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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왼쪽)은 질량을 가진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인 중력을 수식으로 정의했다. 아인슈타인(오른쪽)은 중력이 시공간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진 글항아리]


유럽연합(EU)이 만든 우주개발기구인 유럽우주국(ESA)은 지난 3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우주센터에서 리사 패스파인더(LISA Pathfinder)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무인 탐사선인 리사는 2주 동안 지구 궤도를 선회한 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라그랑주 포인트로 이동한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지구와 태양의 인력이 같은 무중력 공간이다. 리사의 임무는 중력파 검출 장비를 실험하는 것이다.

 
[궁금한 화요일] 무중력 찾아가는 중력파 탐사선

별 폭발할 때 생기는 파동 '중력파'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

포착 성공 땐 상대성이론 퍼즐 완성
블랙홀 포함 우주의 비밀 풀 수 있어

 중·고교 과학 시간에 중력이 뭔지 배운다. 하지만 중력파는 생소하다. 중력과 중력파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중력은 질량을 가진 물체가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을 뜻한다. 뉴턴의 만유인력(萬有引力·universal gravitation)과 중력(重力·gravity)은 표기만 다를 뿐 같은 뜻을 가진 단어다. 만유인력은 일본 한자어에서 유래했다. 중력을 처음 정의한 건 영국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다. 사과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연구를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그가 1687년 발표한 ?프린키피아(Principia)?에 이런 내용은 없다. 뉴턴은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로 작동하는 원리는 다를 수 있다”며 “지구와 사과는 서로 동일한 힘으로 끌어당기지만 무거운 지구가 움직이지 않는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중력파(重力波·gravitational wave)는 아인슈타인이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에서 유래했다. 중력파는 시공간을 따라 전달되는 중력 작용이다. 이론상으로는 존재하나 여태껏 실체는 과학자들에 의해 관측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라고 불린다. 별이 수명을 다해 폭발하는 경우나 블랙홀 생성 등 중력이 급격히 변화할 경우 중력파가 만들어진다. 잔잔한 물에 돌을 던지면 낙하 지점을 기준으로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과 같은 원리다.

 5200억원짜리 리사 패스파인더가 발사된 건 중력파를 검출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탐사선 내부엔 금과 백금을 섞어 만든 무게 1.96㎏의 정육면체 2개가 놓여 있다. 두 물체는 38㎝ 떨어져 있는데 둘 사이 거리는 레이저로 정밀하게 측정한다. 중력파가 지나갈 경우 정육면체 사이는 미세하게 변화한다. 지구와 태양의 인력이 작용하지 않는 라그랑주 포인트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레이저 측정 기구는 0.001㎚(나노미터, 1㎚는 10억 분의 1m)까지 잴 수 있다. 이번 실험에서 레이저 측정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면 ESA는 2030년께 ‘레이저 간섭계 우주 안테나(eLISA)’를 발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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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량을 가진 물체 주변에선 중력으로 인해 시공간이 휘어진다. 사진은 이를 시각화한 이미지.

 eLISA는 탐사선 3대로 이뤄져 있다. 탐사선이 우주 공간에서 삼각형 꼭짓점을 만든다. 이렇게 되면 한 변의 길이가 100만~500만㎞인 거대한 삼각형이 생긴다. 각 탐사선이 우주 공간에 레이저를 쏴 중력파를 검출하는 원리다.

 이와 별도로 지상에서도 중력파 검출을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한창이다. 미국은 루이지애나주 리빙스턴 인근에 중력파 검출 장비인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천문대(LIGO)’를 9월 재가동했다. 4㎞ 길이의 진공터널 2개로 만들어진 천문대는 터널 끝에 설치된 거울을 붙여놓고 레이저를 쏴 공간 변화를 측정한다. EU는 중력파 검출기 ‘버고(VIRGO)’를 이탈리아에서 가동 중이고, 일본은 ?카그라(KAGRA)?중력파 검출기를 건설 중이다. 한국도 2009년부터 서울대·국가수리과학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한국중력파연구그룹이 활동하고 있지만 관측 시설이 없어 자료 분석 등 이론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중력파 검출을 위한 도전은 5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우선 중력파가 워낙 미약해 측정이 쉽지 않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이형목 교수는 “중력파는 거리에 비례해 신호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에 지구에 도달해서는 미약한 신호만 남는다”고 말했다. 지구에서 10억 광년 떨어진 블랙홀에서 발생한 중력파가 몸을 통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우리 몸은 수㎚가 늘어난다. 이는 수소 원자 크기에 불과한 짧은 거리다.

 게다가 중력파는 전파와 달리 다른 물질과 작용하지 않아 이를 검출하는 게 쉽지 않다. 빛은 거울에 반사되지만 중력파는 영화 속 유령처럼 모든 물질을 훑고 지나간다.

 과학자들은 간접적인 증거로 중력파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74년 미국 물리학자 러셀 헐스와 조셉 테일러는 쌍성을 이루고 있는 중성자별(초신성이 폭발해 만드는 무거운 별)을 발견했다. 두 중성자별은 가까운 거리에서 8시간마다 한 바퀴씩 서로 공전했다. 이형목 교수는 “헐스 등은 두 중성자별에서 중력파가 발생할 때 줄어든 에너지만큼 공전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두 물리학자는 이러한 공로로 9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서강대 물리학과 정현식 교수는 “중력파 발견에 성공할 경우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중력파를 검출하는 데 성공한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먼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완벽하게 옳았다는 것이 증명된다. 중력파 검출은 ‘아인슈타인의 마지막 수수께끼’를 푸는 작업이다. 이와 동시에 인류는 우주를 관측할 수 있는 새로운 망원경을 만들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빛·X선·적외선 등 전자기파에만 의존해 우주를 관측했다. 중력파로 우주를 관측하면 블랙홀 등 빛마저도 흡수하는 천체의 생성과 작동 원리를 밝힐 수 있다. 수리과학연구소 오상훈 박사는 “중력파 검출에 성공한다면 우주 관측의 지평이 수십 배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며 “중력파는 초기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있어서도 꼭 넘어야 할 산”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15년 12월 8일 강기헌 기자)


