고, 여행을 하는 사람은 생각하는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행객이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 경우는 관광과 여행이라는 용어를 혼동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나타난 오해일 것이다. 실제로 관광과 여행을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관광과 여행이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얘기를 시작했지만, 이 둘을 무 자르듯 확실하게 구분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현재의 위치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갈 때, 어디까지가 관광이고, 어디까지가 여행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기도 하지만, 그 속에 여행의 요소와 관광의 요소가 뒤섞여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여러 사람이 함께 관광이나 여행을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관광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여행인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멋진 경치를 보러 어디를 간 경우에 그 경치를 보고 그저 ‘와, 멋있네.’라고 감탄만 하고 마는 사람은 관광을 하는 것이다. 이와 반면에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면서 ‘자연의 거대함에 비하면 인간의 위상이 별 거 아니구나.’ 등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는 사람은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관광은 새로운 것을 그저 바라보면서 즐기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고, 여행은 색다른 것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여행자의 내면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말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전개해놓고 보니까 간단해 보였던 ‘관광과 여행의 차이’가 아주 어려운 문제로 변해버린 느낌이 든다. 앞에서 기술한 ‘관광과 여행의 차이’를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글을 덧붙이다보면 더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관광의 전형적인 예가 패키지여행(패키지관광?)이다. 패키지관광은 남이 짜준 일정과 동선에 따라 다니면서 자연 풍광이나 유물 등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다. 패키지관광객이 자신의 내면의 변화와 성장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이에 반해 고생을 사서 하는 배낭여행을 여행의 전형적인 예로 들 수 있다. 배낭여행을 배낭관광이라 부르는 경우는 없다. 왜 그럴까? 여행은 자연 풍경 등 대상을 보면서 즐기기는 하지만, 그를 통해 여행자의 내면과 대면하는 것이 주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여행 대상을 여행자의 내면에 비춰보는지 아닌지가 관광과 여행을 구분하는 키포인트가 된다.

 

여행자의 내면을 비춰보는 이유는 여행자 자신이 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변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존의 사고방식(관점)을 버려야 한다. 문제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기존의 사고방식을 버리는 것은 고통을 수반한다. 그러니까 여행이 고통을 수반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육체적인 고통은 물론이고 때로는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변화와 성장이 가능하다. 이런 차이를 알고 나면 왜 패키지관광객은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데, 배낭여행자는 고통을 기꺼이 감수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배낭여행자라면 비행기 연착으로 공항에서 새우잠을 자고, 소지품을 도난당하더라도 그걸 여행의 일부로 생각하고 그로부터 기꺼이 배우려고 할 것이다. 산티아고길 순례가 관광이 아니라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왜 사람들이 경치도 다른 곳에 비해 그리 빼어나지 않은 산티아고 길을 고통을 감내하면서 걷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고통을 감수하면서 산티아고 길을 걸을 관광객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산티아고 길을 걷는 주목적이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것일 때, 즉 관광이 아닌 여행으로 생각할 때 고생을 감수하면서 걷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관광은 나쁘고, 여행은 좋다는 식으로 이분법적인 생각을 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넓은 의미의 여행에는 관광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관광의 주목적이 즐거움이긴 하지만, 여행도 내면의 탐색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하기는 마찬가지다. 외면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느냐, 내면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여행을 하면서 외면적인 즐거움도 얻고 내면적인 즐거움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지 않겠는가. 예를 들어 트레킹을 할 때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면서 동시에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내가 트레킹을 좋아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 나아가 트레킹을 할 때 여러 사람들과 어울려서 걷기도 하지만, 혼자서 걷기도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혼자 걸으면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욱 더 확실히 느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트레킹도 생각하기에 따라 관광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여행이 여행자 자신을 대면하고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행을 통해 다양한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 자연을 만나고, 여행 동반자, 다른 여행자 그리고 여행지의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이처럼 여행에서 타인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자연과 타인들을 만나는 것도 결국 자신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남에 있어서 여행이 관광과 다른 점은 여행자가 자연, 여행 동반자, 현지 주민과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관광을 할 때는 이런 만남이 여행자 자신을 대면하고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여행을 할 때는 도움이 된다. 즉 이런 만남을 통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여행자 자신이 변화하기를 바란다면 여행이고, 상호작용을 거부하고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관광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여행자가 익숙했던 자연과 문화를 새로운 자연과 문화와 비교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의 자세가 있어야 진정한 여행이 될 수 있다. 또한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이 여행자 자신과 다르다는 점을 발견하고, 그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여행자 자신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여행을 할 수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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