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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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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굿바이 게으름," 2007, 더난출판

2009. 8. 3. 15:25 | Posted by 행복 기술자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 기대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아침형 인간이 될 수 있는가?’라든가 ‘정리 정돈을 잘 하지 않는 버릇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는가?’하는 정도였다. 그래서 스스로 게으르다고 자부(?)하는 내 아들에게 읽으라고 사준 책이었는데, 그 책마저 게을러서 읽지 않는 나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책 내용을 얘기해 주기 위해 내가 읽게 되었다. 물론 나 자신이야 충분히 부지런하기 때문에 전혀 읽을 필요가 없다고 자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기대는 처음 몇 페이지를 읽으면서 무참히 깨어졌다. 아니 오히려 기대 이상의 내용에 반하여 손에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바로 읽게 되었다.

이 책에서는 위에 언급한 생활 습관에서의 게으름인 ‘작은 게으름’보다는 ‘삶의 중심 영역에서 에너지가 저하된 상태’인 큰 게으름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시 말해 열심히 일을 하고 있더라도 지향성이 없다면 그것은 큰 게으름에 속한다는 것이다. 하루를 바쁘게 움직이지만 그 일에 내 인생의 목적을 이루는 일이 아니라면 나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그가 지적한 대로 게으름이란 ‘선택을 회피한 선택!’이라는 말에 참으로 공감이 간다. 게으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선택을 피하고 변화를 싫어한다. 게으름은 그런 의미에서 ‘선택 장애’ 혹은 ‘선택 회피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게으른 사람들은 아무 것도 책임지기 싫어 선택을 피하지만 결국 선택하지 않아서 잃게 된 많은 인생의 경험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게으름과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개념으로 여유라는 개념이 있다. 여유는 능동적 선택에 의한 것이고, 게으름은 선택을 피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것이다. 여유는 할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것이지만, 게으름은 할 일도 안 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것이다. 바쁜 현대 생활에서 삶을 충실히 살기 위해서는 여유를 가져야 하지만 게으름을 가져서는 안 된다.

현대 사회로 들어오면서 게으름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와 정신문화의 변화 사이에 속도 격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사회학자인 W. F. 오그번은 이를 ‘문화지체’라고 표현했다. 그는 물질은 급속히 바뀌는데 비해 비물질 문화는 완만하게 바뀌기 때문에 여러 사회적 부조화가 나타난다고 보았다. 실제 우리나라를 보면 사회적 토대가 지식기반의 창조경제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개인의 역할과 자유에 대한 요구는 높아가지만, 정신문화는 산업사회의 모델에서 느리게 이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게으름에서 벗어나는 것은 정신력의 문제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삶의 에너지를 일정한 방향으로 통합해서 자기실현을 할 때 게으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자기실현이란 자신이 좋아하고 잘 하는 것을 즐기며 살아가는 삶을 말한다. 자기실현의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위, 부, 명예와 같은 외적 동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적 만족이 우선이다. 다시 말해 게으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목표의식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삶의 목적의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