중력파(重力波·gravitational wave)

수명을 다한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생성되는 등 우주에서 갑작스러운 중력 변화가 일어날 때 발생한다. 중력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시공간의 일그러짐이 빛의 속도로 우주 공간으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예견했지만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꿈을 저장하고 지울 수 있을까

미래창조과학부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 나가야 할 ‘X질문’ 50개를 1일 발표했다. X질문에서 ‘X’는 현재 과학기술로는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은 문제를 뜻한다.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1642~1727년)이 “사과는 왜 떨어질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것처럼 미래부는 안전·환경 등 12개 분야에서 새로운 발전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질문을 던져보자는 취지로 질문을 6월 30일부터 7월말까지 공모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등 관심이 집중된 사회 이슈가 X질문에 반영됐다. 예를 들어 ▶선박이 뒤집히더라도 침몰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물인터넷을 전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에 어떻게 활용할까 ▶바이러스를 볼 수 있는 스프레이를 만들 수 있을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세먼지로 대표되는 대기오염 관련 질문(황사·미세먼지를 공중에서 정화하는 비행체를 만들 수 있을까)이나 교육 문제(사교육 없이도 만족스러운 공교육이 이뤄지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도 있다.

 SF영화에서나 가능할 법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가로막힌 물질을 통과해 사람의 생체신호를 찾아낼 수 있을까 ▶꿈·기억·감각을 저장·삭제하고 측정할 수 있을까)도 포함됐다.

 이번 선정 작업을 주도한 X프로젝트 위원회는 “현재와 미래에 절실한 문제와 아직까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선정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미래부는 X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X질문 아이디어 공모전’을 9월 중순부터 진행한다. 공모전에서 선정된 과제는 향후 2년 동안 기술 개발비 등이 지원된다.

(중앙일보 2015년 9월 2일 강기헌 기자)

지구로부터 1400광년가량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케플러-452b’가 발견됐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이 행성의 상상도(오른쪽)와 지구의 모습. 나사(NASA) 제공

지구로부터 1400광년가량 떨어진 백조자리에서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외계행성 ‘케플러-452b’가 발견됐다. 사진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달 23일 공개한 이 행성의 상상도(오른쪽)와 지구의 모습. 나사(NASA) 제공

 

외계문명을 찾아라

▶ 최근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 발견돼 화제가 됐습니다. 지구와 비슷하다면, 이곳엔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만약 단세포 생물에서부터 인류와 같은 고등 생명체로의 진화 과정이 우주의 섭리라면, 이곳에 인류처럼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2040년쯤 외계 지적생명체를 찾아온 그간의 노력이 일말의 결실을 얻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계문명의 존재를 확인하는 일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그들도 우리처럼 우리를 찾고 있을까요?

어떤 별이 있다고 하자. 그 별에 너무 가까우면 너무 뜨거워서 행성 표면의 물이 모두 증발한다. 너무 멀면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인다. 행성 표면에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별과 떨어진 지역을 생명체의 ‘서식가능지역’이라고 부른다. 태양계에서는 지구가 태양계의 서식가능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것은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필요조건을 충족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5년 뒤엔 우리의 미래와 조우할까

케플러-452b는 최근에 발견된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이다. 지구보다 60% 정도 크고 5배 정도 무거워서 ‘슈퍼지구’라고 부른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385일 주기로 공전하고 있는데, 지구처럼 표면이 딱딱한 암석으로 이뤄졌으리라 추정된다. 케플러-452b도 서식가능지역 안에 존재한다. 태양과 비슷한 별 주위를 지구와 비슷한 공전주기로 돌고 있는 서식가능지역 안에 존재하는 표면이 딱딱한 슈퍼지구. 지구와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한 케플러-452b에 눈길이 가는 이유 중 하나는 그곳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생명체가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진화의 과정도 필연이라면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찾아보고 싶은 것이다. 케플러-452b는 지구와 비슷한 정도를 표시하는 ‘유사지구지수’에서 6번째로 높은 0.83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지구의 값은 1이다. 현재 지수가 가장 높은 외계행성은 0.88을 기록하는 케플러-438b이다. 지난 몇년 동안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외계행성을 관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은하 안에 존재하는 유사지구의 수를 추정해보면 놀라운 결과에 직면하게 된다. 50억~500억개 정도의 유사지구가 존재할 것이라는 통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갖춘 행성이 굉장히 흔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지구 생명체와 비슷한 생명이 이들 외계행성에 존재할 개연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그중 일부에서는 우리처럼 지적 능력을 갖춘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유사지구 중 어느 곳에도 외계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놀라운 결과다. 우리 은하 내에는 수많은 외계 지적생명체가 존재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이해한다.

