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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눈내린 풍경

2021. 1. 19.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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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언컨택트

2021. 1. 18. 07:04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김용섭, “언컨택트,” 2020, 퍼블리온

 

이 책은 요즘 트렌드로 등장한 비대면 현상에 대해 썼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생겨난 비대면 현상은 영어 조어인 언택트’ ‘언컨택트등 다양한 단어들을 만들어냈다. 이 책의 주장은 이 책의 부제인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 진화 코드에 잘 나타나 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언컨택트는 단순히 사람 사이의 관계를 떨어뜨리는 현상이 아니라, 오히려 IT 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컨택트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언컨택트 현상을 일상, 비즈니스, 공동체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언컨택트는 코로나19로 인해 주목을 받게 되었지만, 실제로는 IT 기술의 발달, 즉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에 의해 이미 진행이 된 현상이라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다만 그런 언컨택트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해 주목을 받고, 더 빨리 우리 사회에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되었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배달 도론과 배달 로봇은 코로나19 이전에 이미 개발이 진행되어 실용화 단계까지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 그 도입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시대, 코로나19로 인해 나타난 대표적인 사회현상인 언컨택트 현상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언컨택트 현상을 보게 되고, 현재까지의 언컨택트 기술에 대한 상황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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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내기들이 알려준 오지생활 정보들

산골에 달랑 집 두 채. 경북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 가족과 지인 가족의 집. 사진 이지은(에른) 제공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삶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비 오는 날, 오래된 집에 하루 만에 피어올라 온 곰팡이를 박멸하느라 골몰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전북 김제의 115년 된 시골집을 사 고치며 사는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오느른’ 채널을 운영하는 <문화방송>(MBC) 최별(31) 피디의 사연이다. 유유자적 부러워 보이기만 하는 ‘프로시골러’들에게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런데도 도시의 쫓기는 삶이 싫어서, 코로나19 이후 북적이는 도시를 피하고 싶어서, 천정부지 치솟기만 하는 집값에 인생이 저당 잡히고 싶지 않아서 시골 혹은 오지로 스며들고 싶다면 이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마음은 먹었지만 집이나 땅 구하기부터, 가서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지, 막연한 꿈을 꾸지만 어디서부터 계획을 세워야 할지 막막한 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꿀팁을 전한다.최별 피디(시골 생활 4개월차), 경북 문경 외딴 산골 생활을 웹툰과 책 <도시 소녀 귀농기>를 펴낸 작가 이지은(필명 에른, 시골 생활 5년차), 경북 봉화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유진·송태훈 부부(시골 생활 7년차), 시골집 소개 유튜브 ‘오지는 오진다’ 채널 운영자인 정태준씨(전북 나주 출신)에게 좌충우돌 상황을 줄일, 시골살이 노하우를 전해 들었다.

최별 피디가 고쳐 가며 사는 115년 된 시골집. 사진 최별 제공

 

Q 시골이나 오지도 가지각색, 너무 광범위한데 나에게 맞는 지역 어떻게 찾나?

A 도시와 왕래가 잦은 이는 도시로부터의 거리를 따져라. 경제적인 요건이 중요하다면 부동산 가격을 우선순위에 두자. 자연적인 환경이 중요한 이라면 산과 들, 바다 중 어디를 고를 것인가 정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살 지역의 범위를 좁혀보자. 여기서 유의할 점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가까울수록 땅값이 비싼데, 그렇다고 도시로부터 실제 이동 시간도 짧아지는 건 아니다. 최별 피디는 직장이 있는 서울과 가까운 강화도를 가장 먼저 고려했다가 집값 등의 이유로 수도권에서 먼 지역으로 시선을 옮겼다. 현재 터전을 잡은 김제 집은 강화도 집값의 절반 가격이었다. 그런데 차량 이동 시간은 얼추 비슷했다. 강화도는 교통 체증으로 인한 실제 이동 시간은 김제와 비슷하게 약 3시간 정도 걸렸다고 한다. 흔히 교통 오지로 불리는 경북 봉화, 강원 태백 등도 의외로 서울에서 3시간 안팎이면 도착한다.

 

Q 살고 싶은 지역을 정했다면, 집은 어떻게 구하나? 온라인에 올라온 부동산 매물 믿을만한가?

A 시골집이나 오지 땅 시세는 도시에서 아파트 매매가를 알아보듯 손쉽게 알아보기가 어렵다. 온라인상 정보로는 시골 빈집, 농가, 폐가 등을 싼값으로 소개하는 블로그, 유튜브 게시물 등이 있다. 온라인에 올라온 저렴한 매물 가운데 일부는 미끼 상품일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매물로 올라온 집을 보러 갔는데 정작 가면 이미 팔렸거나 없는 매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집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 또한 중요하다. 인근에서 비료나 축사 냄새가 심하게 나거나, 집 근처가 모두 폐가라서 안전이 걱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정보는 직접 눈으로 봐야 확인이 가능하다. 귀농귀촌종합센터(returnfarm.com)에서는 “농가 주택의 경우 대지가 아닌 농지에 지은 집일 수 있고, 땅 주인과 건물주가 다르거나 무허가 건물인 경우도 있으므로 토지대장, 건물등기부등본, 건축물대장을 꼭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가고 싶은 지역의 농촌 빈집 정비 담당자(건축과 등)에게 문의하는 것도 안전한 방법이다.내가 살 집이기에, 전국구 발품을 피할 순 없다. 다만 집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헤매는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최별 피디는 주변의 간섭이 적고 채광이 좋은 집을 조건으로 삼았다. 그가 구한 집은 양지바른 논 한가운데 있는 집이다. 해가 잘 드는 집, 이웃과 떨어져 있는 집, 논밭을 끼고 있는 집, 산에 있는 집 등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상상해보자. 봉화에 사는 송태훈씨의 조언도 귀 기울일 만하다. 그는 “임대로 집을 먼저 구해 지역이 자신과 잘 맞는지 살아보면서 알아보는 게 좋다. 그러면서 시골살이도 적응이 된다. 지역에서 정보를 얻어 살 집이나 땅을 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의 경우 농촌체험 등을 원하는 귀농 희망자에게 임시 거처를 제공하는 ‘귀농인의 집’을 운영하기도 하니 이를 활용해도 좋다.

최별 피디의 집에서 보이는 시골집 풍경. 사진 최별 제공

 

Q 살고 싶은 지역에 연고도 없고, 지역 공동체에 낄 자신은 더 없다면? 이럴 땐 지역 정보를 어디서 얻나?

A 문경에 사는 이지은 작가는 “헤매지 않으려면 지자체 농촌개발과 등 관련 부서에 가보라”고 권했다. 각 지역에 있는 농업기술센터,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1년에 서너번씩 열리는 귀농·귀촌 박람회도 도움이 된다. 지자체별로 상담 부스가 있어 지역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지은 작가는 “청년 세대가 관심을 갖고 문의하면 어디든 엄청 환영해줄 것”이라며 귀띔하기도 했다.

