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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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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801 호)

 

【 장기간 살아보기 여행을 응원한다 】

 

요즘 한 달, 두 달, 심지어 일 년 살아보기가 유행하고 있다.

 

어떤 곳을 구경하기 위해 잠깐 들르는 것과 그곳에서 장기간 살아보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잠깐 들렀을 때는 좋아보였는데, 장기간 머물면서 살아보면 안 좋은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제주에 관광이나 여행을 갔다가 이국적인 풍경에 매료되어 제주로의 이주를 선택했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런데 실제 제주에 살아보니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결국 제주를 떠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제주 관광과 제주 여행의 차이를 가장 실제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다. 제주에서의 삶은 단순히 주위 풍경을 구경하는 관광을 통해서는 알 수 없고, 여행을 통해 제주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제주에 관광 왔다가 제주가 좋은 것 같다고 판단해서 눌러 앉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부디 제주에 눌러 앉으려거든 제주에 장기간 살아보기라는 여행을 해보시길 부탁한다.

 

다른 지방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바로 일 년 살아보기 등 장기간 살아보기 체험이다. 물론 낯선 지방의 자연 환경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려면 한 달 살기로는 부족하고, 일 년 살기 또는 최소 반 년 살아보기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 년 살기의 경우에 처음 한 달은 현지 적응에, 맨 나중 한 달은 마무리에 소요되기 때문에 실제 현지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넉 달에 불과하다. 여행자와 다른 삶, 즉 문화와 관습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넉 달이라는 시간이 결코 넉넉하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한 달 살기 내지 두 달 살기는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식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여행자와 완전히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지역을 여행할 경우에는 한 달이나 두 달 정도의 살아보기는 관광에 그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요즘 유행하기 시작한 현지에서 장기간 살아보기 추세는 여행을 위해 바람직하긴 한데, 아직까지는 여행이 아니라 관광에 치우친 경향이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증명사진을 찍기 위한 주마간산 식 관광을 벗어나 여행지를 찬찬히 둘러보겠다는 의도는 좋은데, 다른 여행자들, 더 나아가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여행자 자신을 만나 보려는 여행으로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관광지를 더 많이 둘러보려는 관광객의 자세를 버리고, 현지의 자연과 문화, 즉 삶을 느끼고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현재 위치와 모습을 파악하려는 여행자다운 마음가짐을 가질 때 장기간 살아보기의 진정한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경험을 통해 여행자가 성장하고 발전할 때 여행의 즐거움이 느껴지게 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

 

삶의 터전을 옮기려고 할 때는 특히 장기간 살아보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바람직하게는 최소 일 년 동안 살아보기를 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제주가 좋아서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기려고 할 경우에는 제주에서 사계절을 지내보는 게 바람직하다. 내가 아는 지인이 몇 년 전 제주 모슬포 지역에 집을 짓고 이사를 했는데, 겨울에 추워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제주도 모슬포 지역은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하다. 오죽했으면 바람이 너무 불어서 못살겠다는 뜻으로 ‘못살포’에서 모슬포가 되었다고 했겠는가. 더군다나 그 지인의 집은 중산간 지역에 있어서 바람이 더 거세다. 그런 자연 특성을 무시하고 육지의 별장식 주택, 즉 1층에서 3층이 트인 공간을 두고, 높은 담장이나 방풍림도 없이 집을 지었으니 바람이 많이 부는 겨울에는 추워서 견딜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런 추위를 견디려고 난방을 하면 난방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나온다고 한다. 나도 한겨울에 그 집에서 한 번 자본 적이 있는데, 난방비를 아끼려고 추운 거야 견딜 수 있었지만, 밖에서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을 정도였다. 만약 그 지인이 일 년 살아보기를 통해 겨울철을 그 지역에서 지내봤다면 집을 그렇게 설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여행을 하면서 제주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왜 제주도의 집들이 낮은 지붕을 하고 있는지 이해를 했더라도 그런 시행착오는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사람들이 여름철에 강원도 동해안 지역을 다녀오다가, 혹은 강원도에 산행을 갔다가 평창이나 인제 등의 자연이 좋아서 집을 짓고 이사를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강원도 산간지역은 겨울에 눈이 많이 와서 이동이 거의 불가능하다. 젊은이들, 특히 스키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야 그런 자연 환경이 별 문제가 없겠지만, 거동이 부자연스러운 장, 노년층에게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겨울철에 추운 날씨 때문에 3~4개월 동안 방에만 갇혀 있게 되면 정신적으로는 우울증, 신체적으로는 운동 부족에 의한 근육 감소가 발생하는 문제를 겪게 된다. 혹시라도 눈을 치우려고 밖에 나왔다가 미끄러져서 뼈를 다치기라도 하면 큰 불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나는 작년(2023년) 가을에 전라북도 남원시에서 두 달 살아보기를 한 적이 있다. 남원으로의 귀촌 계획이 있었는데, 마침 정부에서 장려하는 귀촌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한 것이었다. 이 귀촌 프로그램에 우리 부부를 포함하여 다섯 팀이 참여했는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었다. 남원이라는 지역적 특성도 배웠지만,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다섯 팀이 두 달 간 함께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실감하였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면 느껴지는 자연의 싱그러움과 저녁 산책길에 느낄 수 있는 농촌의 여유로움은 귀촌 의지를 더욱 굳게 해주었다. 하지만 귀촌을 한 경험자들로부터 실제 귀촌을 하려고 할 때 느꼈다는 현지 주민들의 배타성 등 어려움에 대해서 들을 때는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섯 팀에 불과했지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과의 화합도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장기간 살아보기는 꼭 그 지역으로 이주하려는 생각을 가졌을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살아보기를 할 때 숙소를 그 지역 주민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위치에 정하고, 식사도 그 지역 음식을 먹고, 가능하면 그 지역 주민들과 어울리는 기회로 활용한다면 진정한 여행의 기회로 만들 수 있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가끔 시간을 내서 근처의 유명한 볼거리를 보러갈 수는 있겠지만, 장기간 살아보기를 여행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지역 주민들과의 교류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현지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여행자들과 교류를 하도록 노력한다면 더 바람직한 여행이 될 것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아무튼 최근 불고 있는 장기간 체류 여행이 단순히 더 편하게 많은 곳을 둘러본다든가, 더 싸게 구경을 다닐 수 있다는 차원을 넘어 진정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기회로 발전하기를 응원해본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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