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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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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강점과 네트워크 하라

 

21세기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한 다음에 약점에 대한 보완보다는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산업 사회에서의 특징은 표준화, 평준화이고, 네트워크 사회의 특징은 차별화, 창의성이라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산업 사회에서는 교육의 목표가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표준화된 인간을 길러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약점을 보완하는 것과 강점을 살리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약점을 보완하면 강점만 남게 되니까 그게 그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방법에는 근본적인 큰 차이가 있다. 한정된 시간과 비용을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투자할 때보다는 강점을 더 살리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앞에서 뇌과학을 통해 설명한 바 있다.

이 문제를 더 확실하게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내가 대학에서 강연을 하면서 강점 얘기가 나오면 꼭 물어 보는 질문이 있다. 내 아들은 수학은 잘 하는데, 미술은 잘 못한다. “내 아들에게 투자를 하고 싶은데 수학과 미술 중 어느 쪽에 투자를 해야 하겠는가?”하는 게 질문 내용이다. 이렇게 질문을 받고 나면 한 번쯤 생각해 볼 것이다. 그냥 평범한 답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물어보지 않을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수학미술로 나뉘어 대답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만약 이런 경우를 실제로 당했다면 너무도 당연히 미술 공부를 시킬 것이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하는 자체가 이상할 정도가 아니었을까? 당연히 미술 공부를 시킬 거라고 단정 짓는 이유는 이제까지 산업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 자체가 표준화된 인재를 요구했기 때문에 잘 하는 분야를 더 잘 하게 하기 보다는 못 하는 분야를 조금 더 잘 하도록 해서 표준화된 인재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다가 올 미래사회에서 차별화된 최고 능력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내 아들의 경우에 소질이 없는 미술 공부를 하도록 하는 것 보다는 소질이 있는 수학 공부를 더 하도록 해야 한다. 그 이유는 자명하다. 내 아들의 경우에 같은 시간을 들여 미술 공부를 할 때와 수학 공부를 할 때 어느 쪽이 능률이 더 오르겠는가? 앞에서 뇌과학 이론을 통해서 설명을 했듯이 수학 공부를 할 때 훨씬 더 능률이 높다. 즉 내 아들이 수학 공부를 더 하게 되면 그 분야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줄 수 있지만, 미술 공부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차별화되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게 된다.

앞에서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약점 보완이 아니라, 강점을 더욱 키워주는 전략이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위에 예를 든 내 아들의 경우에는 미술이 아니라 수학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함으로써 수학 분야에서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도록 하면 확실히 차별화된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 경우에 약점인 미술은 어떻게 하느냐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앞 장에서 설명했듯이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이다. 만약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하지만 만약 약점을 도저히 강점으로 바꿀 방법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앞에서 제시한 ‘H형 인재가 되어 자신의 약점 분야에 강점을 가진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도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에 못지않게 좋은 방법이다. 내 아들의 경우에는 미술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미술을 잘 하는 사람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다.

내가 10여 권의 책을 내고 나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자신도 책을 쓰고 싶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그래서 책 쓰기 인터넷 카페도 운영해보고, 직접 개인적으로 책 쓰기를 돕고자 하지만, 실제로 책 쓰기를 시작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아니 거의 없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정도다. 이처럼 책을 쓰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실제로 책 쓰기를 망설이는 이유는 글 쓰는 솜씨보다는 막상 책을 쓰려니 콘텐츠가 별로인 게 가장 큰 이유다. 누구나 중년이 넘으면 소설 몇 권을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 거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이야기 거리를 콘텐츠로 구체화하다보면 별로라는 걸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책 쓰기를 하려면 글을 쓰는 솜씨도 중요하지만, 콘텐츠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정말 좋은 콘텐츠가 있다면, 글을 잘 쓰는 작가와 네트워크를 맺으면 된다. 쉬운 말로 자신의 콘텐츠로 책을 내서 대박 날 자신이 있으면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돈을 들이면서 전문 작가의 도움을 받아 책을 내는 경우가 많다. 책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리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 책을 낼 때는 책을 많이 팔아 돈을 벌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생각을 널리 알리겠다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물론 전문 작가를 고용할 형편이 안 돼서 내가 직접 글을 쓰고, 내 원고를 책으로 출간할 출판사를 내가 직접 찾아다녔지만 말이다.

만약 내가 정말 좋은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출판사에 전문 작가를 붙여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실제로 출판사들이 사업으로 성공한 사람, 유명하지만 시간이 없어 책을 못내는 사람들에게는 전문 작가를 붙여줄 테니까 책을 내자고 제안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물론 어느 화가(?)의 경우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은 사실을 감추면 문제가 되겠지만, 전문 작가와 공동 작업임을 떳떳이 밝히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일부 전문 작가들 중에는 취재 형식으로 좋은 콘텐츠를 가진 기업가나 유명인들의 이야기로 책을 쓰는 경우도 많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와 글 쓰는 솜씨가 필요하지만, 차별화된 최고 콘텐츠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글을 잘 쓰는 작가와 네트워크를 통해 책을 내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좋은 콘텐츠라는 강점은 갖고 있지만, 글 쓰는 솜씨가 별로라는 약점을 갖고 있다면, 그때부터 글쓰기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글을 잘 쓰는 강점을 가진 사람과 네트워크를 맺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강점과 네트워크를 맺는 H형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수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첫째는 내가 차별화된 강점을 확실히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는 상호 관계의 문제로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상대방이 무조건 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지는 않는다. 내가 네트워크를 맺고자 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내가 확실히 상대방이 원하는 분야에서는 차별화된 최고여야 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내가 상대방이 원하는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아니라면, 상대방이 나와 네트워크를 맺으려고 하지 않을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차별화된 최고 아닌 나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 차별화된 최고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 예를 든 책 출간의 경우에도 내가 확실히 차별화된 최고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출판사 내지 전문 작가가 네트워크를 맺자고 하겠지만, 그저 그런 콘텐츠를 갖고 있다면 출판사 내지 전문 작가가 나와 네트워크를 맺으려고 하지 않을 것은 너무도 당연하지 않겠는가.

둘째로는 어떤 상대와 합체를 이루어야 확실히 차별화된 최고가 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아무하고나 무조건 네트워크를 형성했다고 해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잘못 형성된 네트워크는 오히려 짐이 되어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가 있다. 이러한 안목을 높이기 위해서는 평소에 독서 등을 통해 세상의 트렌드를 계속 파악하고, 자신에 대해 끊임없는 성찰을 해야 한다. 셋째로는 차별화된 최고 인재와의 인맥 형성이 중요하다. 네트워크는 신뢰에 바탕을 둔 상생의 관계를 통해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평소에 인맥 형성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여기서 구차하게 더 세세하게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가지 인맥 형성에서 중요한 점은 여기서 말하는 인맥은 열린 인맥이라는 것이다. 열린 인맥에 반대되는 닫힌 인맥이 바로 한국의 고질병인 학연, 지연, 혈연이다. 닫힌 인맥은 인맥 자체가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네트워크 형성의 목표인 경쟁력 향상을 가져올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닫힌 인맥은 선택의 조건이 상대방의 차별화된 능력이 아니라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친족이라는 나도 갖고 있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H형 인재가 되기 위해 위에 제시된 원칙은 업무나 사업을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개인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거나 내 기업이 외부 기업과 네트워크를 통해 협업을 하더라도 서로 확실하게 상생을 넘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도 기업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비핵심적인 기능들을 외부에서 조달하는 아웃소싱을 활용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단지 비용 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이 아니라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바로 ‘H 형 인재내지 ‘H형 기업이 가져야할 원칙인 것이다. 예를 들어 앞에 제시한 H형 인재의 조건 중 첫 번째 조건인 나의 강점이 확실히 있어야 한다.’에 대해서 살펴보자. 수년 전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평소 알던 해외교포로부터 원하는 물건들을 찾아서 보내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 교포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 보내주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사실 자본금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 나는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워낙 잡다한 물건들을 찾아내야 하고, 보낼 물건들의 원가가 뻔하기 때문에 노력에 비해 수익이 별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런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차별성을 발휘할 수 없어서 그 교포에게 휘둘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교포의 제안을 거부하고, 나의 차별성을 발휘할 수 있는 콘크리트용 화학 첨가제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 방안을 찾아보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자금이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화학 첨가제를 제조하는 공장을 설립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자금이 부족하다는 나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이미 그런 제조 설비를 가지고 있는 기업과 네트워크를 맺기로 했다. 마침 내가 아는 선배가 제지 분야 화학제품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 공장이 내가 제조하고자 하는 화학 첨가제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더욱 다행인 것은 그 선배도 주력 사업이던 제지 분야가 사양길에 접어들어 새로운 사업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 선배의 회사 제조 설비와 연구 인력을 활용하여 내가 원하는 화학 첨가제를 개발했고, 나는 그 제품의 판매를 맡았다. 그 선배의 제조 설비와 연구 인력도 최상급이었고, 나도 콘크리트용 화학첨가제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 협업 관계를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내가 사정이 있어서 사업을 정리하는 바람에 협업 관계는 끊어졌지만, 그 선배의 회사는 나와의 협업을 통해 시작한 사업 덕분에 매출이 10배 이상 성장하였다.