Q 오래된 시골집 고치기와 내 집 짓기, 어느 쪽이 더 좋을까?

A 오래되거나 비어 있어 관리가 되지 않았던 빈집의 경우, 비용이나 투입하는 노동력 등이 집 짓는 것 이상일 수도 있다. 전남 나주에 가족 대대로 내려오는 시골집을 고치기 시작한 정태준씨는 끝없이 들어가는 수리비에 잠시 수리를 중단했다. 최별 피디의 경우 집수리비가 집값을 넘어섰다고 한다. “지금까지 굵직한 수리비가 5100만원이었다.(집 구매 비용은 4500만원) 시골집이라 완벽하게 보수가 안 되고 살면서 계속 고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집을 짓는 게 더 쉬울 수는 있었겠지만, 지붕 아래 서까래 등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경제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도 재밌고, 이제는 집이 살아 숨 쉰다는 느낌이 들어 좋다”고 전했다.

 

반듯하진

않지만 정취 있는 전남 나주 시골집 풍경. 사진 정태준 제공

 

Q 전화와 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곳, 어떻게 해결하나?

A 인터넷 연결은 어디든 가능하지만, 한편으론 도시에서처럼 콜센터에 전화해 주소만 불러주면 금방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이지은 작가의 경우 산골에 집을 지으며 인터넷 선을 연결하기 위해 집 옆에 전봇대를 새로 세워야 했다. 계약 조건도 도시에서와 달리 복잡했다. 봉화의 이유진씨도 회선 설치를 하는데 시일이 한참 걸려 한동안 전화도, 인터넷도 연결 안 된 상태로 살았다. 잠시 단절된 생활을 즐기고 싶다면 괜찮지만, 집을 얻는 순간 인터넷 설치 등을 알아보는 것이 좋다.

 

Q 시골살이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지역 공동체와의 관계라고 하더라. A 대부분의 정보가 알음알음 유통된다. 농사를 기반으로 오랜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집을 내놓을 때도 “우리 집 팔려는데 누구 살 사람 없냐”며 부동산이 아닌 옆집에 물어보는 식이다. 외지인에게는 알짜배기 정보가 닿지 않기도 한다. 누구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다 아는 분위기에 적응하기 쉽지는 않지만, 협소한 공동체인 만큼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반대로 조용히 지내고 싶어 시골에 왔는데, 온갖 마을 행사에 동원되는 건 아닌가 걱정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집을 마을과 적정한 거리두기가 가능한 곳으로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오래된 시골집을 고치는 데는 비용과 노동력이 새로 집을 짓는 이상일 수도 있지만 오래된 집이 주는 정취가 있다. 사진 정태준 제공

 

Q 하던 일을 정리하고 왔는데,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나?

A 군청 누리집을 공략하라. 등잔 밑이 어둡다. 지역에 있으면 지인이 많아야 알음알음 정보를 얻을 것 같지만 사실 웬만한 정보는 군청 누리집에 있다. 송태훈씨는 “직업에 대해 발상을 전환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곳이 시골이다. 도시에서 했던 일을 고집하지 않고, 생계 수단이라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아주 넓다. 컴퓨터를 만지는 일부터 농사일까지, 특히 젊은 사람에게는 대부분의 일자리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Q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지살이 왜 좋은가?

A 이지은 작가는 “산책할 때 누구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곳에는 이 작가의 가족을 포함해 단 두 가구만 산다. 그는 “도시는 집에 혼자 있어도 창밖의 사람, 길에서 들려오는 소음이 있지 않나. 여기서는 오롯이 혼자 있고 싶을 때 그게 가능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별 피디도 말했다. “풍경이 주는 힘이 아주 큰 것 같다. 일을 놓지 않았으니 밤새는 일상은 똑같고, 집안일에 텃밭 농사까지 체력적으로는 더 힘들다. 그런데 잠깐 넓은 평야 보면서 쉬거나 텃밭에 작물 자라는 것을 들여다보는, 하루 고작 20~30분밖에 되지 않는 그 시간의 힘이 엄청 크다.”

 

신소윤 기자

 

[한겨레 2020년 11월 5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68809.html#csidx8c87b85f7b52b65b7f2a7c3e75ef40a

7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
아늑한 협곡에서 아득한 시간 여행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답리 ‘좌상바위’ 건너편 강가로 가는 오솔길. 김선식 기자

 

서울에서 차로 1시간 남짓 거리인 경기 연천군은 그동안 여행지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가을 여행지로 연천을 찾은 건 순전히 지난 7월에 있었던 사건 때문이었다. 유네스코가 경기 연천군·포천시와 강원 철원군 한탄강 일대 26개소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그중 10개소가 연천에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은 현재 전 세계 44개 나라, 161곳(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포함)이다. 국내는 제주도, 경북 청송, 무등산 일대, 한탄강 일대 등 총 4곳이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을 인증할 때 지질학적 가치에 더해 지속적이고 수월한 지질여행 가능성을 검토한다. 한탄강 일대는 전 세계적인 지질 여행 명소로 발돋움할 디딤돌이 놓인 셈이다. 돌, 흙, 땅을 둘러보는 시간이 다소 따분할 거란 우려가 앞섰다.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수풀과 강이 휘감은 거대한 암석 앞에서 아득한 과거를 상상하는 여행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지난달 24일 경기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명소 중 한 곳인 ‘백의리층’ 들머리에 도착했다. 거대한 양수시설 옆에 ‘한탄강과 농업용수’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보였다. ‘현무암 용암대지는 보수력(흙이 수분을 보존하는 힘)이 약해 농사를 짓기 힘들었다. 현무암 협곡의 발달로 평지보다 20~30m 아래로 흐르는 강물을 끌어 올려 지금과 같은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년 전’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만 해도 한탄강 일대는 황무지였단 것이다.

백의리층 들머리에 있는 ‘한탄강과 농업용수’ 안내판 위에 앉은 청개구리. 김선식 기자

 

한 토막 ‘지역 문명의 역사’를 소개하는 안내판 맨 위 모서리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았다. 앞발에 턱을 괸 채 미동도 없다. 반질반질한 피부는 초록빛이 흐릿했지만 눈, 코, 귀를 잇는 검은 띠는 선명했다. 그 영롱한 자태를 한참 바라보다가 개구리 피부에 들러붙은 초록 벌레들을 발견했다. 진딧물로 보였다. 진딧물 종류를 식별할 수 있다면? 진딧물이 주로 기생하는 식물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식물을 알면 개구리가 진딧물을 묻혀 온 지난 경로를 어림짐작해볼 수 있다. 지질여행에 앞선 몸풀기였을까. 무미건조하고 사소해 보이는 장면 앞에서 눈이 반짝였다. 마른 땅의 피부를 살펴 먼 과거의 시공간을 상상하는 연천 지질여행 내내 그러했다.

