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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지니어로서 살아온 30여 년의 세월과 더불어 인생 후반기를 맞아 행복을 추구하는 기술자의 변신 스토리입니다. --------- 기술 자문(건설 소재, 재활용), 강연 및 글(칼럼, 기고문) 요청은 010-6358-0057 또는 tiger_ceo@naver.com으로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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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6 호)

 

【 틈새 증후군과 틈새 활용법 】

 

인도네시아에 온 후 생활하면서 느끼는 점들이 많지만, 인도네시아 인들이 느긋하다는 점도 그런 느낌들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 준공한 설비 공사 과정에서도 한국 업체들은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 우리공사 일정에 맞춰서 진행을 했습니다.

반면에 인도네시아 업체들은 일정과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페이스대로 진행을 해서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하긴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코리언 타임(Korean time)’ 하면 약속 시간에 늦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을 표현한 것이었으니 이들을 탓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분 1초의 정확한 단위로 생활해야 하는 산업사회가 아직은 인도네시아에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낫겠죠.

또 인도네시아의 더운 날씨에 시간에 쫓겨 서두르다 보면 제 명을 다할 수 없을 것이니 이들의 느긋함이 생활의 지혜라는 생각도 듭니다.

 

요즘 세계 어디를 가도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아는 한국어가 바로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한국인의 서두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이 이룬 빠른 경제 발전, 즉 한강의 기적의 원동력이 바로 이 ‘빨리 빨리’라고 할 정도로 이제 ‘빨리 빨리’는 한국인의 체질이 되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한 현대에는 ‘빨리 빨리’ 문화를 버리고 느긋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반론도 최근 제기되고 있긴 합니다.

 

‘빨리 빨리’ 문화의 부작용이 여럿이지만, 그중의 한 가지가 ‘틈새 증후군’이라고 생각합니다.

‘빨리 빨리’ 해야 할 일이 없는데도 무언가를 일정 틈새에 채워 넣어 스스로를 바쁘게 만드는 게 틈새 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틈새 증후군은 실제는 바쁘지 않은데, 그걸 못 견뎌서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틈새에 끼워 넣어서 스스로 바쁘다고 생각하는 병(?)인 셈이죠.

 

틈새 증후군이 현대인을 번 아웃 상태로 몰아넣는 주범이라고 한다면, 제가 실행하고 있는 틈새 활용법은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틈새 증후군이 쓸모없는 일을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도로 하는 것이라면, 틈새 활용법은 꼭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 틈새 시간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틈새 증후군이 쓸모없는 일에 시간을 허비하다가 꼭 필요한 일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라면, 틈새 활용법은 틈새 시간을 활용해서 꼭 필요한 일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매일 만 보 걷기를 실천하는 일은 쉽지 않은 게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서울에서 근무할 때 매일 아침 집에서 직장까지 걸어서 출근함으로써 하루 만 보 걷기를 실천했습니다.

물론 승용차나 버스, 지하철을 타고 출근할 때에 비해 출근 시간이 좀 길어지는 문제는 있지만, 따로 시간을 내서 걸을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물론 저야 당시에 집에서 사무실까지 한 시간 정도 걸으면 됐지만, 멀리서 출근하는 경우에는 그럴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는 융통성을 발휘해서 지하철을 타고 오다가 1시간 정도 걸으면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는 곳에서 내려서 걸으면 됩니다.

제가 이런 예를 말씀 드리는 이유는 저를 그대로 따라서 하라는 게 아니라, 이렇게 틈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예를 들려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예로 멀리 갈 때 저는 버스보다 지하철을 선호하는데, 그 이유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지하철이 만원이 아닌 경우에 해당하겠지만,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저는 제법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1년에 200권 정도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처럼 틈새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도 저는 틈새 활용법을 활용하기 위해 지속적인 아이디어를 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출근하는 회사가 두 군데인데, 한 회사는 집에서 편도 2시간이 걸릴 정도로 먼 지역에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긴 출퇴근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어 공부 파일을 핸드폰에 저장한 다음에 출퇴근 시간에 듣고 있습니다.

 

제가 듣고 있는 파일은 EBS에서 방송한 내용을 담은 파일인데, 52개 과로 구성되어 있고, 1과가 개략 20분 정도 소요됩니다.