또 다른 네트워크 사업의 예로 공장은 하나도 운영하지 않지만 1년에 20억 벌의 의류를 생산하면서 24조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중국의 리앤펑의 경우를 살펴보겠다. 리앤펑은 1980년대부터 IT 기반의 공급망 관리를 통해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미국의 사로부터 10만 벌의 의류를 주문받으면 리앤펑은 그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중국 제조업체를 찾아 사와 연결해주었다. 하지만 지금은 지퍼는 한국이나 일본, 실은 말레이시아, 직물은 인도에서 공급받고 완제품은 파키스탄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사의 주문에 대응한다. 납품 기일까지 최적의 완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리앤펑은 협력업체 중 원자재 공급업체와 완제품 생산업체를 선별하여 연결하고, 이 업체들이 상호 협업을 통해 완제품을 생산한 후 납품하고 있다. 리앤펑은 1800여 곳의 의류 관련 협력업체의 정보를 관리하면서 세계 40여 개국에 240여 개의 지역 사무소와 물류 거점을 운영할 뿐이다. 자라, 유니클로 등과 같은 SPA 업체들은 제품기획,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 등을 직접 하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서 시장에 빠르게 대응함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반해, 리앤펑은 스스로 구축한 플랫폼에서 협력업체들과 동등한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는 세계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한국인들의 의식 속에는 서구, 특히 미국의 방식이 최고라는 의식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을 잃고, 다시 옛날식으로 선진국을 모방해서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던 방식을 답습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그래서 미국식 경제 논리, 미국식 경영 방식, 영어 등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현재의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 방향이라는 분위기에 휩싸이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미국식 방식을 무조건 받아들인다고 우리의 경쟁력이 높아질까?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기술, 경영 방식, 사고 체계를 어떻게 하면 빨리 모방하는가 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었다. 하지만 차별화된 최고만이 살아남는 지금은 한국도 선진국 방식을 무조건 따라 해서는 결코 그들을 뛰어넘어 세계 최고이 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차별화된 최고가 될 수 있는 한국적인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 나는 그 해법이 바로 서양의 문화와 한국 내지 동양 문화의 네트워크에 있다고 확신한다. 예를 들어 의학 분야를 보더라도, 동양 의학(한의학)은 비과학적이고, 서양 의학만이 과학적이라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 한의학은 수천 년간 내려온 조상들의 지혜가 녹아 있는 귀중한 보고다. 물론 서양 의학이 세균의 발견에 의한 위생의 개선, 면역 방법의 발견, 항생제의 개발 등으로 인류의 숙원이었던 생명 연장과 장수의 꿈을 이룬 것은 사실이지만, 요즘 트렌드가 되고 있는 잘 사는 것(웰빙)에는 뭔가 2퍼센트 부족한 느낌이 든다.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네트워크의 한 축이 바로 동양 의학이다. 서양 의학이 질병이 나타난 증상에 대해 1:1로 대응하는 대증 요법인데 비해, 동양 의학은 질병이 나타나게 된 원인을 찾아내어 신체의 자연 면역력과 장기의 균형을 통해 병의 원인을 치료하는 원인 요법이라는 차이가 있다. 과거의 전형적인 질병인 전염병의 경우에는 서양 의학의 대증 요법이 우수한 치료 효과를 거두었지만, 현대의 생활습관병에 대해서는 동양 의학적인 관점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모든 현대 질병의 근원이라는 비만을 치료하는 경우에 서양 의학에서는 다이어트, 복부 지방 제거 등의 방법이 제시되지만, 동양 의학에서는 비만의 원인이 체질적인 것인지, 스트레스에 의해 폭식을 하는 것인지, 배설 기관의 이상으로 과다 영양분이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인지를 따져서 치료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 경우에 서양 의학적인 대증 요법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데 반해 신체에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많지만, 동양 의학에서 사용하는 원인 치료 방법은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물론 서양 의학보다 동양 의학이 우수하다고 주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각 질병에 따라서 서양 의학과 동양 의학을 선택해서, 아니 더 나아가 서양 의학과 동양 의학을 네트워크해서 같이 사용하다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요즘은 양방과 한방 협진을 시행하는 경우도 많이 늘어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경영에서도 인간 중시의 동양 문화를 현대 경영에 네트워크 하는 노력이 뒤따라야만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어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더구나 앞으로 맞게 될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동양의 인간 중심 철학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 비단 앞에 예를 든 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우리 것을 모두 버릴 것이 아니라, 서양의 우수한 문화를 받아들이되, 우리의 고유한 특성을 네트워크 해서 새로운 우리의 차별화된 최고을 창조해 내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라

 

앞에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강점을 찾아내어 계발하는 것을 제시했다. 그런데 자신의 강점을 찾으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좋은 점만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외모의 경우에 강점이 있는 사람으로는 키가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한 마디로 잘 생긴 사람을 쉽게 떠올린다. 하지만 코미디언의 경우에는 오히려 좀 이상하게 생긴 것이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심각한 얼굴보다는 얼굴만 봐도 그냥 웃음이 나오는 얼굴을 가졌다면 코미디언으로서는 한 수 접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코미디언 중에 고 이주일 씨가 바로 이렇게 자신의 독특한 얼굴을 제대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외모뿐만이 아니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상당히 비판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술좌석에서도 토론이 벌어지면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관점에서 비판을 하곤 해서 너는 왜 꼭 어두운 면만 보느냐면서 주위의 빈축을 사곤 했다. 하지만 그는 언론계에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다른 일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어두운 면을 볼 수 있는 그의 능력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언론이라는 분야를 찾았기 때문에 그가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혹시 주위 사람과 다른 특성, 특히 일반적으로 약점이라고 비판받는 면을 가지고 있다면, 혹시 그 약점을 나의 차별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약점을 뒤집으면 강점이 될 수 없는지 역발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나는 체구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나는 내 체구를 이코노믹 사이즈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는 체구가 큰 사람이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용적인 면에서는 체구가 작은 게 좋다는 게 내 주장이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서 좌석에 앉더라도 나는 체구가 작기 때문에 옆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지만, 체구가 큰 사람이 옆에 앉으면 상당히 불편하다. 특히 장거리 비행기 여행이라도 할라치면 큰 체구는 상당히 큰 불편을 초래한다. 비즈니스 석 이상을 타면 그나마 낫지만, 비좁은 이코노미 석을 타면 내 작은 체구의 진가가 제대로 발휘된다. 물론 높은 데 물건을 내린다거나, 군중들이 많이 모여 있을 때 앞의 무대가 잘 안 보이는 게 내 작은 체구의 약점이지만, 그런 약점들이야 의자를 놓고 올라가거나, 앞 무대가 잘 보이는 곳으로 이동을 하면 된다. 하지만 이코노미 석에 맞춰 큰 체구를 잘라 내는 것도 불가능하고, 큰 체구 때문에 비싼 비즈니스 석을 타야 한다면 그 또한 약점이 되지 않겠는가. 실제로 큰 체구일수록 비좁은 이코노미 석에서 움직이기가 곤란하고, 따라서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코노미 석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언젠가 외신에서 어느 항공사가 옆 좌석에 폐를 끼칠 정도로 지나치게 비만한 사람들에게는 두 사람의 요금을 내도록 하겠다고 발표를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무튼 나는 나의 작은 체구가 약점이 아니라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약점까지는 아니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장자의 내편 소요유(逍遙遊)에 나온다. 송나라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잘 만드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그 기술을 대대로 하던 솜을 물에 세탁하는 일을 할 때 사용했다. 어떤 손님이 그 이야기를 듣고 이 손이 트지 않는 처방을 백금을 주고 사겠다고 제안했다. 그 솜틀장이는 가족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대대로 솜을 물에 세탁하지만 몇 금을 버는데 불과했다. 이제 하루아침에 그 기술을 백금에 받게 되었으니 허락하자.”고 말했다. 그런데 그 비법을 산 손님은 오나라 왕을 찾아가서 그 비법을 알렸다. 때마침 월나라가 침입하자 오나라 왕은 그를 장군으로 삼아 겨울에 월나라 사람들과 수전(水戰)을 벌였다. 그는 월나라를 대패시키고 땅을 봉해 받아 영주가 되었다. 손을 트지 않게 하는 재능은 하나지만, 어떤 이는 영주가 되었고 어떤 이는 솜을 물에 세탁하는 일을 면치 못한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전혀 쓸모없다고 여기는 것이라도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단한 가치가 있는 것일 수 있다[김종언 저 <나는 자유롭고 싶다>에서 인용].