거대한 현무암 주상절리 아래 깔려 있는 하천 퇴적암(강 자갈)층이 백의리층이다. 김선식 기자

 

‘백의리층’ 위 현무암이 만든 기암절벽 앞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한쪽은 유화물감을 두껍게 덧칠한 듯, 한쪽은 조각칼로 파낸 듯 무늬가 다채롭다. 웅장하고 생경한 땅의 무늬는 낯선 공간을 실감케 한다. ‘백의리층’은 현무암 절벽 아래에 깔린 하천 퇴적층(강 자갈층)이다. 그 흔적은 먼 과거 용암이 강을 뒤덮었음을 증언한다. 약 54만~12만년 전 한탄강 최상류 쪽에 있는 북한 지역의 강원도 평강군 오리산 일대에서 수차례 화산이 폭발했다. 용암이 분출해 한탄강을 따라 임진강까지 100㎞ 넘게 흘렀다. 옛 한탄강 유역이 용암 대지로 변했다. 용암이 식어 굳어버린 땅에 다시 비가 내리고 물이 흘렀다. 새로 난 한탄강 물길이 변형되며 현재에 이른다. 연천에서 백의리층을 처음 발견한 곳은 ‘청산면 백의리’다. 지층 이름을 마을 지명에서 따왔다. 백의리층이 잘 보존돼 있는 이곳 고문리 협곡 일대 지질 명소도 ‘백의리층’이라 부른다.

청산면 장탄리 일대 한탄강 풍경. 연천군청은 이달 중 한탄강과 임진강에서 카약 무료 체험 교실을 5일간 운영할 계획이다. 김선식 기자

 

한탄강 협곡은 주상절리 천지다. 한탄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부근 약 2㎞ 협곡을 따라 높이 약 25m 주상절리 절벽이다. ‘임진강 주상절리’(미산면 동이리)라 부르는 곳이다. 3~8각형 기둥 모양 암석들이 빼곡히 붙은 주상절리 절벽은 ‘임진강 적벽’이라 일컫기도 한다. 가을철 단풍이 절벽을 붉게 물들이기 때문이다. 임진강 주상절리 건너편 강가에서 용암이 강을 따라 흐르는 장면을 상상했다. 시뻘건 용암이 강을 따라 일대를 뒤덮으며 온 세상을 수증기로 가득 채웠을 것이다. 용암은 식어 굳으면서 수축해, 버쩍 마른 논바닥처럼 쩍쩍 갈라지듯 틈(절리)을 만든다. 오랜 세월 그 사이로 비와 눈, 바람과 물이 지나가며 틈을 벌리고 물줄기를 만든다. 협곡이 생기고 양쪽 절벽에선 천천히 암석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연천 일대 주상절리를 감상할 만한 곳은 재인폭포(연천읍 부곡리)와 ‘차탄천(한탄강 지류) 주상절리’(연천읍 통현리)가 대표적이다.

연천읍 부곡리 ‘재인폭포’. 김선식 기자

 

용암이 만든 암석은 아주 젊은 축에 속한다. 한탄강 협곡엔 공룡이 생존하던 중생대 백악기 후기(약 7000만년 전)에 생긴 바위도 있다. ‘좌상바위’(전곡읍 신답리)다. 당시 화산 폭발로 용암이 분출해 그 자리에 높이 약 60m 바위산으로 식어버렸다고 한다. 강가로 내려가는 오솔길에서 보면 평범한 바위산처럼 보인다. 가까이 가면 희끗한 세로 방향 띠와 흰 점 무늬가 도드라져 보인다. 오랜 풍화작용 흔적이다. 흰 점은 암석의 칼슘 성분이 현무암 구멍을 채운 것으로, 신생대 4기(수십만 년 전) 현무암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라고 한다. 좌상바위 아래 기반암은 고생대 데본기(약 4억년 전)에 생성된 변성퇴적암 ‘미산암’이다. 어류가 번성하고 원시 양서류가 처음 출현할 무렵(데본기)에 생긴 암석이니 그 기원과 역사를 상상하기조차 막막하다. 암석 이름은 첫 발견 장소(연천군 미산면) 지명에서 따왔다.

중생대 백악기 후기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는 좌상바위. 김선식 기자

 

유네스코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인증 과정에서 ‘미산층’과 ‘아우라지 베개용암’은 중요한 몫을 담당했다고 전해진다. 윤미숙 연천군청 관광과 지질생태팀장은 “세계지질공원 인증 과정에서 세계적으로도 학술적 가치가 있는 곳인지를 평가하는데 한탄강 26개 지질명소 중 미산층과 베개용암이 그런 곳으로 평가받았다”고 말했다. 베개용암은 현무암이 베개 모양 같다고 붙인 지질학 공식 명칭(pillow lava)이다. 아우라지 베개용암(천연기념물 제 542호·전곡읍 신답리·전망대 위치 기준)은 한탄강과 영평천이 만나는 길목(아우라지)에 있다. 포천시에 있지만, 베개용암을 조망하는 전망대는 연천군에 있다. 베개 수백개를 쌓아 올린 것처럼 절벽 밑동에 베개용암이 촘촘하다.

‘아우라지 베개용암’ 절벽. 베개가 촘촘히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암석들이 베개용암이다. 김선식 기자

 

베개용암은 용암이 물을 만나 급격히 식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현재 베개용암이 있는 자리가 용암이 흐를 당시엔 강이나 바다였다고 보는 이유다. 물 속으로 흘러든 용암은 겉면이 먼저 굳어 검은 껍질을 만든다. 껍질 안에 남은 용암은 틈을 뚫고 나와 굳기를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베개모양 현무암을 남긴다. 국내 육지에서 베개용암을 볼 수 있는 곳은 아우라지 베개용암이 유일하다. 전 세계적으로도 대부분 해저 지형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전곡읍 ‘전곡리유적’ 들머리에 있는 조형물. 김선식 기자

전곡읍 ‘전곡리유적’ 들머리에 있는 조형물. 김선식 기자

 

용암 대지에 다시 강이 흐르고 숲이 생길 무렵 구석기시대 사람들이 나타났다.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아슐리안형 주먹도끼가 발견된 전곡읍 전곡리에 구석기인들이 출현한 시점은 약 30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1979년 최초 발굴 조사 이후 30여년 동안 전곡리 일대에서 발견한 구석기 유물은 약 8500여점이다. 구석기인들은 용암 대지를 뒤덮은 퇴적층에 유물을 남겼다.

연천 전곡리유적. 김선식 기자

전곡리유적 토층전시관에 전시한 아슐리안 주먹도끼 모형. 김선식 기자

 

오랜 세월이 흘러 서기 500~600년대 고구려인들은 용암이 만든 주상절리 절벽을 활용해 방어선을 구축했다. 연천 고구려 3대 성이라고 부르는 호로고루, 당포성, 은대리성은 남쪽과 북쪽에서 임진·한탄강이 깎은 약 15m 높이 주상절리 절벽 위 삼각형 모양 평지에 쌓았다. 마치 100여년 전 연천 농민들이 한탄강 물을 끌어올려 처음으로 제대로 된 농사를 지었다는 설명처럼 고구려는 물론 구석기시대 얘기도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멀리 고생대부터 수십만 년 전 땅의 흔적들을 되짚어왔기 때문일 것이다.화려하거나 장엄한 볼거리에 시선이 빼앗기는 여느 여행과는 다른 맛이 지질 여행엔 있다. 켜켜이 쌓인 지질층에 드러나는 지구의 역사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여행으로 우리를 인도한다. 유유히 흐르는 평화로운 강 풍경은 덤이다.

