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릴린 폴(김태훈),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 북플레저, 2024년
횡단보도가 저기 보이는데 갑자기 빨간 신호가 파란 신호로 바뀌면 어떻게 하는가?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뛰어서 건너려고 할 것이다. 나도 전에는 당연히 그렇게 했다. 지금도 가끔 뛰어서 건너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다음 신호에 건너지 뭐.’라면서 오히려 천천히 걷는다. 뛰어서 건너면 몇 분을 아껴서 건너편에 이를 수는 있지만, 다음 신호에 건너면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된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살펴보게 되고, 같이 신호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표정도 살펴보면서 서둘렀을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길 옆 식당에 앉아서 식사하는 가족의 다정한 모습도 보게 되고, 돌 틈에서 힘겹게 모습을 드러낸 풀의 고귀한 생명력도 느끼게 된다.
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는 이런 여유가 가져오는 유익함에 대해 논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점점 더 경쟁이 심해지면서 더 많이 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조류에 휩쓸리다보면 번 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번 아웃이 될 정도로 여유를 찾지 못하고 일하다보면 오히려 일을 능률이 떨어지면서 경쟁에서 뒤처지는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주위 사람들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쉼을 생활화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하루 일과 중에서 쉼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 동안 일하고 하루 정도는 쉬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휴식의 날을 ‘오아시스 타임’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오아시스 타임은 기독교 계통의 안식일과 닮은 측면이 있다. 하느님이 엿새 동안 만물을 창조하고, 이레째 되는 날 휴식을 취했다는 것과 유사하다는 얘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대인들이 창의적이며, 노벨상을 휩쓸고, 세계 금융계를 주름잡고 있는 원동력도 아마 이런 안식일의 힘이 큰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창의적이고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현대인들도 이제는 주 5일 근무가 일상화되어 있어서 유대인과 다를 게 뭐가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현대인들이 유대인과 다른 점은 휴일에도 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대인들은 율법에 의해 안식일 동안에는 일을 할 수가 없다. 골프, 게임 등 움직임이 있는 활동을 하지 못하고 가족들과 대화하고 탈무드 등 경전을 공부하면서 하느님을 알아가는 활동만 허용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찾고, 가족과의 유대를 다지고,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이다. 휴식이 필요한 현대인들이 이 책 <쉼과 나아감에 대하여>을 꼭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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