일본에서 경영의 신이라고까지 칭송받고 있는 마쓰시다정공의 마쓰시다 회장은 자신은 세 가지 은혜를 입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얘기하곤 했다. 마쓰시다 회장이 말하는 세 가지 은혜란 다름 아닌 가난, 낮은 학력, 병약한 몸이다. 가난한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었고, 낮은 학력 때문에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배우려고 노력할 수 있었고, 어릴 적부터 몸이 병약해서 항상 건강에 유의해서 장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긴 마쓰시다 회장이 자라던 시절에는 대부분 가난했고,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고, 제대로 먹지 못해서 건강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쓰시다 회장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이렇게 불리한 여건들을 원망하고 좌절하기 위한 핑계로 삼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을 분발시키는 좋은 여건으로 삼는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를 가졌다는 것이다. 즉 마쓰시다 회장의 성공의 요인은 자신의 약점을 뒤집어서 강점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약점을 차별화의 방법으로 승화시킨 또 다른 예로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의 구족 화가 앨리슨 래퍼와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를 들 수 있다. 그들은 예술 자체로도 물론 뛰어나지만, 장애를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를 세상에 보여 줌으로써 자신을 차별화하고 있다. 만약 그들이 자신들의 장애를 약점으로만 여기고 좌절하고 있었다면 그런 인간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 자신의 약점도 이와 같이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자신을 차별화하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가 있다.

내가 쓴 다른 책에서 소개한 내용이지만,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활용하는 좋은 비유가 있어서 여기 다시 소개한다. 아마 옛날 교과서에 나왔던 토끼와 거북이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가 시합을 했는데 토끼가 중간에 낮잠을 자는 바람에 쉬지 않고 달린(기어간?) 거북이에게 지고 말았다는 얘기 말이다. 이 이야기는 능력이 좀 떨어지더라도 무조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는 산업 사회의 패러다임을 강조하고자 하는 우화다. 그 후에 만들어진 제2탄은 토끼와 거북이가 재 시합을 했는데, 당연히 이번에는 토끼가 잠을 자지 않고 달려서 거북이에게 크게 이겼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중요한 비유는 바로 제3탄이다. 그 후에 거북이 나라는 토끼 나라에 눌려 지내고 있었는데, 견디다 못한 거북이 나라에서 토끼와 시합을 해서 이기는 거북이가 있으면 거북이 나라의 왕으로 추대하겠다.’는 방을 붙였다. 그런데 어떤 용감한 거북이가 토끼를 이길 수 있다고 나섰다. 그런데 그 거북이는 토끼 나라에 도전장을 내면서 한 가지 조건을 붙였다. 거북이가 토끼에 비해 달리기에는 불리하니까 출발점과 도착점은 거북이가 선택하는 것으로 해 달라는 것이었다. 토끼 나라에서는 모여서 상의를 했지만, 워낙 달리기에는 자신들이 유리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처음처럼 잠들지만 않는다면 무조건 이길 거라고 판단해서 그 조건을 들어 주기로 했다. 그래서 시합이 이루어지게 되었는데, 거북이는 산꼭대기에서 출발하여 산 밑으로 달리는 시합을 제안했다. 이 정도에서 짐작을 했겠지만, 시합의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토끼는 열심히 네 발로 달려 내려 왔지만, 거북이는 머리와 네 발을 두꺼운 껍데기에 집어넣고 굴러 내려와서 이긴 것이다. 평소에는 달리기에 약점으로 작용했던 무거운 껍데기를 강점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이와 같이 평소에 자신이 약점으로 생각했던 특성을 강점으로 역이용하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자신을 확실한 차별화된 최고 인재로 만들 수 있다. 물론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그 약점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하고, ‘목표한 바를 이루고자 하는 열정’,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마음 자세’, ‘되는 방법을 찾는 긍정적인 마음가짐등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이 가진 약점들 중에서 오히려 7, 80년 대 압축 고속 성장을 이룬 원동력이 되었던 특성 중에 한 가지가 사촌이 밭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시기심이다. 나쁜 의미에서 보자면 남이 잘 되는 것을 못보고 끌어내리도록 한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지만, 남의 성공에 자극받아 나도 잘 되도록 분발한다는 경쟁심으로 발전한 긍정적인 의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이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데에는 나도 뒤질 수 없다는 경쟁심이 큰 역할을 했다. 특히 경쟁심은 치맛바람, 사교육으로 대변되는 교육열로 비화되어 이제 고등학교 졸업생의 80퍼센트 이상이 대학에 들어가는 세계 최고의 대학진학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높은 대학 진학률은 잘못하면 이제 너도나도 대학을 졸업했으니 같이 대우 받아야 한다는 평등주의로 빠질 수 있고,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지만, 새로운 시대의 트렌드에 맞는 지식 근로자의 양성이라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사실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반도체 제조회사로 우뚝 서게 된 데는 바로 이런 교육열과 경쟁심의 조화가 큰 힘이 되었다. 7, 80년대의 유학 붐을 타고 많은 인재들이 양성되었기 때문에 그들을 활용할 수 있었고, 그 우수한 인재들이 사내에서 경쟁을 통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엄청난 속도로 개발해 냈기 때문에 선두에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개발 프로젝트가 주어지면 2개 이상의 팀을 만들어서 서로 경쟁을 하도록 한다고 한다. 그리고 먼저 개발한 팀에 모든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승자독식의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 너무 심하지 않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시기심을 경쟁심으로 발전시킨 시스템 덕분에 오늘날의 삼성전자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성공을 거두었던 삼성전자의 이런 승자독식의 경쟁 방식은 상생의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편지>에 소개된 보석의 흠이라는 글도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켜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내는 좋은 비유라고 생각된다.

 

보석상을 하는 한 남자가 해외를 여행하다 진귀한 보석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가격을 물어보니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그 보석을 샀습니다. 물론 자신의 나라에 가져가서 그 이상의 돈을 받고 팔기 위해서였죠.

여행을 마치고 즐거운 마음으로 보석상으로 돌아온 남자는 보석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살 때는 보지 못했던 흠집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 이런 흠집이 있었다니..." 남자는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감정사들도 그 흠집이 보석의 가치를 떨어뜨린다고 말했습니다. 보석은 제값을 받기는커녕 작은 흠집 하나 때문에 가격이 한없이 하락했습니다.

남자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보석을 다시 원래의 가치로 되돌릴 수 있을까?' 그는 오랜 고민 후에 한 가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보석의 작은 흠집에 장미꽃을 조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결과는 장미꽃 조각 하나로 보석의 가치는 몇 배 이상 올라갔습니다. 보석상 남자는 다시 행복해졌습니다.

보석의 작은 흠집은 우리의 약점과도 같습니다. 숨기려고만 하면 그 흠집은 더욱 도드라져서 우리의 가치를 떨어뜨립니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여 약점을 다른 시각으로 장점으로 만든다면 우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가진 약점을 끊임없이 단련하십시오.

[따뜻한 편지 714]에서 인용

뇌 회로에 의해 강점의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경우로 남녀의 차이를 들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지만, 남자는 좌뇌가 발달해서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반면, 여자는 우뇌가 비교적 발달해서 감성적이고, 직관적이다. 여기서 여자 뇌와 남자 뇌의 차이에 대해서 자세히 논하게 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뇌 회로 차이와 강점의 연관성 면에서만 간략하게 살펴보겠다. 일예로 여자의 뇌에서는 커뮤니케이션과 정서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가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여자가 남자에 비해 커뮤니케이션에 훨씬 능하다. 실제로 남자들은 하루에 약 7,000개의 단어를 사용하는 반면, 여자는 약 20,000개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남자는 좌뇌만 비대칭적으로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한 번에 한 가지 일밖에 못하지만, 여자는 남자에 비해 뇌량이 발달해서 좌뇌와 우뇌가 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다시 말해 남자는 TV를 보는 동안에는 아내의 말을 집중해서 들을 수 없지만, 여자는 설거지를 하면서 TV도 보고, 남편과 대화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남녀의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원시사회부터 사람이 살아오면서 필요에 의해 갖게 된 자연적 현상일 따름이다. 즉 남자는 사냥을 위해 힘이 세야하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필요했던 반면, 여자는 아이를 돌보고 공동체 내의 여자들과 협력을 잘 해야 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남녀평등의 시대라고 해서 남자와 여자가 동일시되는 것보다는 이러한 남녀의 뇌 회로 차이에 의한 각각의 강점을 알고 잘 활용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 예를 들어 여자들은 사회적으로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불평하지만, 그것은 지금까지의 산업사회에서 유리했던 조건들이 힘, 논리 등이었기 때문에 일어났던 일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앞으로 네트워크 사회가 되면 남자들의 강점인 힘이나 논리보다는 여자들의 강점인 감성,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이 필요한 세상이 되기 때문에 여자들이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이런 강점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발견하고 계발해나갈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제5장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일단 자연스럽게 일을 하다보면 즐거운 일과 하기 싫은 일이 구별되게 되는데, 이때 하기 싫은 일은 멈추고, 즐거운 일은 계속하면 된다. 자신의 강점을 사용할 때는 자신감을 느끼게 되고 즐거움이 솟는다. 또 강점들은 스스로 강력해지기 때문에 내버려두더라도 드러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강점과 약점은 타고난 유전자와 열다섯 살까지의 환경의 영향으로 형성된 시냅스 연결 상태에 의해 이미 결정되기 때문이다. 뉴욕대학교의 신경과학과 교수 조지프 르도가 추가된 시냅스 연결은 새로운 나뭇가지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가지의 새눈과 같다.”라고 표현한 대로 강점, 즉 이미 연결된 시냅스를 강화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열다섯 살 이후의 성인기에는 이미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영역, 즉 시냅스 가지들이 이미 두껍고 튼튼한 영역에서 학습할 때 그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내가 하루에 10시간씩 그림 연습을 한다고 피카소 같은 위대한 화가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이 적성보다는 성적에 의해 진로를 결정하다보니 학습 효율도 떨어지고, 사회 진출 이후에도 업무 효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삶의 만족도까지 낮아진다는 점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시카고 대학교의 경제학자 제임스 헤크만은 학업 성적이 보여주는 인지적 능력보다 사회적 성취와 더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은 인성적 자질과 같은 비인지적 능력이다.”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고 있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라 강점의 계발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또 연세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적성 검사를 실시한 안진훈 브레인OS 대표(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2년 전 중국 칭화대에서 250명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80퍼센트가 전공과 뇌 적성이 맞는 걸로 나왔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은 절반 정도가 뇌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매일경제 20161017일 기사 <대학생 50% 잘못된 진로 선택> 참조]. 사실 이런 적성검사는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 실시하여 전공 선택에 참고가 되도록 하는 게 맞다. 하지만 이런 인적성 검사가 기업의 입사 과정에는 반영이 되고 있는데 반해, 학교 교육에는 반영되어 있지 않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교육이 아직도 산업사회의 교육 패러다임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셈이다.