문제는 어떻게 외계 지적생명체의 존재를 관측해서 확인할 것인지다. 직접 외계행성으로 우주탐사 로켓을 보내서 확인해보는 것이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하지만 케플러-452b까지의 거리는 1400광년 정도 떨어져 있는데 얼마 전 명왕성을 지나간 뉴호라이즌스호의 속도로 날아가더라도 이 행성에 도달하는 데는 2600만년이 걸린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외계행성까지의 거리도 4광년이 넘는다. 몇만년은 날아가야 하는 거리다. 결국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 능력으로는 다른 외계행성에 직접 가서 탐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과학자들은 ‘지구’를 표본으로 삼아 직접 방문하지 않고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방법을 고안했다. 지구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빛의 일종인 전파의 영역에서도 지구는 태양의 전파를 반사한다. 외계인 천문학자가 200년 전에 지구를 관측했다고 생각해보자. 전파망원경으로 지구를 관측한다면 태양 전파를 반사한 형태의 자연적으로 발생한 전파 신호를 지구로부터 포착했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 지구를 다시 관측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사이 지구에서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만들어내는 기기들이 발명되었다. 라디오, 텔레비전 그리고 휴대폰 등이 대표적인 인공전파 발생 장치다. 외계인 천문학자는 지구로부터 나오는 전파신호 중 자연적인 신호가 아닌 과학기술문명의 발달에 따른 전파기기들로부터 생성된 인공적인 전파신호가 있음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몇가지 추론을 거쳐 지구에 지적 능력을 갖춘 생명체가 존재해서 과학기술문명을 건설했고 그 결과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만들어냈을 것이라는 추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결론을 내린다. 지구에 외계 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마찬가지로 우리도 전파망원경을 사용해서 외계 지적생명체가 만들어냈을 인공적인 전파신호를 찾는 작업을 통해 그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지난 50여년 동안 외계 지적생명체 탐색(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SETI·세티) 프로젝트의 주된 전략이었다. 과학자들은 현재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밝혀낸 유사지구의 수와 이들을 주된 관측 대상으로 삼고 있는 세티 관측에 사용하고 있는 전파망원경의 관측 시간 등을 바탕으로 추론한 결과 2040년쯤 외계 지적생명체의 인공전파신호를 하나 정도 포착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한다.

지구와 비슷한 행성 케플러-452b
은하계 ‘유사지구’ 무려 500억개
그곳엔 생명체가 살지도 모른다
외계지적생명체 없다면 더 이상해
하지만 직접 가서 탐사 못한다

그들이 만든 인공전파 찾는 작업
2040년쯤 하나 정도 포착할 듯
핵무기로 전쟁했다면 찾기 쉬워
죽은 문명 찾는 아이러니 빠질까
인류 문명의 미래와 만날 수도

2008년 9월 제주도에 설치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21m 전파망원경. 외계 생명체 추적에 전파망원경이 쓰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2008년 9월 제주도에 설치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의 21m 전파망원경. 외계 생명체 추적에 전파망원경이 쓰인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핵무기 폭발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

외계 지적생명체가 반드시 지구인과 비슷하다는 보장이 있을까. 당연히 모든 외계 지적생명체가 지구인과 비슷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흔적을 찾을 방법론은 고사하고 그들이 어떤 존재양식을 갖추고 있는지조차 상상하기 어렵다. 우리가 지구와 유사한 환경 조건에 사는 외계 지적생명체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자연환경 조건이 비슷하다면 비슷한 형태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이 그 바탕에 깔려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생명체는 지구 생명체다. 선택의 여지 없이 우선은 지구 생명체를 표본으로 삼아서 외계생명체 탐색에 나설 수밖에 없다.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작업은 주로 전파망원경을 사용한 세티 프로젝트가 주도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관측을 할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역시 지구를 표본으로 삼아 지구의 과학기술문명의 결과로부터 외계 지적생명체의 흔적을 추적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다.

현재 지구에는 수많은 핵무기가 존재하고 있는데, 러시아와 미국이 대부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냉전시대를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의 위험이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주로 종교분쟁을 바탕으로 한 국지전은 계속 이어지고 있고 이들 전쟁에 강대국들의 개입 또한 계속된다. 언제 핵전쟁의 뇌관이 터질지 모르는 위기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우리와 비슷하거나 좀더 앞선 과학기술문명을 갖춘 외계 지적생명체라면 우리처럼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핵무기를 개발했을 개연성이 높다. 외계 지적생명체가 건설한 외계문명권에 살고 있는 외계인들도 다양한 정치경제 체제를 갖췄을 것이다. 우리처럼 냉전시대의 위기를 벗어나서 국지전 형태의 전쟁을 치르면서 아슬아슬한 평화를 유지하고 있는 외계문명도 있을 것이다. 좀더 평화로운 형태의 문명을 유지하고 있을 수도 있다. 전면적인 핵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빠져 있는 비극적인 문명도 존재할 수 있다.

만약 어떤 외계행성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과학자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가 전면전의 형태로 사용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현상들에 대해서 계산을 하고 추론을 해봤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를 지구 정도 크기의 행성 곳곳에 골고루 나누어서 폭발시켰을 때 일어나는 현상을 시뮬레이션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 핵무기의 대부분이 북반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주로 북반구에서 핵무기가 폭발했을 경우를 반영한 계산도 가능할 것이다. 핵무기의 수를 좀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행성의 대기 조건을 바꾸면서 계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뒤 시뮬레이션 결과에 나타나는 징후들을 정리하고 지구와 비슷한 외계행성에서 실제로 그런 흔적이 발견되는지 찾아보면 될 것이다.