 

연천(경기)/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호로고루’. 김선식 기자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호로고루’ 전경. 김선식 기자

[ESC] 연천 지질여행 수첩이용 정보

 

연천 지질 명소 가운데 인터넷 지도 검색으로 찾기 어려운 곳들이 있다. 주차장 또는 근처 갓길 주소는 다음과 같다. 전곡리 유적(전곡읍 평화로 443번길 2), 재인폭포(연천읍 부곡리 192), 백의리층(연천읍 고문리 212), 아우라지 베개용암(전곡읍 신답리 17-44), 좌상바위(전곡읍 신답리 17-38), 당포성(미산면 동이리 778), 임진강 주상절리(미산면 동이리 64-1), 동막리 응회암(연천읍 동막리 198), 차탄천 주상절리(연천읍 통현리 1045), 은대리 판상절리와 습곡구조(전곡읍 은대리 730). 전곡리 유적은 매주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다. 7일 현재 내부 선사박물관은 시간당 50명 이내 입장이 가능하다.(전곡리 유적 안내 031-832-2570) 전곡리유적은 토층전시관, 선사박물관 등 실내 시설 외에도 드넓은 숲과 산책로, 정원 등이 있다. 연천군청과 백학저수지협동조합은 한탄강·임진강에서 카약을 타고 주상절리 등을 관찰하는 무료 체험교실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 16, 17, 18, 24, 25일 총 5일간 진행한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3시 각 20명까지 참여할 수 있다.(문의 연천군청 관광과 031-839-2061) 지질공원 관련 정보는 전곡리유적과 재인폭포 탐방안내소에서 상시(오전 10시~오후 5시) 근무하는 지질공원 해설사에게 문의할 수 있다. 10명 이상 단체 여행객은 연천군청에 지질공원 해설사 동행을 신청할 수 있다.(문의 연천군청 관광과 지질생태팀 031-839-2289)식당 명신반점(전곡읍 전곡역로 61/031-832-2307)은 연천에서 유명한 중국집이다. 탕수육(1만5000원부터), ‘매운간짜장’(6000원), 베이컨볶음밥(8000원) 등을 판매한다. 한탄강강변매운탕(전곡읍 선사로 149/031-832-4561)은 민물 매운탕과 숯불 민물장어 구이 메뉴 등이 있다.숙소 백학자유로 리조트(연천군 노아로 491번길 283/031-839-3000)는 객실 145실과 식당가, 컨벤션, 산책로 등을 갖췄다. 객실이 깔끔한 편이다.김선식 기자

호로고루 앞 해바라기 밭에 핀 코스모스. 김선식 기자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 ‘호로고루’ 전경. 김선식 기자

 

연천(경기)/글·사진 김선식 기자

 

[한겨레 2020년 10월 8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65130.html?_fr=mt3#csidx96184488c1976a1bac50c8a6217d21a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622 )

 

실물 경제는 어려운데 뜨겁기만 한 자본 시장의 문제점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급등, 코스피 지수 3,000 돌파 등 서민들의 기를 죽이는 뉴스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정책 발표에도 계속 오르는 부동산의 경우에 서민들은 투자할 자금이 없어서 속만 탑니다.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돌파했지만, 상승을 떠받치는 주체가 개미들이고, 실물 경제와 괴리되어 있다는 점에서 불안하기만 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모두의 부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동산 가격과 코스피 지수가 증가한다면 축하할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 하에서 갈 곳을 잃은 부동 자금이 이리저리 흘러 다니면서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는 것입니다.

자칫 빚을 내서 무리하게 투자한 서민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니까요.

 

부동 자금의 막강한 힘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현상들 중의 하나가 바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가상화폐 가격의 급등입니다.

한 동안 바닥을 치던 비트코인의 가격이 3,000만 원을 넘어 4,000만 원을 호가한다는 뉴스가 들립니다.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 실체가 불분명한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가 극성을 부리면서 투기 자본주의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가 않은 것은 저만의 느낌일까요?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에 대한 투자를 위해 빚을 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0퍼센트를 넘어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더 큰 문제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부채, 예를 들면 전세금의 비율까지 합하면 가계부채 비율은 이미 위험선을 넘었다고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전세금이 갭투자에 활용될 경우에는 공식 집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부채나 마찬가지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는 어차피 자본주의 시장의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이 크게 걱정할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는 국민 모두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대통령 국정 지지도에까지 가장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빈부격차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삶의 질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 관계자들, 수많은 전문가들이 대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에 제가 의견을 내는 것이 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답답한 마음에 제 나름 대로의 분석과 해결책(이라기보다는 하소연)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물론 어떤 해결책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현상에서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수요-공급의 법칙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정부에서도 커지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역세권 고밀도 개발, 공공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의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처럼 커지는 공급을 일부 자본이 독차지함으로써 오히려 자본의 배를 불려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 문제를 최우선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대출 규모를 제한하는 등 부동자금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봐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이 정책이 자칫 어려운 경기 상황에 찬물을 끼얹는 역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가장 확실한 대책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또 이참에 전세 제도를 없애는 등 갭투자를 방지하는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런 모든 정책을 시행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정책 집행자들의 공정성 문제입니다.

여당과 대통령의 지지도가 떨어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정부정책과는 배치된 행동을 보이고 있는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어느 지자체 단체장이 산하 고급 공무원들의 다주택자 제제 발언을 한 것이 최근 인기가 급상승한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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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발송되었던 뉴스레터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제 개인 블로그 http://happyengineer.tistory.com/<주간 뉴스레터> 목록에서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KICA 산업카운슬링사업단은
최근 사회와 직장에서 사람존중의 이념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산업카운슬링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일하는 사람과 조직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원장 김양순)는 ‘KICA 산업카운슬링사업단’ 발대식을 28일 오후2시 여의도에 있는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사무실에서 성료했다고 밝혔다. 오늘 발대식은 코로나19 정부 방역관리지침의 철저한 준수로 외부인사는 초청없이 축하 메시지로 대체하고 내부인사만으로 진행했다.

KICA 산업카운슬링사업단은 최근 사회와 직장에서 사람존중의 이념으로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에 맞춰 산업카운슬링의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며, 일하는 사람과 조직을 지원할 목적으로 출범했다.