물론 대학이 학생들의 적성을 고려하여 선발하려는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입학사정관제에 의한 특별 전형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입학사정관제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수능 점수가 낮은 학생들의 편법 입학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구설수에 휩싸이고, 최근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서 그 취지가 많이 변질되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입학사정관제 실시 초기에는 특별한 강점을 가진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 합격을 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 2011923일 기사 <파브르를 꿈꾼 소년, 내신 8등급에도 延大 수시뚫었다>를 보면 시신경 이상으로 성적이 저조했지만, 잘못 알려진 곤충 6종 찾아내 생물연구학센터에 신고하기도 한 차석호 군을 연세대가 시스템생물학과에 합격시켰다. 나도 서울 소재 모 대학의 입학사정관으로 수년 간 활동했지만, 입학사정관제의 가장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예를 들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차석호 군 같은 특정 분야에 강점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더라도, 학교의 교육 시스템은 아직도 그런 학생들을 교육시킬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는 점이다. 차석호 군이 연세대를 제대로 졸업했는지는 확인을 하지 못했지만, 졸업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재의 대학 교육 커리큘럼은 한 분야만 잘 해서는 졸업이 쉽지 않도록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선전하기 위해 특별한 학생을 선발하기는 하지만, 그 학생이 강점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은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대학의 교육 현실이다.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라(1)

 

세계 역사에서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한 사람은 누구일까? 비유적으로야 예수, 석가, 마호메트 등 세계인의 마음을 정복한 위인들을 들 수 있지만, 물리적인 영토 면에서는 칭기즈칸의 몽골제국이다. 몽골이 그토록 짧은 기간 안에 그 넓은 영토를 정복한 비결이 무엇일까? 물론 여러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나는 그 원인을 그들의 강점을 제대로 활용한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전쟁의 가장 중심은 보병이었다. 물론 기병도 있었지만, 기병은 어디까지나 보병을 보완하는 역할에 그쳤다. 더구나 보병들은 두꺼운 갑옷과 무기를 들고 전투를 벌여야 했기 때문에 기동성이 뒤질 수밖에 없었다. 유럽에서는 기마병들조차 무거운 갑옷과 무기를 갖춤으로 인해 기마병의 장점인 기동성을 발휘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몽골은 유목 민족의 강점인 기동성을 살려서 전투를 했다. 즉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칼이나 창, 활로 무장하였기 때문에 말의 부담을 최소한으로 줄여 줄 수 있었다. 이런 가벼운 무장 덕분에 그들의 강점인 마상에서 현란한 재주를 부릴 수 있어서 전투에서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기동성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문제점인 보급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른 육포를 각자 지니도록 하였다. 마른 육포를 그대로 먹기도 했지만, 여유가 생겼을 때는 투구에 물과 현지의 야채를 넣고 요리를 해먹었다고 한다. 이렇게 탄생한 요리가 바로 샤브샤브라는 얘기가 있다. 아무튼 이런 강점을 효과적으로 활용해서 빠른 시간 안에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건설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강점을 버리는 순간 몽골 제국은 곧바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즉 말에서 내려 성을 쌓고 그들이 정복했던 민족들을 따라 하게 되면서 망하는 길로 들어섰다는 얘기다. 몽골이 지닌 유목민족으로서의 기동성이 정복 전쟁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지만, 통치에서는 그 강점이 오히려 약점이 되었기 때문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칭기즈칸이 했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 데 동원한 몽골 병사는 적들의 100분의 1,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는 배운 게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칭기즈칸이 됐다.” 김종래의 밀레니엄맨-미래를 꿈꾸는 또 다른 칭기스칸을 위하여라는 책에 있는 내용이다. 이 말을 실제로 칭기즈칸이 했는지, 또 이 말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각자의 몫이지만, 칭기즈칸이 자신의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적인 대제국을 이룩할 수 있었다는 점은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약점이 아니라 강점에 집중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실은 최근의 뇌과학을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 수정된 난자가 자궁에 착상되고 42일이 지나면 뉴런이 만들어지기 시작해서 120일이 지난 뒤에는 무려 천억 개의 뉴런이 생성된다. 그 이후에 뉴런의 수는 더 이상 늘어나지 않고 사람은 천억 개의 뉴런을 가지고 태어나게 된다. 태어난 이후에도 천억 개의 뉴런은 더 이상 늘지 않고, 노화와 알츠하이머 등의 질병에 의해 감소하기만 할 뿐이다. 세 살이 될 무렵, 천억 개의 뉴런은 각각 15,000개의 연결(시냅스)을 만든다. 그 후 세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그동안 정성들여 엮었던 수십억 개의 시냅스를 잃어버리고 마는데, 이 때 한 번 끊어진 시냅스는 또다시 재생할 수 없다. 여기서 왜 절반 정도의 시냅스가 끊어져 버리는지는 오랜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데 최근 강점이 되는 시냅스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끊어버리는 게 진화에서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게 되었다. 즉 우리 인체가 약점을 버리고, 강점을 개발하는 데 더 힘을 쏟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뇌 회로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약점을 고치는 것보다 강점을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약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는 이미 끊어져 버린 시냅스를 연결하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 되지만, 강점을 계발하는 것은 이미 연결되어 있는 시냅스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까지 가졌던 교육에 대한 개념을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즉 이제까지는 교육의 목적이 못 하는 부분을 잘 하도록 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측면이 많았는데, 위에서 살펴본 뇌 회로 관점에서 보면 잘 하는 부분을 더 잘하도록 계발하는 것이 교육이 진정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타고난 적성을 고치려고 하는 것보다는, 단지 적성을 찾아내서 더 잘 하도록 계발하는 것이 올바른 교육 방향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거 산업사회에서 학교 교육의 목적을 학생들의 적성에 관계없이 약점을 보완하도록 하여 표준화된 인재로 만들려고 노력했던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방향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이렇게 강점을 찾아내서 더욱 계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네브라스카 대학에서 3년간에 걸쳐 1천 명이 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속독 훈련에 대해 연구하였다. 연구진은 훈련 대상 학생들을 읽는 속도가 평범한 학생들(A그룹)과 뛰어난 학생들(B그룹)의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런 다음 그 학생들에게 속독 훈련을 시킨 결과 놀랍게도 뛰어난 학생들(B그룹)의 훈련 성과가 훨씬 더 좋았다. A그룹의 훈련 전 속독 속도는 90단어였는데, 훈련 후에는 150단어로 1.7배 향상된 데 반해서, B그룹은 훈련 전 350단어에서 훈련 후 2,900단어로 8.3배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읽기에 강점을 가진 그룹이 속독 훈련에서 평범한 그룹에 비해 약 5배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비유해서 돼지에게 노래를 가르치려고 노력하지 말라. 돼지만 힘들게 할 뿐이다라고 표현하고 있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는 방법들

 