2시간 동안 4개 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 동안 들으면 8개 과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개략 1주일에 전체 분량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지 10개월에 접어드는데, 이 짧은 기간에 조금이나마 인도네시아 어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틈새 활용법을 이용했기 때문입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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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물 문제

2023. 3. 16. 07:02 | Posted by 행복 기술자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5 호)

 

【 인도네시아의 물 문제 】

 

인도네시아에 온다고 하자 인도네시아에 대해 잘 아는 지인들이 충고해 준 주의사항들 중의 한 가지가 ‘인도네시아에서는 생수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양치질을 하거나 그릇을 씻은 다음에도 수돗물로 헹구지 말고 생수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충고를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양치질 후에 수돗물로 입을 헹구다가 지금은 생수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인도네시아 수돗물에는 석회 성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냥 마실 경우에 배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 지역을 가든지 물을 갈아 마시게 되면 겪는 문제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인도네시아의 물은 그 정도가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꼭 석회 성분의 과다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 흐르는 물들은 거의가 흙탕물입니다.

억수같이 퍼붓는 비 때문에 흙탕물이 되기도 하지만, 지표면이 거의 흙으로 덮여 있어서 비에 쓸려서 내려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이런 흙탕물을 제대로 가라앉히고 정수해서 수돗물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석회 성분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못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정수 시설이 미비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댐을 만들고 급수 설비와 한국식 정수시설을 공급하고, 수도요금을 징수해서 수익을 내는 투자방식이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고, 인도네시아 주민들로서는 질 좋은 수돗물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투자라고 생각됩니다.

 

인도네시아는 물이 부족한 나라가 아니라 오히려 물이 너무 풍족해서 탈인 나라입니다.

인도네시아에는 거의 매일 비가 내리고, 어떤 때는 폭우가 내려서 길이 물에 잠길 정도입니다.

특히 자카르타 남쪽에 위치한 보고르는 ‘비의 도시’라는 의미에 걸맞게 비가 엄청나게 자주 또 많이 내립니다.

 

이처럼 비가 많이 내리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는 조금만 지하를 파도 지하수가 나옵니다.

어디서나 지하수를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긴 한데, 지표면에 물이 많다 보니 집을 지을 때 지하층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점은 단점이 되기도 습니다.

큰 빌딩을 지을 때는 지하를 파고 많은 돈을 들여 방수 처리를 하지만, 일반 집을 지을 때는 지하를 만들지 않고 지상에만 짓는 것이 어느 모로 보나 낫습니다.

 

문제는 지하에 아무리 방수처리를 잘 한다하더라도 습기가 많은 기후 조건 때문에 곰팡이가 번성하는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하긴 지하를 만들게 되면 방수처리도 문제지만, 폭우에 지하로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데도 많은 돈이 든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인도네시아는 물이 풍부해서 좋긴 하지만, 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생활에 지장을 준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비가 자주 많이 내리다 보니 아직까지는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겪어본 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가 자주 내리니 인도네시아 나무들은 잘 자라고, 엄청나게 무성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나무들이 너무 좋은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뿌리가 깊지 않고, 위로만 자라서 만약에 센 바람이라고 불면 금방 넘어질 것 같아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인도네시아의 물 문제는 요즘 한참 이슈가 되고 있는 수도 이전 문제로까지 연결이 되고 있습니다.

지하수를 쉽게 얻을 수 있다 보니 수도 설비를 늘리지 않고 자체 지하수를 뽑아서 쓰는 게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뽑아 쓰다 보니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난 자카르타의 경우에는 지반이 침하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자카르타가 침수되기 전에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칼리만탄(보르네오 섬)으로 수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 이전에 대해서는 하도 오래 전부터 말이 많고, 인도네시아 정부의 재정에 대한 의구심 때문에 제대로 추진될 거라고 확신하는 상황은 아닙니다.

풍부하지만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단 물만이 아니고, 원유 등 다른 지하자원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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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4 호)

 

【 공장 준공식을 준비하면서 】

 

오늘 3월 9일은 제가 맡아서 추진했고 현재는 제가 법인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장의 신축 공장 준공식이 열리는 날입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빠듯한 시간 안에 부족한 자금과 인력을 활용해서 공장을 준공하는 것이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습니다.