감마선 폭발로 감지해 거리 관측

영국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의 덩컨 포건 박사 연구팀이 최근에 실제로 이런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핵무기를 바탕으로 문명파괴 계산을 수행했다. 지구와 비슷한 대기를 갖고 있는 지구 정도 규모의 행성에서 전면적인 핵전쟁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 결과 많은 생명들이 죽어갈 것이고 행성의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외부에서 인지할 수 있는 전면적인 핵무기 폭발의 즉각적인 징후는 감마선 폭발일 것이다. 천체현상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감마선 폭발이다. 멀리 떨어져 있는 극한 상황에서의 천체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핵전쟁에 의한 인위적인 감마선 폭발의 실제 에너지는 천체에서 발생한 것에 비해서 그 에너지가 아주 약할 것이다. 하지만 지구에는 비슷하게 관측될 수 있다. 아주 강력한 자연적인 감마선 폭발의 원인이 되는 천체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외계행성에 일어나는 핵전쟁에 의한 감마선 폭발은 위력이 그에 비해 크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관측되는 감마선 폭발 현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자연적인 감마선 폭발에서 나온 신호와 핵전쟁에 의한 폭발 신호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포건 박사의 제안이다. 감마선 폭발 현상이 발생한 천체까지의 거리를 관측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에너지를 발산할 것인지에 대한 계산 결과가 포건 박사 연구팀의 논문에 실려 있다. 감마선 폭발뿐 아니라 핵전쟁 이후에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진행될 외계행성의 대기 변화를 관측하면 자연적인 기후 변화와 구분되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마선 폭발 현상을 체계적으로 조사한다면 외계문명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존재를 확인한 순간 우리는 그들이 스스로 건설한 문명을 스스로 파괴했다는 사실도 동시에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릴 것이다. 외계 지적생명체를 탐색하는 것이 단지 우주 속 생명에 대한 지구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려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같은 지적생명체의 미래에 대해 궁금해하는지도 모른다. 외계문명의 모습이 인공전파신호를 통해서 확인되든, 자기파괴적 모습으로 다가오든 간에 그것으로부터 우리 인류 문명의 미래에 대한 지혜와 혜안을 얻으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겨레 2015년 8월 15일 이명현 과학저술가)

“정치가 물리학보다 어렵더군요. 지금 우리는 핵무기 발명 이후 보이지 않는 새로운 유령과 싸우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핵무기와의 싸움에서 꼭 이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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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도 몰랐다. 그가 발표한 상대성이론이 이토록 세상에 큰 영향을 미칠지를. 상대성이론은 한 순간에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의 기초가 됐다. 그 이론에 따라 등장한 ‘블랙홀’ 개념은 각종 영화와 문학작품의 소재로 쓰이면서 우주에 대한 인류 인식의 지평을 넓혔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올해로 100년을 맞았다. 유엔은 이를 기념해 올해를 ‘세계 빛의 해’로 지정했다. 선포식은 올해 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우선 휴대전화 속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사용해 맛집을 찾을 수 없다. GPS 신호를 받아 길 안내를 해주는 차량용 내비게이션도 무용지물이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GPS 위성을 운영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 이론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간다. 시속 1만4000㎞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GPS 위성도 마찬가지다. GPS 위성 속 시계는 지표면에 있는 것과 비교해 매일 0.000007초씩 느려진다. 단순히 느리게 가는 것만이 아니다. 시간은 중력의 영향도 받는다. 중력의 영향력이 클수록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이런 이유로 지상 2만100㎞ 상공에 떠 있는 GPS 위성의 시계는 지표면에 있는 우리 것보다 매일 0.000045초가 빠르게 흐른다. 결국 속도와 중력의 효과로 인해 GPS 위성의 시계는 매일 지구에 있는 시계보다 0.000038초 가 빨라진다. 큰 차이가 아니지만 이를 보정하지 않으면 큰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남순건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시차를 보정하지 않으면 GPS가 가리키는 지도상의 위치와 실제 위치에 최대 10㎞ 오차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속 8㎞ 이상으로 움직이는 인공위성에는 시차 보정 장치가 장착된다. 총알의 14배 속도인 초속 16㎞로 최근 명왕성을 지나친 탐사선 뉴호라이즌호에도 시차를 조절하는 장치가 들어 있다. 워낙 빨리 날아가는 탓에 지구의 시간과 이 우주선의 시간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과 핵폭탄도 존재하지 않았을거다. 상대성이론을 통해 아인슈타인은 물질과 에너지가 상호 교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핵발전소는 핵폭탄 개발 도중 탄생했다. 인류 최초의 원자로는 1942년 11월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1901∼54)가 미국 시카고대 지하실에 ‘맨해튼 프로젝트(원자폭탄 제조 계획)’의 일환으로 만든 플루토늄 생산용 원자로다. 군사용 연구가 원자력 발전용으로 거듭난 것은 53년 미국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안하면서부터다. 이를 계기로 54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창설됐다. 국내의 전기 생산에서 원전의 비중은 20% 수준이다. 프랑스에서는 전기 생산량의 70%가 원전에서 나온다. “상대성이론이 없었다면 인류가 조금 더 불편했겠지만 세상은 지금보다 평화로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에서 1000만 명 이상이 본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요 소재인 ‘블랙홀’의 출발점도 바로 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이 블랙홀의 존재를 직접 증명한 건 아니다. 블랙홀의 존재를 발견한 건 독일 천문학자 카를 슈바르츠실트(1873~1916)였다. 상대성이론의 방정식을 풀어 답을 구한 슈바르츠실트는 이해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다. 태양 질량의 별이 수축해 반지름이 3㎞로 작아지면 시간이 무한대로 길어지고 빛조차 탈출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도 이해하기 힘든 우주 속 존재가 드러난 것이었다. 블랙홀이라는 용어조차 없었던 시절이니 그런 결론을 받아들이는 건 힘든 일이었다. 슈바르츠실트는 이런 결과를 적어 아인슈타인에게 보냈다. 아인슈타인은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슈바르츠실트의 발견을 무시했다. 블랙홀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 아인슈타인이 남긴 몇 가지 중대한 실수 중 하나로 기록된다.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인류의 인식도 바꿨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대표적이다. 프루스트는 1921년 물리학자인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대성이론의 논문 한 글자도 이해를 할 수 없지만 시간의 개념을 바꿔놨다는 건 알고 있다”고 적었다. 망각과 기억을 담은 소설에서 시간은 상대성이론이 예견한 것처럼 엇갈리고 섞인다. 초현실주의 미술의 대표 격인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 속 흐물거리는 세계도 상대성이론의 영향을 받았다. 남순건 교수는 “상대성이론은 인류의 인식론 지평을 늘렸다는 점에서 과학을 뛰어넘은 철학”이라고 말했다. 물리학자들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20세기 과학과 예술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28일 강기헌 기자)


상대성이론

아인슈타인은 1905년 ‘질량을 가진 물질은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다’는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했다. 빛의 속도는 관측자의 위치 및 속도와 관계 없이 항상 일정하다는 사실에서 탄생한 이론이다. 1915년에는 중력의 영향으로 시·공간이 휘어질 수 있다는 일반 상대성이론을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시간은 상대적으로 천천히 흘러간다.