앞에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고 설명을 했다. 그에 따라 기업들도 차별화된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설명도 했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T형 인재, H형 인재를 제시했다. 하지만 스마트 스킬, T형 인재, H형 인재 등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은 과거 산업사회의 인재상처럼 정형화된 모델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과거 산업사회의 우수 인재상은 표준화, 평준화된 인재로서 학교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판단 기준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우수 인재상은 이런 획일화된 판단 기준이 없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최고 능력을 가져야할 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과 서로 협업하여 차별화된 최고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T형 인재, H형 인재가 바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우수 인재를 동일한 기준, 즉 우수 학습 능력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우수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획일화된 방법이 아니라 각 개인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형 방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특성에 맞춰서 능력을 개발해야만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각 개인의 특성을 어떻게 찾아내어 어떻게 계발해야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섯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여기 제시된 방법을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제시된 방법에 따라 각 개인이 자신의 특성을 찾아내고 그 특성을 제대로 계발해야만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강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또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사실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종이 두 장을 펼쳐놓고 한 장에는 자신의 강점을 나열하고, 다른 한 장에는 약점을 나열해보면 의외로 강점을 찾아내어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특성을 찾는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약점이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자신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특성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더 나아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점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약점은 없다. 다만 이제까지 산업사회의 관점에서 자신의 특성을 바라봤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판정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네트워크 사회의 관점으로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의 약점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맺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 그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에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노력하는 것이 몇 배로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는 외부의 네트워크를 통해 보완하고, 그렇게 절약된 시간과 노력을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더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네 번째 방법은 자신의 강점들을 찾아내어 서로 네트워크 화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강점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모든 강점들을 찾아내어 그 강점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한 가지 강점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시키기가 어렵지만, 여러 강점들을 네트워크화 한다면 차별화가 훨씬 더 쉬워진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외부와 네트워크를 잘 맺도록 하는 일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열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다름, 즉 강점을 존중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쉬울 것 같지만 상당히 힘든 일이다. 우리가 일반적인 대화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일단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을 하다보면 마음도 변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박승찬의 다시 보는 중세
(16)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동상. 독일 바드 뵈리스호펜(Bad W?rishofen), 조각가 로타 스푸르젬(Lothar Spurzem), 2012년.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동상. 독일 바드 뵈리스호펜(Bad W?rishofen), 조각가 로타 스푸르젬(Lothar Spurzem), 2012년.
최태민, 최순실 부녀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종교적 연관관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일부 언론은 최순실을 무녀로 규정하며 러시아 제국의 몰락을 자초한 라스푸틴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 사회가 위기에 처했을 때 사람들은 종종 종교체험에 의지해서 위안을 받고자 한다. 서양 중세에서도 14세기가 시작하면서 교황과 황제간의 알력이 심화해 정치·사회적으로 불안해지고 지진·해일 및 페스트 등이 만연하자, 사람들은 마치 지구에 종말이라도 오는 것처럼 받아들였다. 위기 속에서 삶의 무상함을 경험했던 많은 이에게 추상적인 생각은 점차로 힘을 잃었고, 새로운 종교적 체험이 절실해졌다. 쓸쓸한 가을로 접어든 중세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신비주의가 널리 퍼져 나갔다. 바로 독일 도미니코 수도회 사제였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Eckhart, 1260~1327)가 신비주의를 정립한 스승이다. 그의 신비주의는 결코 마술이나 주술, 탈혼 상태에 빠진 종교적 체험, 사고의 포기 등을 뜻하지 않는다. 그에게 신비주의란 심오한 이성적 통찰을 바탕으로 모든 실재를 신적인 관점에서 조명하고, 특히 신 자신이 인간의 영혼에 드러나도록 끊임없이 사고하는 것을 의미했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고 있는 신비사상가 중의 한 사람인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도대체 누구이며 어떤 가르침을 베풀었던 것인가?

신비주의를 계승한 ‘삶의 스승’

에크하르트는 도미니코 회원으로서 파리와 쾰른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했다. 1293년 파리대학 신학부장으로 취임했지만, 그의 첫 교수직은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에어푸르트의 원장을 역임하는 등 도미니코 수도회 내에서 지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수도회 내의 여러 요직을 거치면서도 파리와 쾰른에서 강의하는 등, 전 생애에 걸쳐 영적인 스승과 학문적인 스승으로 활동했다.

그의 저서를 살펴보면, 에크하르트가 뛰어난 반성능력과 추상능력을 지녔고, 중세의 전통적인 형이상학에 통달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철학의 범주와 용어를 사용해서 신비체험의 내용을 나타내면서도, 그는 다른 스콜라학자보다 더욱 생동감있고 개성있게 저술했다. 에크하르트는 학문적인 박식함에도 불구하고 방대한 이론 체계를 세우려고 노력하는 대신, 삶을 통찰할 수 있는 작은 단상들을 제시하려 했다. 그는 ‘학문의 스승’이 아니라 ‘삶의 스승’이기를 원했던 것이다. 이론적인 교육과 실제 생활을 연결하려던 그의 노력은 방대한 저서, 특히 강론집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강론의 초점은 단순한 현세 탈피가 아니라 인간의 삶과 세계의 근원이 무엇인가를 묻는 것이었다. 에크하르트는 독특한 언어와 비유로 대담한 생각과 이념들을 표현했다. 일상적인 틀에서 사고하며 종교적 타성에 젖어 있던 이들은 그의 강론을 듣고 오히려 혼란에 빠졌다.

에크하르트의 설교를 기록한 가장 오래된 양피지들 중에 하나. 괴팅엔 대학교 소장.
에크하르트의 설교를 기록한 가장 오래된 양피지들 중에 하나. 괴팅엔 대학교 소장.

자기 부정을 통한 신과의 합일

에크하르트가 강의와 강론을 통해 도달하려던 최종목표는 ‘신과의 합일’이었다. 그는 뛰어난 스승답게 목표를 확정했을 뿐 아니라 이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첫째 단계는 “피조물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신적인 것에서 분리되면 전적으로 무(無)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피조물만 사랑하고 그 안에서 쾌락을 찾을 때 남는 것은 오직 슬픔과 비통함뿐이다. 우리를 신에게 바로 인도할 수 있는 유일한 피조물은 모든 피조물 가운데 가장 고상한 영혼 자체이다. 따라서 우리는 영혼의 탐구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바로 두 번째 단계, 즉 신에 대한 사랑으로 스스로를 부정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인정하는 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인간은 모든 피조물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 자기의 순수한 본질에 도달함으로써 완전한 자유에 이르게 된다. 에크하르트는 신에게로 돌아가기 위한 최고의 덕목을 ‘영혼의 가난함’과 ‘공손함’이라고 보았다. 모든 피조물의 근원인 신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눈이 색깔에 대하여 순수하므로 모든 빛깔을 볼 수 있듯이” 영혼이 비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가 만일 단 한순간만이라도 그대 자신을 온전히 놓아줄 수만 있다면 그대는 모든 것을 다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신비사상가
마술·주술 아닌 이성적 통찰 바탕

“내 안에 신 계시고, 나는 신 안에”
범신론 주장 의심받아 재판 회부

이성 배제한 종교적 체험은 ‘위험’
위기의 한국 종교 돌아보도록 해

그런데 자신을 비우고 신에게 끊임없이 다가설 수 있는 것은 인간이 지닌 ‘영혼의 불꽃’이라고 하는 내면의 정신과 힘 때문이다. 모든 사물의 원리를 찾아 ‘길 없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는 사람은 이 불꽃에 의해 완성단계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완성단계에서 모든 사물과 자신을 버린 인간은 드디어 신과 하나 되어 찬양할 수 있다. “신이 내 안에 계시고, 나는 신 안에 있으며, 내가 나 자신을 전적으로 내놓고 그분의 작용에 내맡기면 맡길수록 나는 더욱 신 안에 있게 된다.” 에크하르트에 따르면, 신은 인간의 순수하고도 맑은 내면적 고독 안에서만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 고독 안에서 신의 ‘아늑함’을 느낀 사람은 일상적인 삶의 무수한 구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자신·세계·신과의 일치를 발견한 사람의 삶은 단순해져 오직 “살기 위해서 산다”.

단죄받은 영적인 스승

신과의 합일에 관한 에크하르트의 가르침은 많은 이에게 신에게로 나아가는 훌륭한 지침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영혼의 불꽃’은 ‘창조되지 않은 것’이며, “영혼은 신과의 일치를 통해서 마치 빵이 그리스도의 몸이 되듯이 신으로 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표현들은 범신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의심받았다. 그의 심오한 신앙체험에 기초를 둔 비유적인 표현이 당대의 사람들에게 근본적인 오해를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에크하르트가 사용한 이율배반적인 표현들은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사태를 서술하는 데만 익숙한 스콜라 학자들에게는 너무 낯설고 이단적으로 들렸다.

결국 그는 동료수사에 의해 고발되어 1326년 쾰른의 추기경이 주관한 종교재판에 회부되었다. 에크하르트는 문제시된 표현들에 대해 자신이 덧붙였던 설명을 결백의 근거로 제시하며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 표현들이 비유적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아무런 효과도 보지 못했다. 그는 아비뇽에 체류하던 교황에게까지 불려간 끝에 의심의 일부는 해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끝내 재판이 끝나는 것을 보지 못하고 1328년에 사망하고 만다. 결국 1329년 3월에 내려진 판결은 그의 작품들에서 발췌된 28개의 문장을 단죄했다.