1년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기술을 보유한 스위스 회사와의 협상과 계약, 기본 설계를 받아 상세 설계하기, 설계에 따른 설비 발주 및 진행 상황 체크 등 긴장의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기술 제공사에서 핵심 설비를 설계하고 제작까지 담당해줘서 그나마 한시름 덜 수 있었습니다.

이탈리아와 두바이에서 핵심 설비를 제작하는 사이에 탱크 등 주변 설비 설계와 제작, 토목 공사 등을 하면서 주어진 기간 안에 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런 힘든 과정을 거쳐 마침내 생산 설비를 완공하여 시운전을 시작하고 오늘 준공식을 갖게 된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저는 서울에 있으면서 협상과 계약을 진행하고, 기본 설계에 따른 상세 설계 발주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공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아예 인도네시아 공장 법인장으로 발령 받아서 공장 운영과 더불어 공사 진행까지 함께 맡게 된 것입니다.

낯선 환경에서 인도네시아 말도 못하는 상태에서, 업무 파악을 하면서 공사를 진행하려니 어려움이 있었지만, 오늘 준공식을 하게 되니 그야말로 감개무량합니다.

 

인도네시아 공장에는 이미 여러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가 있지만, 설비를 완공하고 나서 준공식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이번 설비의 중요성이 크고, 회사에서 이 설비에 거는 기대도 크다고 볼 수 있겠죠.

이처럼 기대가 크다보니 저로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어 더욱더 긴장감이 큰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물론 기술 제공사가 스위스에 있는 덕분에 협상과 설계 논의를 위해 스위스를 방문하면서 짧게나마 스위스 구경도 덤으로 하는 행운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 덕분에 인도네시아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살아보는 행운도 덤으로 잡을 수 있었고요.

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힘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완공하고 나니 무언가를 이루었다는 뿌듯한 성취감도 덤으로 얻었습니다.

 

오늘 준공식에는 회사 오너인 회장님을 비롯해서 인도네시아 정부의 차관급 등 여러 손님들이 100여 명 참석합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볼 때 준공식은 화려하고 폼이 나는 행사였지만, 막상 제가 준비를 해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집에서 한 두 명의 손님을 치루는 것도 힘든 일인데, 내로라하는 손님들 100여 분을 모시고 하는 행사이니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준공식 2주 전부터는 주말도 없이 야간 근무를 하면서 시운전 준비도 하고 주변 단장도 했습니다.

준공식 진행에 따른 손님 초대며, 식순 준비 등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런 고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함께 고생을 해주는 고마운 직원들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특정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결과를 내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어려운 일입니다.

반복 업무 수행에 비해 프로젝트 수행을 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좋은 측면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저 혼자 수행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주도가 되어 수행하고 마침내 준공식이라는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에 제 자랑거리로 내세울 수 있겠죠.

 

준공식을 마치고 나면 시운전을 거쳐 본격적인 생산을 하고 생산된 제품을 판매해야 하는 일이 계속 됩니다.

시운전을 하면서 또 어떤 고난이 닥칠지 모르겠지만,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세계적으로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 하는데, 그래도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공장 설비를 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이번 설비에 대한 준공식을 마치고 나면 또 다른 제품에 대한 생산 설비를 다시 검토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합니다.

몸은 고되지만 새로운 업무를 수행하면서 지루할 틈이 없이 지내니 더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새로운 일을 맡아서 진행하니 더욱 더 마음이 뿌듯하고 나날이 즐겁습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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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3 호)

 

【 모계 사회와 부계 사회가 공존하는 인도네시아 】

 

인도네시아는 섬이 세계에서 가장 많고, 인구도 세계에서 4위로 많지만, 이슬람 인구수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 2억 8천만 명의 80퍼센트 이상이 이슬람이니 2억 3천 명 이상이 이슬람 인구인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인도네시아에서의 생활상은 이슬람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게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절대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독특한 체제를 갖추고 있긴 합니다.

그래도 모든 행사에서 이슬람식 기도를 하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길거리에는 히잡을 쓴 여인들이 아주 많이 보일 정도로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의 영향이 큽니다.