美 연구진, 이론만으로 있던 물질 입증
오존층 파괴 등 대기오염 연구활용 기대
그래핀·풀러렌처럼 新영역 개척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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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미스터리한 기체 '이산화이탄소(C2O2)'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1913년 이론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진 뒤 102년 만이다. 학계에서는 대기가 오염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다양한 분야에 이 기체가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드레이 사노브 미국 애리조나대 화학과 교수 연구진은 이산화이탄소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화학 분야 국제 권위지인 '앙케반테 케미' 최신호에 게재됐다.

많은 위대한 발견이 우연한 기회에 이뤄졌다면 이번 발견은 우연을 가장한 형식을 빌렸다. 이론적으로 이산화이탄소가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글리옥실라이드'라는 물질을 일부러 냉장고에 오랫동안 방치한 뒤 분석한 것이다.

사노브 교수 연구진은 분자에 레이저를 가해 전자 한 개를 빼내는 '광전자 이미징 분광법' 기술을 활용했다.

핵심은 냉장고에 오랫동안 방치했던 글리옥실라이드였다. 수분이 제거된 글리옥실라이드를 광전자 이미징 분광법 장비에 넣고 관찰했더니 '나노초(1나노초는 10억분의 1초)' 동안 이산화이탄소가 만들어진 것을 확인했다.

민선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이산화이탄소는 워낙 반응성이 좋기 때문에 다른 물질과 금세 반응한다"며 "아주 짧은 시간에 이산화이탄소가 존재함을 증명해냈다"고 설명했다.

이산화이탄소는 1940년대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산화이탄소에 수분이 첨가된 물질인 글리옥실라이드가 암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리옥실라이드를 이루고 있는 성분은 대부분 물"이라며 "암에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이 주장은 사기로 판명났다.

하지만 이산화이탄소를 찾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은 계속됐다. 이영민 포스텍 화학과 교수는 "탄소와 산소로 이뤄진 일산화탄소가 두 개 붙어 있는 이산화이탄소는 고등학교 때 배우는 이론으로 설명해도 쉽게 그릴 수 있는 물질"이라며 "하지만 불안정한 특성 때문에 단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물질을 대체 어디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분자의 결합을 설명하는 '퍼즐'이 해결됐다고 설명한다. 특히 대기오염을 연구하는 분야에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나 공장 등에서 '에너지'를 얻기 위해서는 탄소로 이루어진 연료를 태운다.
 
이때 다양한 물질들이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이영민 교수는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도 중간중간 다양한 물질들이 생겼다가 사라지면서 최종적으로 오존층을 파괴한다"며 "이산화이탄소도 지금까지 인간이 알 수 없었던 대기오염의 과정을 알아내는 데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계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이나 탄소가 축구공 모양으로 결합된 '풀러렌'처럼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물질이 실제 발견되면 훗날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승준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찾아낸 신물질은 훗날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며 "이산화이탄소의 발견이 과학의 발전에 어떤 역할을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2015년 7월 28일 원호섭 기자]

빛의 속도 1400년 거리 ‘지구의 사촌’ 찾았다

NASA, 행성 케플러-452b 발견
지구의 1.6배 크기, 나이는 60억살
환경 가장 비슷 … 물 존재 가능성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케플러-452b(오른쪽)와 지구를 비교해 그린 상상도. [AP=뉴시스]

지구와 가장 비슷한 환경을 가진 별이 발견됐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조금 크고, 나이 먹은 지구의 사촌(cousin)”이라고 표현했다.

 NASA는 23일(현지시간)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브리핑에서 항성 ‘케플러-452’와 주변을 공전하는 행성 ‘케플러-452b’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케플러-452b는 지구에서 1400광년(1경3254조㎞) 떨어진 백조자리에 있으며 크기와 공전궤도 등 특성이 지금까지 발견된 행성 중 가장 지구와 가깝다.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표면에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태양 같은 모(母)항성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안 되는데 이를 거주가능구역(habitable zone)이라 부른다. 케플러-452b는 지구의 1.6배 크기지만 항성과의 거리는 1억5700만㎞로 태양~지구 거리(1억5000만㎞)와 거의 비슷하다. 행성 표면에 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공전주기는 385일로 지구(365일)보다 조금 길다. 질량과 화학적 조성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구처럼 암석으로 덮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모항성인 케플러-452도 태양을 닮았다. 같은 G2형(노란색 왜성) 항성으로 표면 온도도 비슷하다. 지름은 태양보다 10% 크고, 20% 더 밝다. 60억 년 전에 생성돼 45억 년 된 태양보다 오래됐다.

 NASA는 2009년 ‘지구형 행성’을 찾는 ‘케플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행성 공전 법칙을 처음 발견한 17세기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의 이름에서 따왔다. 대기권 밖 ‘케플러 우주망원경’과 지상 관측장비를 통해 지금까지 4696개의 행성 ‘후보’를 찾아냈다. 행성으로 확인된 건 1030개다.