에어프루트 설교자교회에 있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문.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 5)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에어프루트 설교자교회에 있는 마이스터 에크하르트의 문.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지만 어둠은 그를 깨닫지 못하였다.”(요한 1, 5)라는 구절이 적혀 있다.
그러나 죽음 이후에도 에크하르트에 대한 존경은 이어져 독일 신비주의, 쿠사누스의 신학과 철학, 셸링과 헤겔을 포함한 독일 관념론 사상 체계 등을 거쳐 현대의 하이데거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에크하르트는 자신의 사유를 일정한 사고 체계의 틀에 담으려 하지 않고, 특정한 종교적 전통과 의식을 뛰어넘어 절대자 신에게 도달하는 길을 찾으려 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 다원론 시대에 더욱 많이 연구되어야 할 학자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그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을 통해 신과 일치하려고 노력했다. 이러한 그의 태도는 삶과 지식의 일치를 강조했던 동양의 다양한 전통과 연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는 위기에 빠진 한국 사회를 위한 종교의 역할을 되돌아보게 한다. 우리나라의 종교들은 최태민이 만든 ‘대한구국선교단’ 식의 수많은 구국기도회나 구국법회 등을 여는 것을 재고해 보아야 한다. 정의를 무시하고 집권자의 입맛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개인이나 교단의 부를 축적하는 이들은 종교의 가르침을 포기한 자들이다. 제대로 된 종교라면 진정으로 추구할 종교적인 가치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이를 통해 상처받은 민심을 어루만져야 한다. 이러한 위안은 이성을 배제한 종교적 체험으로부터가 아니라 이성적 반성을 넘어서는 통합적인 가르침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우리는 에크하르트가 강조한 ‘영혼의 가난함’과 ‘공손함’을 통해 가난한 이웃에게 애덕을 실천할 때에야 비로소 완성의 단계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박승찬 가톨릭대 철학전공 교수

 

[한겨레신문 2016년 12월 23일]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75799.html#csidxe447ed97da5ca5abe08330d1da90c56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는 방법들

 

앞에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필요로 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 했다고 설명을 했다. 그에 따라 기업들도 차별화된 최고 기업이 되기 위해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는 설명도 했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T형 인재, H형 인재를 제시했다. 하지만 스마트 스킬, T형 인재, H형 인재 등 새로운 시대의 인재상은 과거 산업사회의 인재상처럼 정형화된 모델이 아니라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즉 과거 산업사회의 우수 인재상은 표준화, 평준화된 인재로서 학교 공부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판단 기준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우수 인재상은 이런 획일화된 판단 기준이 없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는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최고 능력을 가져야할 뿐만 아니라, 다른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과 서로 협업하여 차별화된 최고 제품/서비스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앞에서 제시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T형 인재, H형 인재가 바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달리 표현한 것이다.

산업사회에서는 우수 인재를 동일한 기준, 즉 우수 학습 능력으로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우수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산업사회의 획일화된 방법이 아니라 각 개인에 맞는 차별화된 맞춤형 방법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각 개인의 특성에 맞춰서 능력을 개발해야만 다른 사람과의 차별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장에서는 각 개인의 특성을 어떻게 찾아내어 어떻게 계발해야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섯 가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물론 여기 제시된 방법을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 제시된 방법에 따라 각 개인이 자신의 특성을 찾아내고 그 특성을 제대로 계발해야만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각자의 강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또 쉬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사실은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종이 두 장을 펼쳐놓고 한 장에는 자신의 강점을 나열하고, 다른 한 장에는 약점을 나열해보면 의외로 강점을 찾아내어 쓰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특성을 찾는 두 번째 단계는 자신의 약점이 강점이 될 수 있지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자신이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특성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더 나아가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전략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점을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세상에 절대적인 약점은 없다. 다만 이제까지 산업사회의 관점에서 자신의 특성을 바라봤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판정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 네트워크 사회의 관점으로 자신의 약점을 바라보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

세 번째 방법은 자신의 약점에 해당하는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다른 사람과 네트워크를 맺는 것이다. 과거에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 그 방법은 비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에 노력하는 것보다는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노력하는 것이 몇 배로 효율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이 잘 못하는 분야는 외부의 네트워크를 통해 보완하고, 그렇게 절약된 시간과 노력을 자신이 잘 하는 분야에 더 투입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네 번째 방법은 자신의 강점들을 찾아내어 서로 네트워크 화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강점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가진 모든 강점들을 찾아내어 그 강점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 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신이 가진 한 가지 강점으로는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시키기가 어렵지만, 여러 강점들을 네트워크화 한다면 차별화가 훨씬 더 쉬워진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은 외부와 네트워크를 잘 맺도록 하는 일인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 열린 자세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다름, 즉 강점을 존중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쉬울 것 같지만 상당히 힘든 일이다. 우리가 일반적인 대화에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강점을 가진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마음을 변화시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지만, 일단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을 하다보면 마음도 변화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하지만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T형 인재와 H형 인재

 

앞에서 네트워크 사회에는 스마트 스킬을 갖춘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다른 관점에서 표현한 인재형이 바로 도요다 자동차에서 주창한 ‘T형 인재. T형 인재는 도요다(TOYOTA) 자동차의 첫 글자인 T를 따서 만든 것이다. T형 인재는 자기 분야는 깊게(I) 알되, 주변 분야의 지식도 넓게() 갖춘 인재를 말한다. 원래의 의미는 도요다 자동차 공장에서 공정 개선을 위해 직원들이 좀 더 효율적인 제안을 내도록 하기 위해 제안된 인재 모델이다. 즉 단순히 자기가 맡은 공정에 대한 지식만 가지고 제안을 낼 때보다는 앞 뒤 공정 더 나아가 자동차 공정 전체에 대해 깊이는 없더라도 넓게라도 알고 제안을 낼 때 훨씬 더 좋은 제안들을 많이 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만들어낸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타이어를 조립하는 기능공이 단순히 타이어에 대한 지식만 아는 것보다는 타이어에 연결된 조향 장치, 더 나아가 자동차의 구동 원리를 이해하면 더 좋은 제안을 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는 이 개념을 확장시켜서 자신의 전공 분야는 깊게 알되, 연관된 여러 지식을 폭넓게 아는 인재를 뜻하게 되었다.

 

 

 

 

 

 

 

 

                <T형 인재>                  <진화된 멀티 T형 인재>

 

 

예를 들어 나처럼 화학공학 전공의 경우에는 화학공학 전공에 더하여 다른 분야의 공학적인 전공들을 폭 넓게 아는 T형 인재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인문학 분야들에 대한 폭넓은 지식도 갖춘 T형 인재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타 분야에 대한 폭 넓은 지식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전공 분야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갖춰야 진정한 T형 인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얼마만큼의 깊은 지식을 갖춰야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에 오르는 정도의 깊이까지 이르려면 그 자체로도 벅찬 일이고, 대충 일반적인 지식만 갖춰서는 차별화가 안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물론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하지만 그 지식 정도를 지식 자체가 아니라 나를 차별화하는데 필요한 정도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막연한 얘기지만 어떤 사람은 전공 지식은 얕지만 무궁무진한 타 분야의 지식으로 차별화된 T형 인재가 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타 분야에 대한 지식은 그저 그 분야를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자신의 전공에 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지식을 갖춘다면 다른 형태의 차별화된 T형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 글로벌 HR포럼에 참석했던 래리 라이퍼 스탠퍼드대 교수는 다학제적인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이야말로 차세대리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다학제적인 환경을 통해 21세기의 네트워크 사회가 요구하는 T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하였다. 더 나아가 그는 “21세기 교육의 목표는 T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래로 뻗은 직선이 여러 개가 되는 (진화된 멀티) T형 인재를 길러 내는 것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네트워크 사회에서 필요한 확실한 차별화를 위해서는 한 가지 전공 분야에서 깊은 지식을 가진 단순한 종래의 T형 인재로는 부족하고, 여러 분야에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춘 진화된 멀티 T형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종래의 T형 인재는커녕 단순한 전공 기술만 가진 인재를 키워내면서 그 인재들이 21세기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현재의 한국의 대학들이 위기를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와 멀티 T형 인재가 네트워크 사회에 필요한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되기 위한 방법론이라면, 이를 어떻게 적용하여 실제 효과를 낼 것인가 하는 방향이 ‘H형 인재. 그러니까 H형 인재는 앞서 설명한 T형 인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네트워크를 잘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특성을 지닌 인재다. T형 인재가 자신의 전공과 주변 지식을 넓힌 개인에 관한 개념이라면, H형 인재는 자신의 차별화된 강점과 다른 사람의 차별화된 강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강력한 합체를 만드는 능력을 지닌 인재다. 만화에서 정의 편에 선 로봇들이 악당 로봇과 싸우다가 도저히 적수가 되지 않을 것 같으면 합체하여 아주 강력한 힘을 내는 원리라고나 할까. 더 나아가 H형 인재는 자신이 일하는 기업의 강점과 외부 기업의 강점을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차별화된 사업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진 인재를 말한다.

 

 

 

 

H형 인재가 개인의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면, 이 원리를 사업에 적용하면 H형 기업이 된다. H형 기업은 내 기업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만 집중하고 나머지 분야는 내 기업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기업에게 아웃소싱 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기업이다. 산업 사회에서는 거대 기업이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계열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가 대세였다. 즉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내부에서 하고, 혹시 초기에는 힘이 부쳐서 남에게 맡겼더라도 나중에 힘이 생기면 자신이 직접 하는 것이 당연한 추세였다. 그래서 어느 제조 대기업에서는 구내식당에서 쓰는 두부까지도 자체 생산했다는 웃지 못 할 일도 생겼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스피드가 곧 경쟁력이고, 변화와 혁신이 필수이기 때문에 핵심 사업 분야만 자신이 하고, 나머지는 아웃소싱 하는 것이 몸집이 가벼워 스피드를 낼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웃소싱을 하면 필요에 따라서 인원 감축이라는 소모적인 행위 없이도 변화와 변신을 쉽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네트사회에 적합한 H형 기업에는 H형 인재가 필요할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이치다.