물론 인도네시아 북쪽의 수마트라는 이슬람이 아주 강하고, 자바는 좀 약하며, 발리는 힌두교가 대다수이니 종교의 다양성이 아주 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런 상식을 제가 새삼스럽게 언급하는 이유는 그래도 사회 밑바닥에는 인도네시아 고유의 생활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유대교, 기독교도 마찬가지지만, 이슬람교도 부계 중심의 사회 체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슬람의 경우에는 일부다처를 인정하는 것으로 봐서 부계 중심 사회 체제가 아주 강하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저도 인도네시아에 와서 살기 전에는 인도네시아는 일부다처가 아주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인도네시아에 와서 보니 의외로 일부다처를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물론 제가 아직 일부다처를 할 정도의 지위에 있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반면에 대부분은 일부일처로 평범하게 살고 있고, 심지어 미혼모도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골프장에서 캐디로 일하는 여성들이나 공단에서 일하는 여성들 중에서 미혼모로 살아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미혼모가 부끄러운 처지라고 생각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의외로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당당하게 미혼모라는 걸 밝힙니다.

 

제가 아직 심도 있게 조사를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처럼 미혼모가 많지만 사회적으로 당당한 이유는 모계사회의 전통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어느 사회나 과거에는 모계사회의 전통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현대사회에서는 모계사회가 사라지고 부계사회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인도네시아에는 모계사회의 전통이 남아 있고, 이를 강력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이 대가족을 넘어 확대가족 체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분이 우연히 회사 직원인 인도네시아 인이 살고 있는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 집에는 방 3개와 거실 그리고 부엌이 있었는데, 형제자매, 부모 등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방 3개와 거실에 세 가족이나 네 가족이 살고 있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데, 다섯 가족이 함께 살고 있다니요.

 

그건 그만큼 부모, 형제자매가 모두 가족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만약 미혼모가 있더라도 이렇게 같이 살고 있는 가족들이 돌보아준다는 것이죠.

인도네시아가 모계사회 전통이 강하다는 점은 인도네시아 인들이 얼마 전만 해도 성이 없고 이름만 있었다는 사실로도 알 수 있습니다.

성은 부계 사회의 전통을 나타내는 것인데, 성이 없다는 것은 모계사회의 전통이 강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인도네시아 인구 증가율은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도 0.7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인구가 많은 데도 불구하고 인구 증가율이 아직 큰 이유는 이슬람교의 교리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혼모를 인정하는 모계사회의 전통이 아직 살아있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혼모가 아기를 낳아도 온가족이 이를 인정할 뿐만 아니라 힘을 합쳐 함께 기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합계출산율이 1보다 낮아진 게 한참 전의 일이고, 최근 신생아 수가 25만 명 이하가 됐다고 떠들썩합니다.

한국 정부도 저출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처럼 신생아 출산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미혼모가 낳은 아기들도 사회가 함께 길러낸다는 정도의 사고의 전환이 없이는 인구증가율이 점점 더 낮아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제 생각이 너무 지나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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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2 호)

 

【 인도네시아 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다 】

 

인도네시아에 와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어디서나 키가 크고 울창한 나무들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에 걷기 운동을 할 때도 길옆에 엄청나게 크고 잎이 무성한 가로수들이 늘어서 있는 것을 보노라면 괜히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는 나무들이 봄이 되면 새싹이 나고, 여름이면 잎이 우거졌다가 가을이 되면 단풍이 들고 낙엽이 져서 겨울에는 앙상한 가지만 보입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시사철, 1년 내내 나무가 초록색이기 때문에 좋기도 하지만, 좀 지루한 느낌도 듭니다.

인도네시아 나무의 또 한 가지 특징은 나무뿌리가 깊지 않고 지표면을 따라 넓게 퍼져 있다는 것입니다.

키가 크고 뿌리가 깊지 않으니 만약 태풍이라도 불면 쓰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데, 다행이 인도네시아에는 태풍이 없습니다.

 

어느 날 길거리를 걷다가 바람에 쓰러졌는지 아니면 일부러 베어낸 건지 모르겠지만, 잘린 나무 밑동을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푸석하고 나이테가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심히 지나쳤다가 나중에 나무에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 온 나이테가 없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열대지방 나무에는 나이테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과서에 나올만한 당연한 얘기지만,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는 이유는 나무가 계절에 따라 자라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봄철에는 나무가 빠르게 자라면서 치밀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고, 여름부터 가을까지는 나무가 광합성을 활발하게 하면서 나무가 치밀해집니다.