 NASA는 지구와 비슷한 크기(지름 1~2배)로 거주가능구역에서 공전하는 ‘지구형 행성’ 12개를 확인했다. 이 중 모항성 특성이 태양과 비슷한 것은 케플러-452b를 포함해 9개다.

 NASA의 존 젠킨스 박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제 지구는 외롭지 않다. 새 친구가 생겼기 때문(because there’s a new kid on the block)”이라고 위트 있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번 발견은 진화하는 지구환경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기회를 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일보 2015년 7월 25일 이동현 기자)

“타인과 소통할 줄 아는 융합형 과학기술 리더 기를 것”

 지난 3일에 만난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문승현 총장은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이므로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지난 3일에 만난 광주과학기술원(지스트) 문승현 총장은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이므로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제공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 총장 인터뷰
지난 3일, 광주광역시 북쪽 외곽에 위치한 광주과학기술원(GIST, 이하 지스트)의 교문을 들어서며 캠퍼스가 시원하다는 첫인상을 받았다. 너른 평지 위에 권위적이지 않은 느낌을 주는 자주색 건물들이 조용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처음 학교 부지를 둘러보는데 말 그대로 황무지였습니다. 개원을 하고서도 한쪽에선 수업을 하고, 그 옆에선 공사를 했습니다. 그때는 걱정과 두려움, 의욕이 수시로 교차하더군요.” 학교 총장실에서 만난 문승현 총장은 지스트 개원 전인 1994년 가을 부교수로 발령받았을 때를 회상하며 “지난 20년 동안 학교가 많이 성장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기에 총장으로서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소수정예 과학 인재 배출 목표로
2010년부터 학부생 모집
2년 동안 인문·사회 등 기초학문 배우고
교수 학생 1 대 10 비율로 토론수업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수 세계 4위
등록금 없고 전원 기숙사 생활도 장점

-총장으로 취임하신 지 3개월이 조금 지났다. 감회를 듣고 싶다.

“지난 3개월은 사람들 이야기를 가능한 한 많이 들으려 노력한 시간이었다. 내부에만 있다 보면 사람들이 지스트에 바라고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놓칠 수 있다. 외부 사람들을 만나 귀를 열어놓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다.”

-앞으로 지스트를 어떤 학교로 만들고 싶다는 그림이 있을 텐데?

“학자들 사이에서는 지스트가 매우 잘 알려져 있지만, 일반 대중이나 학부모들은 우리 학교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좋은 연구, 논문 평가 등으로 큰 성과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 더 직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실천하려고 한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건지?

“과학계 내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연구가 아닌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연구를 말한다. 예를 들어, 초미세먼지, 대기오염 등은 우리 사회가 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4월 ‘초미세먼지 피해저감 사업단’을 발족했는데, 초미세먼지의 동아시아 이동 현상, 기상 현상, 환경오염 등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사전 경보발령 시스템 구축, 마스크 필터 개발 등의 연구를 하게 된다. 에너지도 실생활과 크게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지난 5월 한국전력과 광주시, 지스트가 함께 설립한 ‘에너지밸리기술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화, 저장기술 개발 등의 연구는 물론 인재 육성, 창업 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지스트 부교수로 있으면서 지스트의 성장과 함께했다. 구성원으로서 자부심도 클 것 같다.

“기본적으로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지만,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은 입학 때 타 대학에 진학했던 비슷한 능력의 친구들에 비해 교육능력, 연구능력 등에서 더 많이 성장하여 졸업한다. 그만큼 학생들의 학업을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과 학풍이 있다는 얘기다. 이 점이 지스트 구성원으로서 품고 있는 자부심이다.”

-‘좋은 교육환경’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설명해달라.

“누구나 토론형 교육을 원하지만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지스트 교수진은 능력도 우수할뿐더러 교수와 학생 비율이 세계적 수준인 1 : 10 정도다. 교수와 학생들 간의 토론형 수업 및 체계적인 밀착 연구, 지도 등이 아주 자연스럽게 가능하다. 향후 이 비율을 더 높이기 위해 교직원의 수를 현재 160명에서 25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Liberal Arts College) 교육 시스템을 도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하는지 설명해달라.

“리버럴 아츠 칼리지는 단순히 전공 공부만 하는 게 아닌 예술, 인문, 과학 등 폭넓은 기초학문을 공부하는 걸 말한다. 해외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다. 우리 학교에서도 3학년이 되기 전까지 전공보다는 교양 교육에 더 중점을 두는 교육을 하고 있다. 리버럴 아츠 칼리지를 흔히 인문학만 배우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데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을 함께 공부한다. 졸업 필수 이수학점인 130학점 중 최소 24학점을 인문, 사회 분야 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또한 고전 100권 읽기와 전교생이 음악, 미술 등 예능실기와 체육실기 수업도 받아야 한다. 인문, 사회과학, 예술 지식을 융합한 과학기술 리더를 양성하고자 만든 시스템이다.”

-지역사회와 밀착하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들었다.

“일단 캠퍼스를 개방해서 시민들 누구나 너른 캠퍼스에 들어와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했다. 실제로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많이들 찾아온다. 매월 셋째주 수요일에는 ‘과학스쿨’을 개최한다. 지역의 청소년들을 위해 지스트 교수진과 연구원들이 직접 참여해 무료 강연을 한다. 매월 200~300여명의 학생, 학부모, 선생님들이 강연을 듣는다. 분기별로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연극, 국악 공연, 연주회 등을 연다. 학생들은 광주지역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재능기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2010년에 개교해 현재까지 졸업생을 두번 배출했다. 학생들의 졸업 뒤 진로는 어떤가?

“지난해 2월 54명의 첫 졸업생 배출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2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의 89%가 지스트, 카이스트, 서울대, 포스텍 대학원에 진학했고, 미국의 칼텍과 의(치)전으로 진학한 학생이 5% 정도다. 대부분 취업보다는 계속 공부하는 것을 선택한다.”