 

 

 

 

스마트 스킬을 갖춘 인재

 

내가 공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공대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강연을 가서 교수들을 만나면 공대의 인기가 떨어져서 걱정이 많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요즘에는 공대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서 다행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아마도 최근 공대의 인기가 올라간 이유는 경쟁 관계인 의과계열의 인기가 조금 내려간 영향과 인문사회계의 상대적 쇠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의과계열의 인기가 내려간 이유는 의사 수가 과다하게 늘어나면서 의사 자격증이 안정된 직장과 높은 수입을 무조건 보장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계의 인기가 낮아진 이유는 첨단 기술 사회가 되면서 기술 기반 학문의 필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즉 인문사회계의 주력 분야인 일반 관리, 경영 분야는 컴퓨터와 소프트웨어에 의해 급격히 대체되고 있는데, 인문사회계 교육은 아직도 과거 교육 내용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의 관계를 다음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여기서 하드 스킬은 혼자 업무를 처리하는 능력이고, 소프트 스킬은 협업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중요도

 

 

 

 

 

 

 

 

 

 

 

산업사회 지식정보사회 네트워크사회

 

 

위 그래프에서 보듯이 실무자에게는 주로 하드 스킬이 필요하다. 다른 팀원들과 협업을 하는 소프트 스킬도 어느 정도는 필요하지만, 팀장으로부터 지시받은 업무를 혼자서 해결해 나가는 하드 스킬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하지만 팀장이 되면 자신이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인 하드 스킬도 중요하지만, 다른 팀원들의 협업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의 중요성이 점점 더 요구된다. 경영진의 경우에는 회사의 경영 방향에 맞춰 구성원들의 하드 스킬들을 효율적으로 모을 수 있는 소프트 스킬이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이 관계를 통해 왜 공학계열 졸업생들이 인문사회계열 졸업생들보다 취업이 잘 되는지를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즉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할 때에는 기술 기반의 하드 스킬을 가진 공학계열 졸업생이 더 선호되기 때문에 취업이 더 잘 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을 보면 신입사원의 비율에서는 공학계열의 비율이 높지만, 경영진으로 올라갈수록 공학계열보다는 인문사회계열의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진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보면 공학계열의 소프트 스킬이 인문사회계열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문사회계열도 취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만들고, 공학계열도 경영진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그 해답은 인문사회계열에게는 하드 스킬을 키워주고, 공학계열에는 소프트 스킬을 키워주면 된다. 이처럼 하드 스킬과 소프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춘 상태를 스마트 스킬이라고 부르겠다. 스마트 스킬은 내가 명명한 것이지만, 공학교육혁신을 표방하는 공학교육인증제에서도 추구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제시하는 공학교육인증 10개 학습 목표를 보면 다음과 같다.

 

1) 수학, 기초과학, 공학의 지식과 정보기술을 공학문제 해결에 응용할 수 있는 능력

2) 데이터를 분석하고 주어진 사실이나 가설을 실험을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능력

3) 공학문제를 정의하고 공식화할 수 있는 능력

4) 공학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신 정보, 연구 결과, 적절한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

5) 현실적 제한조건을 고려하여 시스템, 요소, 공정 등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

6) 공학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 팀의 구성원으로서 팀 성과에 기여할 수 있는 능력

7) 다양한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

8) 공학적 해결방안이 보건, 안전, 경제, 환경, 지속가능성 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9) 공학인으로서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

10) 기술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지속적이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

 

위의 10가지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5가지 항목은 하드 스킬, 뒤의 5가지는 소프트 스킬에 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앞으로 공학계열의 졸업생들도 하드 스킬만이 아니라 소프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춘 스마트 스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스마트 스킬을 균형 있게 갖춰야 한다고 해서 모든 항목들을 최고 수준으로 갖출 필요는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하드 스킬에 강점이 있는 서울 명문대생들은 하드 스킬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되 소프트 스킬을 어느 정도 가미하면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반면에 하드 스킬이 뒤지는 지방대생들은 소프트 스킬을 집중적으로 개발하되, 하드 스킬도 어느 정도 가미하면 서울 명문대생들과는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거 산업 사회에서는 하드 스킬이 뒤쳐지는 지방대생들에게는 기회가 없었지만, 스마트 스킬이 요구되는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성공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위 표에서 보듯이 산업사회에서는 하드 스킬이 중요했지만, 네트워크 사회로 갈수록 소프트 스킬, 더 나아가 스마트 스킬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갈수록 학생 수가 줄어들고, 지방대생들이 취업 경쟁에서 뒤쳐지기 때문에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 지방대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다. 즉 하드 스킬이 경쟁력이었던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지방대생들이 서울 명문대생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방법이 별로 없었지만, 스마트 스킬이 중요해진 네트워크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방대에서 아직도 이런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채 산업사회 식의 교육방식, 즉 하드 스킬 위주의 교육을 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면서 성적, 즉 하드 스킬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지방대에 오는 게 지방대 위기의 본질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다.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이 지방대에 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이런 한탄만 해서는 지방대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하지만 수능 성적이 낮은 학생들도 스마트 스킬을 키워 차별화된 최고 인재로 키운다면 지방대의 위기는 자연스럽게 극복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방대에서 키운 차별화된 최고 인재는 기업에서 환영을 받을 것이고, 이에 따라 더 많은 학생들이 지방대를 지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런 제안을 하면 지방대 교수들은 스마트 스킬을 키우는 것이 힘들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생겨난다. 첫째는 교수들이 변하기 싫어하기 때문이다. 즉 이제까지는 자신이 배웠고, 잘 하는 전공, 즉 하드 스킬만 가르치면 됐는데, 스마트 스킬을 가르치려면 교수들이 먼저 스마트 스킬을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기존의 교수들이 스마트 스킬을 배우지 않는다면, 스마트 스킬을 가르칠 수 있는 다른 교수를 채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교수 자신의 전공과목 강의 시간이 줄어들 각오를 해야 한다. 스마트 스킬 강의 시간 수가 늘어나면 교수들의 의무 강의 사간을 채우는 게 어려워진다는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어차피 학생 수가 줄어드는 현실에서는 학생을 위한 대학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수가 가르치기 쉬운 과목들을 선택할 게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필요한 과목들을 가르치는 게 맞는 방향이 아닐까.

둘째는 수능 점수에 맞춰 오는 다양한 학생들에게 어떻게 차별화된 스마트 스킬을 가르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제기 된다. 대학의 입장에서도 모든 학생들에게 다양한 스마트 스킬을 가르치기보다는 특정한 스마트 스킬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따라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는 입학 시에 각 대학의 인재 양성 목표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그에 적합한 인재들을 선발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 대학은 기술 영업에 최고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내세우는 것이다. 이 경우에는 기술(하드 스킬)에 대해서도 배우지만, 영업에 필요한 여러 기법(소프트 스킬)에 대한 커리큘럼도 필요할 것이다. 학생들을 뽑을 때도 영업에 흥미와 적성이 맞는 학생들을 선발해야 할 것이다. 물론 현행 입학 제도가 이런 학생 선발에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이런 사소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 년 동안 한국공학교육인증원에서 시행하는 공학교육인증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공학교육인증제도는 공대 학생들에게 차별화된 스마트 스킬을 익히도록 하여 차별화된 최고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제도다. 하지만 아직도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이 공학교육인증제도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을 많이 느끼고 있다. 가장 크게 아쉬운 점은 각 대학들의 인재 양성 목표가 너무 천편일률적이라는 점이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대학들이 앞에서 언급한 10개의 학습 목표를 모두 잘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두 잘 한다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못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모든 분야를 다 잘 하는 만능 인재가 아니라 특정 분야를 잘 하도록, 즉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게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라면 하드 스킬은 조금만 잘 하되, 특정 소프트 스킬이 뛰어난 인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해야만 한다. 모든 지방대학들이 서로 다른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목표를 제시하고, 학생들도 자신의 적성에 맞는 대학을 선택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이 배출될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환영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기업의 활력도 되찾아져서 한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청년 실업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고, 지방대들의 위기도 극복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면접과 인적성검사 등을 통해 스마트 스킬을 갖춘 차별화된 최고 인재들을 찾기 위해서 기를 쓰고 있다. 반면에 대학들은 아직도 과거 산업사회에 필요한 하드 스킬 위주의 인재 육성 커리큘럼을 고집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학교공부를 열심히 해서 높은 수능점수를 따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사회에서 성공하는 인재가 되려면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찾고, 그 적성을 잘 키워줄 수 있는 대학을 찾는 노력이 중요해 질 것이다. 물론 한국의 대학들이 차별화된 최고 인재를 키우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말이다.