따라서 한 해가 지나면 치밀하지 못한 부분과 치밀한 부분이 번갈아 생기면서 나이테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와 같은 계절의 변화가 거의 없는 열대지방의 나무들은 나무가 균질하게 자라면서 나이테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인도네시아의 경우에는 건기와 우기가 있어서 자세히 보면 희미한 나이테 형상이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적인 나이테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특히 요즘은 이상기후로 인해 건기와 우기의 구분이 거의 없어져서 앞으로 인도네시아 나무에서는 희미한 나이테도 찾아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나무에만 나이테가 없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나이테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계절 변화에 따라 옷차림도 변하지만, 마음자세도 바뀝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계절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어제 같은 오늘, 또 오늘 같은 내일이 매일 반복되어 매듭이 잘 지어지지 않습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온지 이제 7개월이 갓 넘었고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계절 변화에 대해 언급하기가 조심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생활로만 미루어보아도 자연스럽게 매듭이 없는 단조로운 생활이 될 거라는 짐작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계절에 따라 자연스럽게 느끼던 성탄절, 설 명절 등도 인도네시아에서는 달력을 들여다봐야 희미하게나마 인식할 수 있으니까요.

 

인도네시아의 최대 명절이라는 르바란마저 음력 기준인 이슬람 달력에 의해 정해져서 매년 며칠씩 빨라지기 때문에 계절과는 무관합니다.

한국에서는 새해라고 하면 당연히 추운 계절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새해도 연중 어느 날과 전혀 다름이 없는 날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서는 새해라고 해서 특별한 행사가 있는 게 아닌데, 요즘 음력설만 화교들 중심으로 길거리에 등을 다는 등 장식을 해서 약간 실감이 납니다.

 

이처럼 매일 매일이 거의 유사한 날이 반복되다보면 하루하루는 지루하지만 세월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것처럼 느끼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빠르게 흐르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도 나이가 들면 매일 매일의 삶이 변화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세월을 재는 잣대가 바로 삶이 변화하는 기간인데, 나이가 들면 잣대가 한없이 길어져서 세월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어릴 적에는 학교 진학, 회사 입사, 군대, 결혼 등 삶이 변화하는 기간이 상당히 짧으니 세월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나이 들어 인도네시아에 오니 세월이 가속도를 붙여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듭니다.

너무 빨리 흘러가는 소중한 세월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삶에 변화를 주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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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1 호)

 

【 고양이와 개 그리고 이슬람교 】

 

인도네시아에 와서 느낀 점들 중의 한 가지가 길거리에 개가 거의 보이지 않는 반면에 고양이는 상당히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에도 길고양이들이 많지만, 한국의 고양이들이 사람을 피하는 데 반해 인도네시아 고양이들은 사람이 다가가도 거의 피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아주 가끔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도 보이고, 종종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에 오래 산 사람들에게 들은 바로는 인도네시아 현지인들은 개를 거의 키우지 않고, 중국인이나 한국인들이 개를 키우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가끔 인도네시아 인들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그들이 일하고 있는 집의 개를 주인 대신 산책 시켜주는 것이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인도네시아 인들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반면에 개를 싫어하는데 그 이유가 이슬람교 교리 때문이라고 한다. 이슬람교가 중동 지역에서 탄생했고, 중동 지역이 목축을 주로 하기 때문에 개가 필요했을 텐데 왜 개를 싫어하게 되었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이슬람 교리에서도 개를 목축용으로 기르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만, 애완용으로 기르는 것은 허용하고 있지 않고 있다. 이와 반면에 고양이는 애완용으로 기를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현실을 보면 현지인들은 가난해서 고양이를 애완용으로 기를 여유가 없는 반면에, 비교적 부유층인 중국인과 한국인들은 개를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무슬림이 고양이를 애완동물로 적극 권장하는 이유는 선지자 마호메트가 생전에 고양이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지자가 고양이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잠자던 마호메트를 뱀이 물려고 하자 고양이가 막아주었기 때문에 고양이를 아꼈다는 전설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많은 하디스에 따르면, 예언자 마호메트는 고양이의 박해와 살해를 금지했다. ‘고양이의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아부 후라이라는 ‘한 여자가 암컷 고양이에게 짜증을 내고 밧줄로 묶고 죽을 때까지 음식과 물을 제공하는 것을 게을리 한 후 지옥에 갔다’고 예언자 마호메트가 선언하는 것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는 주인이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그러나 집에서 기르는 개는 주인이 죽기를 기도한다. 집을 온통 헤집으면서 마음껏 먹으려고.’라는 우화도 전해진다. 하지만 무슬림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비교적 명확한 데 반해 개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리 명확하지가 않은 것 같다. 물론 하디스와 전해내려 오는 말에 의하면, ‘만약 개가 짖는 것을 듣는다면 ’아우두 빌라히 미낫샤이따 니르라지임(저주받은 사탄으로부터 알라의 보호를 구합니다.)‘라고 말해야 한다.’거나, ‘개가 진(영마)을 보는 것이 가능하다.’거나, ‘개를 애완용으로 키울 경우 하루에 우흐드 산 하나만큼의 선행이 사라진다.’거나 ‘예배 중에 개가 앞을 지나가면 그 예배는 무효가 된다.’거나 ‘개가 있는 집에는 천사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등의 말이 전해지고 있다.