-학생들 대부분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지스트 대학원의 강점이 있다면?

“학생들 대부분이 대학원 진학을 생각한다는 건 지스트가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이다.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 기관 큐에스(QS·Quacquarelli Symonds)의 2015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교원당 논문 수’ 부문 국내 1위로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에도 연구 성과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교수 1인당 논문 피인용 수’ 부문에서 세계 4위(국내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연구 성과의 질과 양에서 모두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이스트가 종합대학으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면 지스트는 소수 정예의 이공계 특성화대학이라는 장점을 살려나가고 있다.”

-요즘 대학등록금이 만만치 않아 학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국립인 지스트의 경우는 여러 혜택이 있을 것 같다.

“대학의 경우 신입생 전원을 국비장학생으로 선발한다. 이와 함께 월 13만원의 학자금을 지급한다. 학생이 부담하는 돈은 2인 1실짜리 기숙사 이용료 월 5만원뿐이다. 대학원생의 경우는 등록금 면제에 더해 학자금과 급식보조비 등으로 매년 석사과정에 700여만원, 박사과정은 1600여만원을 지원한다. 대학원 재학생 가운데 기혼자에게는 아파트까지 제공하고 있다.”

-학교가 있는 광주, 전남지역에서 입학생이 많이 오나?

“그렇지 않다. 지난해를 보면 입학생의 출신 지역은 수도권 34%, 호남제주권 26%, 영남권 21%, 충청권 13%, 강원권 4% 등 전국적으로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해외 소재 고등학교 지원자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과학고 출신자들이 더 많았지만, 요즘은 절반 정도가 일반고 출신자들이다.”

-지스트 입학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스트에서 공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은 타인과 소통하며 협업할 수 있는 마음과 역량이다. 오늘날의 과학기술 연구는 혼자서는 절대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인접 분야의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고 협업을 해야 하는 융합 연구, 협업 연구가 필수인 시대다. 지스트에서 열심히 공부해 성장하려면 이러한 소통능력과 열린 마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올해 처음 ‘학교장 추천전형’으로 50명 선발

이공계 특성화대학인 지스트 학부과정은 올해 수시에서 175명, 정시에서 25명 등 총 200명의 신입생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으로 105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 외 특히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처음으로 ‘학교장추천전형’으로 50명을 선발한다. 학교당 2명의 추천이 가능한데,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수시모집 6회 제한에도 포함되지 않으므로 내신이 우수하고 학교생활을 착실하게 한 학생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이밖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가구 학생, 농어촌 학생 및 국가보훈대상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고른기회전형’의 경우, 올해 8명을 증원해 총 20명을 선발한다.

오는 9월9일부터 15일까지 수시모집 원서를 접수하고, 서류 및 면접(10월)을 거쳐 11월 중 최종합격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시모집은 수능 이후인 12월부터 2월 중순까지 진행하며 전원 수능 위주로 선발한다. 신입생들은 ‘기초교육학부’(자유전공)로 입학한 뒤, 1~2학년 때는 기초과학 및 인문·사회 소양교육을 받고, 3학년 때 물리·화학·생물·전기전산·재료공학·기계공학·지구환경공학 등 7개 전공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지스트 누리집(www.gist.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 2015년 7월 14일 이은철 기자)
'서울총장포럼' 초대 회장 이용구 중앙대 총장 인터뷰

 

25일 출범한 '서울총장포럼'의 초대 회장을 맡은 이용구〈사진〉 중앙대 총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청년 취업난과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한국 대학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정작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자문하게 됐다"며 "대학들 스스로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고 대학을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지금까지 대학이 '공급자 위주'의 사고에 빠져 오만했다고 털어놨다. "아이들이 취업을 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 취업까지 신경 써야 하느냐'고 묻기도 했고요. 오만함에 빠진 교수 사회의 모습이었죠."

이 총장은 대학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 교수 기득권부터 깨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학과라는 성(城) 안에서 학생 정원을 확보해 놓고 가르치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그 안에 안주하겠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전국 4년제 대학들 모임으로 대학교육협의회(회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가 있지만 대학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대학 개혁이라는 과제를 논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사정이 상대적으로 나은 서울의 대학 총장들이 앞장서 '대학 개혁'이라는 시대적 화두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중앙대는 전체 단과대 정원을 유지하면서도 학생들 선택에 따라 학과 정원은 매년 바뀌는 '유동적 학과 정원 시스템'을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특정 과에 학생이 한 명도 없어도 그 전공은 필요하면 얼마든지 유지될 수 있습니다. 교수들 스스로 학과라는 좁은 틀에 갇혀 학과 학생 몇십명만 데리고 평생 가르치겠다고 생각지 말고, 수백명 단과대 학생, 수천명 재학생 전체를 대상으로 강의하겠다는 식으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대학 개혁이 '인문학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이 총장은 "결과적으로 '인문학 전공자'가 줄어들 수는 있겠지만, 대학 내 인문학 강좌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은 "우리나라 산업계 경쟁력은 세계 10위권이지만 대학 경쟁력은 50위권"이라며 "그 원인은 우리 대학이 안이했고 오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학문 분야가 계속 나오는데도 국내 대학은 학과 이기주의 등으로 새 분야를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앞으로 청년들의 고민을 대학들이 진심으로 귀담아듣고,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2015년 3월 26일 안석배 기자)  

◆ 공대 부활의 신호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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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 공과대학에 입학한 홍 모씨(32)는 이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다시 치른 뒤 지방 의대에 입학했다. 서울대 공대에도 합격했지만 '안정적인 길'을 찾기 위해 주저 없이 의대를 택했다. 학교를 가리지 않고 의대를 선호하는 당시 사회 분위기상 당연한 선택이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병원 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홍씨는 "지방이라도 의대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삼수를 하는 학생이 많았다"며 "나 역시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의대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1970~1990년대에는 정부가 중화학공업에 대한 투자와 반도체, 조선업,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면서 기계·전자·건축공학과 등 공학계열 학과 점수가 주요 의대보다 높았다. 1990년대까지 대학 배치표에는 서울대와 KAIST, 포스텍 등 공대가 상위권을 차지했을 정도였다.