                           김양순 원장의 산업카운슬링사업단 발대식 개회인사

오늘 발대식은 김양순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 원장의 개회인사, 조화건 총괄단장의 취지선언, 이정문 대외협력단장의 발대인사, 김송호 본부장의 사업소개로 진행되며, 조영만 이사, 강광일 46기 회장, 박래훈 48기 회장의 축사가 있었으며, 이재한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송재희 중소벤처무역협회 회장,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의 축하메세지로 1부 발대행사가 진행되었고, 2부 축하행사는 기념떡 컷팅과 새로운 출발! 현판-사무실 테이프 컷팅으로 진행되었다.


                           산업카운슬링사업단 발대식 후 기념사진



산업카운슬링이란 인간중심, 인간존중을 기본이념으로써 일하는 사람이 심신과 함께 건강하며, 각각의 개성과 역할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지원하는 카운슬링 활동이다. 카운슬링의 학술연구와 현장실천에 근거하고, 개인 집단은 보다 나은 조직에 대하여 제공되어 그것들의 성장발전과 공생관계의 실현, 나아가서는 지속가능한 행복의 사회창조에 기여하는 전문적 과정이다.

한국산업카운슬러협회는 1988.01.23 설립되어 32년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산업카운슬링분야의 선두적인 협회로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건강하고, 보람있고, 행복한 삶을 지원하는 산업카운슬러’이라는 뜻과 이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이를 지표로 삼아 항상 발전시켜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며, 공동체의 활성화에 기여하고, 사람들이 신뢰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사회만들기에 기여하고자 산업카운슬러 양성사업, 상담지원사업, 교육연수사업, 멤버쉽시스템 구축,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개발, 사내고충처리상담, 인간관계지도, 커리어.전직 지원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출처 : 뉴스퍼스트(http://www.newsfirst.co.kr) 2020년 11월 28일

눈 내린 올림픽공원

2021. 1. 12. 06:59 | Posted by 행복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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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집단상담의 실제

2021. 1. 11.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강진령, “집단상담의 실제,” 2011, 학지사

 

집단상담은 개인 상담에 대비되는 개념이다. 상담 하면 대부분 개별적으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마주 대화하는 형식을 생각하는데, 집단상담은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여서 개인 혹은 공통의 문제를 얘기하면서 해결책을 모색하는 상담이다. 개인 상담도 심리 관련 지식과 상담 경험 등이 필요하지만, 집단상담은 그 외에도 효율적인 상담 진행을 위해 유의해야 할 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책 <집단상담의 실제>는 집단상담을 위한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이론도 참고할 만하지만, 이론에 따른 예화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이해를 쉽게 하도록 한다는 특징이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일반인들이 읽을 만한 책은 아니다. 나의 경우에는 산업카운슬러1급 과정을 배우고 있고, 그 과정 중에 포함된 집단상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읽어본 책이다. 집단상담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알고 싶은 심리상담사 등이 참고로 할 만한 교과서적인 책이다.

 

자는 동안에는 체내의 수분이 줄어들어 혈액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몸속에 수분이 모자라니 혈액이 끈적끈적해져 원활한 흐름을 방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기 전 물을 마시라고 권하지만, 화장실을 들락거릴 까봐 걱정인 사람도 있다. 취침 전 물 섭취의 건강효과와 수면건강에 대해 알아본다.

 

◆ 기저질환 있으면 돌연사 위험까지… “피가 끈끈해져요”

혈액의 구성 성분은 물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낮에 물을 충분히 마시면 피의 흐름이 원활해지고 혈액 내에 노폐물이 많이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저녁 식사 후 취침 전까지 물을 마시지 않으면 10시간 이상 체내에 수분 공급이 끊기는 것이다. 당연히 혈액에도 영향을 미쳐 혈액의 점도가 올라가 피의 흐름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등 기저질환이 있거나 비만, 운동부족인 사람이 수분 섭취마저 부족할 경우 피가 끈끈해져 혈전(피떡)이 잘 생길 수 있다. 새벽에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피떡이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을 갑자기 막아 심장 근육으로 피가 흐르지 않기 때문이다. 심장병 환자는 취침 전이나 기상 직후 맑은 물을 마시는 게 좋다.

 

◆ 눈, 피부, 변비 예방, 다리 경련… 취침 전 물 섭취 효과

잠들기 전 물을 마시면 혈액 건강 뿐 아니라 눈, 피부, 장 건강에도 좋다. 낮, 저녁에 스마트폰을 보느라 혹사당한 눈에 수분을 보충해 눈을 보호한다. 또한 수면 중 피부를 촉촉하고 탄력있게 만들어줘 노화를 늦출 수도 있다. 변비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장 운동을 촉진시켜 아침 배변을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 자는 중에 다리 경련이 자주 일어난다면 꼭 물을 마시자. 다리 근육에 수분이 모자라면 경련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다.

 

◆ “화장실 가기 귀찮아요”

취침 전 이온음료 등 첨가물이 없는 맑은 물을 마시는 게 좋다. 하지만 소변을 보기 위해 수면 중 깰 수 있다는 게 딜레마다. 차라리 모자라는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게 더 낫다는 사람도 있다. 가뜩이나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데 잠들기 직전 물까지 마시면 수면건강에 더욱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당연한 지적이다.

이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몸 상태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수면 중 소변을 자주 보는 야뇨증의 기미가 있다면 물을 마시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 혈압이 높거나 심장이 좋지 않다면 물을 조금이라도 섭취하는 게 더 이로울 수 있다. 혈액은 심장, 동맥, 모세혈관, 정맥을 통해 체내의 각 조직을 끊임없이 순환하며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하고 노폐물을 배출시킨다. 생명유지의 핵심인 혈액의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 한 밤 중 소변이 잦다면…나만의 요강을 마련할까?

자기 전 물 한 잔이 부담스럽다면 방 안에 요강을 두면 어떨까? 한 밤 중 깨서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소리나 조명 때문에 잠이 확 깰 수 있다. 나만의 ‘소변 그릇’을 마련하면 어떨까? 화장실 문턱을 넘느라 넘어지는 사고도 방지할 수 있다. 함께 자는 부부라면 배우자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 노약자는 화장실 낙상 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수명(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김용 기자

 

[코메디닷컴 2020년 12월 11일]

나와 옛 유배자들, 섬사람 생각하며
볼 것도 들을 것도 할 것도 없는 시간
외딴 섬마을에서 자발적인 ‘유배 여행’

지난 18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사리 ‘유배 문화 공원’에 있는 한옥 숙박 시설(유배 체험 공간). 김선식 기자가 사리 마을에서 묵은 숙소다. 사진 박재길 전 사리 마을 이장 제공

 

‘유배’를 자처한 기자는 발을 동동 굴렀다. 거센 풍랑에 배를 띄울 수 없다고 했다. 섬에 도착한 지 이틀째, 육지로 돌아갈 길이 막혔다. 외딴 섬마을로 떠난 자발적인 ‘유배 여행’은 점점 ‘강제 유배’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지난 20일 오전 10시께 전남 흑산도 흑산항에 헬리콥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센 풍랑을 피해 항구에 정박한 어선 선원(40·인도네시아인)이 위급했다. 증상은 두통, 구토, 의식불명이었다. 배로는 큰 병원에 갈 수 없는 상황. 흑산면 보건지소는 급히 닥터 헬기를 불러 환자를 목포 한국병원(권역 외상센터)으로 이송했다. 섬사람들은 아침부터 헬기를 보고 환자가 생긴 걸 직감했다. “보시오, 이게 섬사람들 일상이지라.”흑산도 본섬(부속섬 제외)에만 인구 2336명이 거주한다.(지난 10월31일 기준) 그 안에 동네의원 1곳, 보건지소 1곳, 보건진료소 1곳이 있다. 초등학교 1곳, 중학교 1곳 있다. 고등학교는 없다. 이발소 1곳, 미용실 1곳, 카페 3곳이 있다. 흑산도를 한 바퀴 도는 일주도로는 1996년 개통했다. 도로포장은 2010년에야 완공했다. 일주도로가 없던 시절 흑산도 사람들은 학교와 일터에 갈 때 산을 넘어야 했다.