공부만 잘하는 인재를 몰아내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

 

201639일부터 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대결을 펼쳐 41패의 절대 우세로 이긴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전승을 할 수 있었지만, 알파고에 대한 지나친 견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한 번 져줬다는 미확인 소문까지 나돌았다. 그만큼 인공지능의 성능(능력?)에 대한 충격이 컸다는 점을 반영한 소문이라고 보여 진다. 문제는 이미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 속에 활용되고 있고, 앞으로 점점 더 그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구굴의 검색 기능,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 등은 넓은 의미의 인공지능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자율운행무인자동차, 로봇 등도 인공지능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알파고도 의료분야, 증권투자분야에 대한 인공지능이 되는 것이 다음 목표라고 한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생활이 편리해지는 대신에 일자리를 뺏기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컴퓨터와 로봇 등 초기의 인공지능이 계산, 용접 등 단순 업무 위주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면, 알파고 등의 미래 인공지능은 의사, 법률가(판사, 변호사 등), 증권거래인 등 고급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단순 업무 위주의 일자리를 자동화를 통한 원가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컴퓨터와 로봇에게 뺏기는 현상은 이미 현실적으로 닥친 문제다. 한국의 경우에는 후발 개발도상국인 중국과 인도 등으로 단순 제조업이 이전하는 현상까지 겹치면서 단순 업무 일자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청년 실업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그 원인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단순 업무 일자리뿐만 아니라, 법률가, 의사 등의 고급 업무도 인공지능에게 뺏기면서 일자리가 감소하거나 업무 내용이 변하게 될 것이다.

우선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의사의 역할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의사는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고급 일자리지만, 다양하고 정확성이 높은 진단기기가 발달함에 따라 지금과 같이 의사의 주관적인 경험에 의존하는 진단에서 벗어나 점차 진단기기의 진단 결과에 의존하는 방향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최신 진단기기들의 진단 결과는 대부분 디지털 형태이기 때문에, 진단기기와 소통 측면에서도 인공지능이 의사보다도 훨씬 더 유리할 것이라는 점이 이런 전망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물론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진의 최근 연구 결과에서 아직까지는 의사가 컴퓨터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 조사결과에 따르면 컴퓨터 진단 앱들이 올바른 답을 한 비율이 34퍼센트에 그친 데 비해 의사들은 72퍼센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모든 진단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면서 축적해나가고, 최신 의료 정보를 빠르게 업데이트하게 되면 의사보다 더 정확한 진단을 내리게 될 날이 조만간 다가올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의료 인공지능은 학습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인간 의사의 능력을 뛰어넘은 것은 시간문제일 뿐만 아니라, 날이 갈수록 그 격차가 커질 것이다. 만약 진단은 진단기기가 담당하고, 그 진단 결과를 인공지능(컴퓨터)이 저장하고 분석한 다음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를 판단하게 되고, 수술이 필요하면 외과 수술 로봇이나 나노 로봇이 담당하고, 수술이 여의치 않으면 고장 난 장기를 통째로 교환하게 되는 날이 오면 의사의 역할이 지금과 같이 중요할까? 물론 최종적인 판단은 인간인 의사가 해야 한다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인공지능의 발달로 컴퓨터가 더욱 정확하게 판단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많고, 백보를 양보해서 인간인 의사가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많은 의사는 필요 없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따라서 의사 면허증만 가지면 동네에 의원을 열어서 평생 동네 환자를 치료하면서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의사가 되기로 했다면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

이제까지 의사가 되는 사람들은 공부를 잘 하는 인재들이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공부 잘 하는 인재보다 더 의학 지식이 앞서는 시대가 금방 오기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제 의사가 해야 되는 주요 역할은 인공지능이 내린 진단 결과를 해석해서 최종 결정을 내리고, 그 결과를 환자에게 잘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의학 지식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보다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더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공부를 잘 하는 사람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하는 시대가 된다는 의미다. 현재도 공부를 잘 해서 의사가 된 사람들 중에는 매일 환자들을 만나는 게 적성에 맞지 않아 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라서 환자들에게 막 대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불친절하더라도 의술이 뛰어난 의사가 대접을 받았지만, 진단을 진단기기에 의존하고 환자의 권리가 커진 요즘에는 대인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의사는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병원에서는 인공지능과 진단기기의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진단을 담당하는 의사가 과거와는 달리 뛰어나게 공부를 잘 하는 인재일 필요는 없고, 오히려 환자와 잘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환영을 받을 것이다. 동네 병원의 경우에는 비싼 첨단 진단기기를 갖출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가 유리하겠지만, 마찬가지로 환자와 잘 소통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공부를 잘 하는 인재가 의사가 되는 게 아니라, 친절하게 환자를 대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한다. 물론 의술도 뛰어나고, 대인관계도 뛰어난 의사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이 좋겠지만, 두 가지 능력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한다면 대인관계가 더 중요해진다는 의미다.

대인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지만 공부를 잘 하는 인재들도 의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인재들은 현재와 같이 환자를 직접 대하는 역할보다는 진단기기나 인공지능의 개발로 방향을 바꾸는 게 더 나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의학지식만 배우면 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 개발을 위해 IT 기술을 배우든가, 진단기기 개발을 위해 전자나 기계 분야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앞으로 의사가 의학지식만 배워서 평생 먹고사는 시대는 얼마 남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진단과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도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잘 해야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진단기기의 기능을 잘 이해하고, 인공지능을 적절하게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앞으로 의사도 진단기기, 인공지능,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역할을 찾아서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즉 의료분야에서 살아남으려면 진단기기,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하는 하드웨어적인 역할을 수행하거나,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감성을 발휘하는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의과대학의 커리큘럼에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 과목이나 IT 등 기술 관련 과목이 선택 과목으로 채택될 날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또 의과대학 입학생 선발에 있어서도 단순 학습 성적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반영해야 할 필요성도 증가할 것이다.

의사, 법률가, 증권거래인 등 고도의 지식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힘을 발휘하겠지만, 음악, 미술 등 예술 분야 등 감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필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예술 분야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소니의 컴퓨터과학연구소(CSL)는 최근 자사의 인공지능 시스템인 플로머신(Flow Machine)’으로 작곡한 팝송 2곡을 공개했다. 이를 위해 플로머신은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곡의 악보 13000여 장을 분석한 다음 아빠의 차(Daddy’s Car)’미스터 섀도의 노래(The Ballad of Mr Shadow)’라는 두 개의 곡을 작곡했다. 물론 작사와 제작, 편곡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팝송 두 곡을 들은 네티즌의 반응은 극찬과 혐오 사이에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중앙일보 2016927일 기사 <작곡까지 넘보는 AI비틀즈와 재즈 스타일 곡 지어>] 2012년 런던 심포니는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작곡용 인공지능 이아모스의 작품 10곡을 연주해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20167월 성시연 지휘 경기필하모닉의 청소년음악회에서 인공지능(로봇) 작곡가로 잘 알려진 에밀리 하웰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 모차르트 풍 교향곡(Symphony in the Style of Mozart)’ 1악장 알레그로를 선보였다. 에밀리 하웰은 미국 UC산타크루스 대학 데이비드 코프 교수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에 두고, 바로크에서 현대음악까지 다양한 형식을 반영한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번 공연에서 경기필하모닉은 '진짜' 모차르트 교향곡 341악장을 연이어 들려주고 어느 음악이 더 아름다운지 고르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다[출처: 중앙일보 201685일 기사 <인공지능과 모차르트, 청소년음악회서 대결>]

20165월에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인간과 로봇의 피아노 배틀이 열렸다. 53개 손가락으로 1000곡을 연주할 수 있는 로봇 피아니스트 테오 트로니코와 이탈리아 연주자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무대에 올랐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등 똑같은 곡을 번갈아 연주하고 상대 연주에 대해 서로 품평했다. 사실 이날 배틀은 실력파 피아니스트 프로세다가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 예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싶다며 지금까지 미국·중국 등 7개국에서 가졌던 공연의 연속선상에 있다[출처: 중앙일보2016517일 기사 <로봇 테오 난 인간보다 정확피아니스트 음악 파괴 못 참아”>]

아직 작곡과 연주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따라오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초기 축음기가 등장했을 때 음반이 실제 연주의 감흥을 따라올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축음기는 호기심을 끄는 제품 그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뛰어넘었다는 점을 상기해보자. 인공지능이 학습기능을 살려 인간의 감성까지 흉내 낸 작곡과 연주를 할 날이 멀지 않았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모차르트 연주에서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때가 되면 단순히 피아노를 잘 쳐서 최고를 하는 것보다는 자신만의 차별화된 분야를 만들어 최고를 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조성진보다 연주 실력은 떨어지지만, 자신만의 분야를 만들어 차별화된 분야의 최고 인재가 된 피아니스트 윤효간처럼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춤추는 바이올리니스트로 유튜브 스타가 된 걸그룹 트와이스의 치어 업(Cheer Up)’도 또 하나의 차별화된 최고의 예로 들 수 있다. 붉은색 티에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은경(제니윤·25)이 바이올린을 켜면서 동료들과 함께 발랄하게 춤을 추는 3분 분량의 유튜브 동영상이 조회 수 97만 건을 넘어섰다. 그들이 만든 장르는 댄스와 바이올린 연주가 결합한 댄스올린(Dance+Violin)’이다. 윤은경은 대학에서 클래식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현재 바이올린 강사로 일하고 있지만, 조성진 같은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는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바이올린 실력과 그녀가 좋아하는 춤을 결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서 차별화된 최고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출처: 중앙일보 2016928일 기사 <바이올린 켜며 걸그룹 춤, 유튜브 스타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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