그러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며 공대 위상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가장 먼저 엔지니어를 정리해고 대상자에 올려 놓으면서 공대 출신 직장인들이 길거리로 내몰렸다. 평생 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2000년대 들어 우수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의대 광풍'이 불었다. 전국 의대 정원이 채워진 뒤에야 공대 입시가 시작됐다. 이공계 기피 현상이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경향이 조금씩 바뀌는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울대가 공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학생이 공대와 의대에 중복 합격하고도 공대를 선택했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의대 선호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는 듯해 공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의대 중복 합격 여부를 조사했다"며 "의대 선호 현상은 2000년대 초·중반 강세를 유지하다가 2008년 이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수능 최상위권 학생들이 전국 의대와 서울대 공대에 지원한 비율도 이 같은 변화를 보여준다. 2010년 지방 의대에 합격한 학생들 수능 성적이 상위 1%에 달했다. 그런데 올해 입시에서는 서울대 공대 최상위권 비율이 높아진 데 비해 의대는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며 "한의대와 치대 등 위상이 과거와 비교했을 때 많이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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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가 상위권 학생들에게 다시 관심을 받는 이유는 대기업은 물론 금융업계에서도 공대 출신을 선호하는 등 최근 기업들 사이에 공대 선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박승빈 한국공학한림원 국제협력위원장(KAIST 부총장)은 "의사가 돼도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가 쉽지 않다"며 "공대가 취직이 잘될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을 통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사례가 나오면서 학생들이 공대를 다시 보게 된 것 같다"고 했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 공대 출신 최고경영자(CEO) 출현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 엔지니어 외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로 작용했다.

올해 서울 소재 유명 사립대 의대에 합격하고도 서울대 화공생명공학과에 입학한 이지석 씨(19)는 "5~6년 전만 해도 무조건 의대에 진학했겠지만 여러 진로를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대를 택했다"고 했다. 2012년 서울 소재 의대에 수석 합격하고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선택한 이주헌 씨(22)도 "전자공학과에 진학하면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공대 선호 현상은 이미 미국과 중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대를 졸업하면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미국 온라인임금정보업체 '페이스케일'이 내놓은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많은 연봉을 받는 학과로 1위 석유공학, 2위 화학공학 등 상위 20개 모두 이공계열이 차지했다.

차석원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는 입학하고 2년 뒤 전공을 선택하는데 최근 공대에 진학하려는 학생이 전체 중 50%를 넘어섰다"며 "5~6년 전만 해도 20%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중국 대학평가기관인 중국교우회망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도 중국 대입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학생들이 생명공학이나 컴퓨터공학 등을 선택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대 교수들은 우수한 학생이 꾸준히 공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지방 의대들은 우수 학생들을 놓치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해천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공대에 진학한 학생들이 창의력을 키우고 문제해결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교육의 질적 변화를 통해 우수한 학생들이 뛰어난 공학도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매일경제 2015년 3월 17일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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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년 전, 원숭이와 비슷하지만 두 발로 걸으며 뇌의 크기가 유인원보다 조금 큰 '동물'이 나타났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다. 약 250만년 전에는 현생 인류와 더 가까운 '호모 루돌펜시스'가 출현했다. '호모'는 뇌 크기가 현생 인류와 비슷해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으로 불린다.

지금까지는 호모 루돌펜시스와 이후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가 현생 인류(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가장 오래된 조상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최근 이보다 더 일찍 살았던 '호모'가 발견돼 학계 관심을 끌고 있다. 인류 기원의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것이다.

브라이언 빌라무아레 미국 네바다 라스베이거스대 인류학과 교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스웨덴국립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에티오피아 아파르 지역에서 280만년 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호모 화석(LD350-1)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4일자에 게재됐다.

인류 기원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300만~250만년 전 화석에 목말라 했다. 유인원과 비슷한 화석 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나타나고 이후 사람과 비슷한 화석 인류인 호모 루돌펜시스가 출현한 것은 250만년 전이다. 50만년이라는 공백기에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알려줄 화석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2013년 아파르 지역에서 호모의 한 종으로 보이는 치아와 아래턱 뼈 화석을 발견했다. 화석을 덮고 있는 화산재 동위원소를 분석한 결과 280만~275만년 전 이 지역에서 살았던 현생 인류의 조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위원소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그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를 계산하면 이 화석이 언제 존재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연구진이 발견한 5개 어금니는 정확하게 좌우 대칭을 이루고 있었으며 턱뼈는 가느다란 특징을 갖고 있었다.

허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가영장류센터 선임연구원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호모 하빌리스의 중간적 특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장 오래된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이 발견된 셈이다. 이정모 서울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프렌시스가 출현한 뒤 호모가 나타나기 전까지의 간극을 설명하는 화석"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사이언스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을 통해 당시 지구에서 발생한 많은 지진과 화산으로 인해 기후가 건조하게 바뀌면서 여러 포유류가 나타나고 진화한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가 급격하게 바뀌면서 기존 환경에 적응해왔던 다양한 생물들에게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LD350-1이 발견됐을 당시 지구에는 코끼리, 악어, 물고기 등이 살았으며 대초원도 형성됐던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 2015년 3월 5일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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