전남 신안군 흑산면 비리에 있는 상라산 정상에서 내려다본 ‘열두 굽잇길’. 김선식 기자

 

전통적인 유명 여행지 ‘홍도’(흑산면 홍도리)는 흑산도 부속 섬이다. 단체 여행객들은 홍도를 둘러보고 나서 짬을 내 흑산도에 들른다. 주객이 바뀐 셈이다. 관광버스 타고 주요 코스를 도장 찍듯 돈다고 한다.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 상라산 정상, ‘최익현 유배지’, ‘유배 문화 공원’, ‘고래 공원’, ‘지도 바위’ 등이다. 그중 ‘유배 문화 공원’은 흑산도 동남쪽 사리에 있다. 아담한 돌담과 포구가 정겨운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76세대, 125명)은 대부분 어업과 농업에 종사한다. 그 마을에서 조선 후기 문신 정약전(1758~1816)이 신유사옥 이후 약 7년간 유배살이 했다. 흑산도는 고려·조선 시대 죽임을 면한 중죄인들을 유배한 섬으로 전해진다. 신안군청이 2009~2014년 사리에 ‘유배 문화 공원’을 만든 까닭이다.

‘고래 공원’ 근처에 있는 ‘흑산도 아가씨’ 동상. 김선식 기자

 

한해 마지막 달을 앞두고 사리로 떠났다. 자칫하면 뱃길이 막힐 수도 있는 외딴 섬마을에서 2박3일 머물기로 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어둡고 적막한 곳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이라고 여겼다. 그곳에선 현란한 불빛과 소음, 뉴스, 영상을 피할 수 있었다. 저녁 시간 방 안에 감도는 정적을 만끽했다. 볼 것도, 들을 것도, 할 것도 없는 시간이었다. 자발적인 ‘유배 여행’은 나와 옛 유배자들과, 섬사람들을 생각하는 여행을 권했다.최근 몇 년 사이 ‘자발적 유배’라는 이름으로 유배를 자처하는 여행자들이 생겨나고 있다. 바쁘고 어수선한 일상에서 한 발 떨어져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는 것이다. 이왕 가는 ‘유배 여행’ 행선지를 옛 유배지들로 정하기도 한다. 다산 정약용 유배지 전남 강진, 추사 김정희 유배지 제주도 서귀포시가 대표적이다.

흑산항 주위를 서성이는 쇠재두루미. 김선식 기자

 

흑산항에는 쇠재두루미 한 마리가 서성였다. 국내에선 역대 5번째로 발견된 희귀종이라고 한다. 몽골 내륙 등지에서 번식하고 히말라야 산맥을 무리 지어 넘어, 아프리카, 인도, 중국 등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다. 대오에서 낙오해 동아시아 지역 외딴 섬 흑산도에 홀로 날아든 것으로 보인다. 새는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가 깃털 손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나 또한 뱃길이 막혀 하릴없이 흑산항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집에 돌아갈 날을 셈해 봤지만, 부질없는 일이었다. 저물어가는 한 해를 붙잡고 외딴 섬에서 나 홀로 오롯한 시간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흑산도(전남)/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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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고요하고 쓸쓸해서 좋더라…흑산도 ‘유배 여행’푸른 어둠과 거의 완벽한 무소음의 세계손암 정약전 유배지 사리마을에서 2박3일

 

 

한겨레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섹션별 뉴스 기사, 포토, 날씨 정보 등 제공.

www.hani.co.kr

지난 19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사리 포구. 김선식 기자

 

애초 계획한 일정은 2박3일이었다. 지난 17일 낮 12시50분, 목포항에서 쾌속선 ‘뉴 골드스타 호’에 올랐다. 전남 신안군 1004개 섬 중에서도 남서쪽에 외따로 떨어진 흑산면 흑산도로 가는 길이었다. 흑산항(예리)까지 약 2시간, 항구에서 흑산도 동남쪽 ‘사리’까지 차로 20여분 달렸다. 다산 정약용의 둘째 형이자 조선 후기 문인 손암 정약전(1758~1816)이 유배 생활한 마을이다. 정약전은 1801년 신유사옥 당시 신지도(완도)와 우이도(당시 소흑산도)를 거쳐 흑산도로 유배됐다. 신유사옥은 어린 순조가 등극하자 영조의 계비 정순왕후가 수렴청정하면서 노론 벽파가 시파와 남인 세력을 몰아내려고 벌인 천주교 박해 사건이다. 신안군청이 사리에 만든 ‘유배 문화 공원’에 유배인 거주지를 재현한 숙소들이 있다. 전통 한옥을 본떠 초가지붕과 툇마루를 세우고 문에 창호지를 발랐다. 그곳에 조용히 머물 참이었다.

사리 마을 돌담 길. 김선식 기자

 

‘유배 여행’ 이튿날 오후부터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해상 기상이 나빠져 배가 묶였다. 흑산항엔 여객선이 오지 않았다. 먼바다에서 풍랑을 피하려는 어선들만 몰려들었다. 자발적인 유배 여행은 점점 ‘강제 유배’를 향해 가고 있었다. 반나절이 멀다 하고 섬 주민들에게 물었다. “설마 내일은 배가 뜨겠죠?” 조바심 내는 육지 사람이 유난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흑산면사무소 박상혁 계장이 점잖게 응대했다. “가만~히 기다려보소.” 파도를 잠재우는 건 하늘에 달린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느긋하게 ‘유배 여행’을 이어가는 것뿐이었다.

고려 시대 해적들을 가둔 섬으로 전해지는 흑산면 진리 ‘옥섬’. 김선식 기자

 

‘자산은 흑산이다. 난 흑산에 유배 왔다. 흑산이란 이름은 검고 어두워서 두려운 느낌을 주었다. 집안사람들은 편지를 쓸 때 흑산을 늘 자산이라고 썼다. 자는 흑과 같은 뜻이다.’ 정약전은 1814년 흑산도에서 집필한 ‘국내 최초 바다 생물 백과사전’ <자산어보> 서문에 이같이 썼다. 섬 주민들도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다는 뜻”이라고 흑산도를 설명했다.

‘유배 문화 공원’ 한옥 숙박 시설(유배 체험 공간) 방 내부. 김선식 기자

 

마을도 까맸다. 저녁 7시, 사리는 이미 밤이었다. 숙소 길목을 잠시 헤맸다.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의지해 집을 찾았다. 신발을 벗고 어둠 속을 더듬어 무릎보다 높은 툇마루에 올랐다. 가방을 내려놓고 키보다 낮은 창호지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을 드나들 때마다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어둠은 소리마저 집어삼켰다. 차 소리, 사람 소리, 티브이(TV) 소리, 풀벌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완벽한 무소음의 세계’였다.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도 괜히 조심스러웠다. 소리 크기엔 아무런 차이가 없을지언정 아주 천천히 물을 내렸다. 할 일이 없었다. 이미 흑산항에서 저녁을 먹고 들어왔다. 사리엔 식당이 없다. 볼 것도 들을 것도 없는 시간, 스마트폰도 내려놓았다. 오랜만에 소리도, 영상도, 뉴스도 없는 저녁 시간을 즐겼다. 책을 읽다가 공상에 빠졌다가 절절 끓는 방바닥에 앉아 졸았다. 다시 깨서 생각에 잠겼다. 정약전도 200여년 전 어둡고 적막한 이 마을에서 온갖 상념에 빠졌을 것이다. 그는 헤어진 가족을 그리워하다가 당장 끼니를 걱정했고, 낯선 땅을 두려워하다가 새로운 공간에 호기심을 품었다.

소사리 마을 표지석. 김선식 기자

 

흑산도는 속살도 검다. 이튿날 오전 내내 흑산도 칠락산(271.8m)에 머물렀다. 소사리~큰재~마리재(약 5km) 숲길을 걸었다. 난대림 숲 특유의 ‘푸른 어둠’에 파묻혔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군락은 숲에 길 하나만 허락했다. 무성한 잎은 길에 지붕을 만들고, 유려한 줄기는 철창살처럼 빼곡히 늘어섰다. 멀건 회갈색 줄기 덕에 짙푸른 동백 잎이 더욱 빛나 보였다. 짐승 털 같은 콩짜개덩굴은 줄기를 뒤덮었다. 청미래덩굴(맹감)과 민달팽이, 동백꽃만 유난히 붉었다. 숲은 적막했다. 바람 이는 소리도, 산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 ‘푸드덕푸드덕’. 지척에서 놀란 산새가 날아올랐다.

소사리에서 큰재로 이어지는 칠락산 탐방로. 김선식 기자

칠락산 능선 길에서 바라 본 바다와 흑산도 부속섬 ‘장도’ 풍경.

 

능선에 오르기까지 긴장했고 헐떡였다. 오랜만에 있는 힘껏 숨을 내쉬었고, 온 힘을 다해 펌프질하는 심장을 느꼈다. 몇 차례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평탄한 능선 길을 만났다. 하늘 아래 드넓은 바다 풍경이 장쾌했다. 구름은 멀리 저수지에 그림자를 띄웠고, 구름 뚫은 햇빛이 흑산도 부속섬 영산도에 금테를 둘렀다. 해무는 부속섬 대장도 쪽으로 서서히 밀려났다. 오래 기다린 능선에서 오래 머물 순 없었다. 여기선 바람이 거세고 숲은 요란했다. 휘몰아치는 바람에 나뭇가지들이 굉음을 냈다. 바람을 피해 다시 숲속으로 들어갔다. 밧줄을 잡고 바위를 오르고, 길인지 바위틈인지 모를 험준한 길을 지났다. 또다시 바다가 보이는 능선 길이다. 그렇게 약 4시간가량 숲길을 걸었다. 마리재쪽 일주도로로 나와 400m 떨어진 상라산에 올랐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꼬부랑 도로 ‘열두 굽잇길’이 바다를 향해 내려간다.

칠락산 능선 길. 김선식 기자

‘큰재 삼거리’ 지나 칠락산 능선에서 바라본 흑산항 앞바다. 김선식 기자

 

정약전도 그처럼 굴곡진 삶을 살다 갔다. 그는 1797년(정조 21년) 성균관 전적을 거쳐 병조좌랑(정6품)을 지냈다. 1801년 그와 형제들은 신유사옥으로 평지풍파를 겪었다. 그해 봄 서학(천주교)을 퍼뜨렸단 명목으로 동생 정약종과 매부 이승훈이 참수당했다. 그와 동생 정약용은 서학에 심취한 이들과 교류했단 이유로 신지도(완도군 신지면)와 장기현(포항 장기면)으로 유배당했다. 가을 ‘황사영 백서 사건’이 터졌다. 정약전 조카사위 황사영이 중국 베이징 주교에게 신유박해에 개입하도록 청원하는 밀서를 전달하려 했다는 사건이다. 황사영은 참수됐고 정약전, 정약용은 다시 투옥돼 국문을 받고 흑산도와 전남 강진으로 유배지를 옮겼다. 1814년 동생 정약용이 유배에서 풀려난다는 소식을 듣고, 정약전은 흑산도보다는 육지와 가까운 우이도로 유배지를 옮겼다. 거기서 동생을 기다렸지만, 끝내 상봉하지 못했다. 그는 1816년 우이도에서 생을 마감했다.

사리 ‘유배 문화 공원’에 있는 옛 유배인들을 소개하는 비석. 김선식 기자

 

정약전은 자신을 유폐하는 대신 섬사람들과 어울리며 유배살이에 적응했다고 전해진다. 그가 섬 친구들과 흑산도를 유람하며 섬 생활을 즐긴 생활상이 그가 남긴 시들에 등장한다. 칠락산 탐방로 입구가 있는 소사리 근처 숲으로도 놀러 갔나 보다.

 

‘해산이 마치 거미와 같아/ 산줄기가 사방으로 달려가네/ 골짜기는 각각 조수를 머금고/ 마른 흙은 다만 봉우리들뿐/ 집에 있어도 배를 탄 듯/ 고개 들면 물리도록 아득한 물/ 접때 내가 바라본 소사는/ 자못 괴로운 마음 풀어줄 만했지/ 마침내 계고재 노인과 기약을 해서/ 향기로운 이곳에 유람 왔다네(이하 생략)’(‘소사미 술회’ 中, <손암 정약전 시문집>)

사리 ‘유배 문화 공원’에 있는 손암 정약전 동상. 김선식 기자

 

정약전이 쓴 희대의 역작 <자산어보>도 섬사람에게 빚졌다. 그는 흑산도 부속섬 대둔도 주민 장덕순(창대) 도움을 받아 바다 생물을 연구했다. 책은 종종 장창대의 말을 인용한다. ‘장창대는 “영남산은 청어의 등골뼈가 74마디고, 호남산은 등골뼈가 52마디입니다”라고 했다.’(<자산어보>·정명현 옮김)확인은 안 되지만, 정약전이 장창대 말에 감읍했는지, 그 많은 청어 등뼈를 한 줄씩 세었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바닷바람 잔잔한 바위틈에 앉아 하염없이 뼈 개수를 꼽았을지도 모르는 200여년 전 사람을 생각하니 절로 숙연해진다.

사리 ‘유배 문화 공원’에 있는 사촌서당(복성재) 입구. 김선식 기자

 

사리 ‘유배 문화 공원’은 옛 흑산도 유배인들을 기억하는 공간이다. 정약전이 아이들을 가르친 ‘사촌서당’, 유배 문화 체험장(한옥 숙박 시설), ‘자산어보원’, 정약전 동상, 손암정(정자), 야생화원, 사리 성당 등이 있다. 자산어보원엔 정약전, 최익현 등 고려~조선 시대 흑산도 유배인들과 각종 바다 생물을 소개하는 비석을 세웠다.예정한 일정은 이틀이나 지나 버렸다. 풍랑은 바닷길을 내주지 않았다. 흑산항 밤하늘엔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흰 무리가 떠돌았다. 불 밝힌 어선들에 몰려든 갈매기 떼였다. 파도처럼 일렁이던 고립감도 잠시 누그러졌다. 이왕 유배를 자처한 여행, 그 적막하고 신비로운 시간을 좀 더 끌어안기로 했다.

 

흑산도(전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SC] 흑산도 유배 여행 수첩

 

교통 목포항에서 흑산항까지 하루 3차례 여객선을 운항한다. 오전 7시50분, 낮 12시50분, 오후 3시30분 출항. 소요시간 2시간, 가격은 성인, 주말 기준 편도 3만7600원. 흑산항에서 목포항으로 가는 여객선도 하루 3차례 여객선을 운항한다. 오전 9시, 11시10분, 오후 4시10분 출항.(동절기 운항 시각 변동 가능성 있음) 흑산도 일주도로에 신안군 공영버스가 다닌다. 동쪽 방면으론 하루 3차례, 서쪽 방면으론 하루 10차례 운행한다. 막차는 예리에서 오후 5시40분에 출발한다.(동절기 기준) 막차는 짝숫날엔 동쪽 방면으로 홀숫날엔 서쪽 방면으로 간다. 예리, 진리, 읍동, 마리, 비리, 곤촌, 심리, 암동, 사리, 소사리, 천촌리, 청촌리 등 12개 정류장에 정차한다. 예리~소사리는 동쪽, 서쪽 방면 거리가 비슷하다. 요금은 1000원. 현금을 준비해야 한다. 공영버스를 이용할 계획이라면 미리 시간표와 정류장 위치 등을 확인하는 게 좋겠다. 흑산도에 콜택시는 총 7대다. 한 콜택시 기사에게 문의한 결과, 사리~예리 편도 2만5000원, 일주도로 한 바퀴(주요 관광지 사진촬영 시간 포함) 6만원. 렌터카 업체는 없다.

 

숙소 현재 사리 ‘유배 문화 공원’에서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은 3개 동이다. 나머지 2개 동은 수리 중. 외관은 한옥, 내부는 현대식이다. 각 동에 온돌방 2개, 실내 화장실 1개가 있다. 난방과 온수 시설, 침구류를 갖췄다. 세면도구는 지참해야 한다. 다만 여느 소박한 여행지 숙소나 자연휴양림처럼 벌레나 곰팡이를 만날 수도 있는데, 당황할 필요는 없다. 이런 불편함은 ‘유배 여행’의 또 다른 얼굴이다. 가격은 1개 동 1박 기준 5만원.(문의 박준호 사리 이장 010-9435-5348) 그 밖에 흑산도 호텔, 모텔, 여관 등은 예리와 진리에 몰려 있다.

식당 흑산도는 삭히지 않은 홍어회, 장어간국(말린 바닷장어를 넣고 끓인 국)이 별미다. 태양식당(예리2길 45-2/061-275-9239)은 장어 또는 우럭간국 4만원부터, 홍어회 4만원부터. 대림수산식당(흑산일주로 20/010-5205-2045)은 홍어회 3만원부터, 장어 또는 우럭간국 5만원부터(4인 기준).

 

칠락산 탐방로 소사리 버스정류장 근처 탐방로 입구에 안내판이 있다. 약 900m 걷다가 갈림길에서 다리를 건너면 군부대가 나온다. 군부대 옆길이 탐방로 초입이다. 표지판을 보고 계속 마리재 방향으로 걸으면 된다. 두 차례 갈림길이 나온다. 큰재 삼거리에서 마리재 방향으로, 마리재와 미술관 갈림길에서도 마리재 방향으로 가면 된다. 마리재에서 상라산 정상 들머리까지 약 400m는 도로 갓길로 걸어 올라야 한다. 상라산 정상은 약 160m만 오르면 된다. 마리재, 상라산에서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마리 정류장과 읍동 정류장이다. 마리재 탐방로 출입구에서 마리 정류장까지는 일주도로 따라 약 1㎞, 상라산 들머리 ‘흑산도 아가씨 노래비’에서 읍동 정류장까지는 일주도로 따라 약 2㎞ 거리다. 탐방 이후엔 버스보단 콜택시를 이용하는 게 낫겠다.

 

기타 여행지 ‘자산 문화 도서관’은 정약전 생애와 저작 등을 소개하는 전시관 겸 도서관이다.(흑산일주로 5) 옥섬은 고려 시대 해적들을 가둔 섬으로 전해지는 작은 섬이다. 연륙교로 걸어 들어갈 수 있다.(진리 산4) ‘신들의 정원’은 소나무와 초령목 등 나무가 무성한 당숲이다. 바다까지 자연관찰로가 이어진다. 들머리에 마을 사람들이 번영과 무사고, 풍어를 빌던 진리당과 용왕당이 있다.(진리 산77) 고래 공원은 1960년대 후반까지 흑산도에서 고래파시(어판장)가 열린 곳이다. 주변에 과거 고래 어판장이었던 폐건물도 남아 있다.(예리 1길 162-5) 그 밖에 철새전시관(흑산일주로 212/코로나 19로 휴관 중), 박득순 미술관(진마을길 53), 면암 최익현 선생 유허비(예리 521) 등이 있다.문의 흑산항 관광안내소 061-246-5191, 목포 여객터미널 1666-0910.

 

김선식 기자

 

‘신들의 정원’ 들머리에 있는 진리당. 김선식 기자

흑산도 ‘고래 공원’이 있는 자리에선 1960년대 후반까지 고래 파시(어판장)가 열렸다고 전해진다. ‘자산 문화 도서관’에 걸려 있는 ‘고래 사진’ 액자. 김선식 기자

태양식당에서 파는 장어간국. 김선식 기자

대림수산식당에서 파는 삭히지 않은 홍어회. 김선식 기자

칠락산에 핀 동백꽃. 김선식 기자

 

흑산도(전남)/글·사진 김선식 기자

 

[한겨레 2020년 11월 26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971551.html#csidxb87af28500f2765a27c3fd6f9d59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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