 

개가 이슬람 지역에서 배척 대상이 된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첫 번째 설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마호메트가 메카의 권력층인 반대자들의 박해를 피해 동굴에 숨어 있었는데, 개가 동굴 주변에서 계속 짖어대는 바람에 발각될 뻔했기 때문이라는 설이다. 그 이후 위대한 예언자 마호메트를 곤경에 빠뜨린 개를 배척하고 멀리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마호메트가 메카 사람들의 박해를 피해 숨은 곳은 메카에서 멀리 떨어진 높은 산 중턱에 있는 히라 동굴이었기 때문에 이곳에 개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반박이 제기되기도 한다. 무슬림이 개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천사들은 개가 있거나 사람의 형상을 한 우상이 있는 집 안에는 들어가지 않지요”라고 선지자 마호메트가 남긴 말이 원인이 되었다.

두 번째 설은 공중보건학적인 것으로 이슬람교의 중심인 중앙아시아, 소아시아 등 유목생활을 많이 하는 지역에서 개를 숙주로 한 기생충 감염이 종종 일어나기 때문에 가급적 개와의 접촉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런 습성이 이슬람 교리에 반영이 되었다는 것이다. 배변 교육을 하지 않은 개는 아무 곳에서나 배설을 하는 습관이 있어서 초원에서 개 배설물에 포함된 기생충의 알이 가축이나 사람에게 들어갈 수 있다. 개의 배설물에 포함된 기생충의 알을 소, 양, 염소가 풀을 뜯다가 섭취할 수 있고, 기생충에 감염된 가축의 고기나 장기를 사람이 섭취하다가 감염될 수도 있어서 개를 기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 설은 개에게 사람의 시신을 먹였던 풍습 때문에 개를 피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과거 일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빨리 사후세계에 갈 수 있도록 개에게 사람의 시신을 먹이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의 영향으로 개가 불결한 동물이 되었고, 지금도 그 영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개를 이용한 사체 처리는 티벳과 몽골에서 행하던 조장과 비슷한 장례풍습으로 보여 진다.

위에 제시한 세 가지 설 중에서 어느 설이 맞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보면 어느 설이 맞는지 따지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현재 무슬림들이 개를 부정하게 취급하고, 고양이를 아낀다는 사실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에 인도네시아에서 개가 부정한 동물로 멸시를 당하고 있지만, 중국인이나 한국인이 개를 애완동물로 키우면서 대접하고 있다는 사실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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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30 호)

 

【 인도네시아 여행-센툴 트레킹 】

 

한국에서 한참 트레킹에 맛을 들여가던 참에 갑자기 인도네시아로 오게 되자 아쉬움이 많았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 도착하자마자 트레킹을 할 수 있는 곳이 없는가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한국이 한창 둘레길 등 트레킹 코스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데 반해 아직 인도네시아에서는 트레킹 코스가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마도 인도네시아는 아직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소득 수준이 높아지지 않았고, 일부 그 정도의 소득 수준이 되는 사람들은 골프 등 다른 운동을 즐기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득 수준 외에 인도네시아의 지형적인 요인도 트레킹 코스가 적은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어 한국은 어딜 가나 주위에 야트막한 산이라도 있는데 반해, 내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 인근은 평지가 많고 산이 없어서 트레킹을 하려면 1~2시간 정도 차를 타고 보고르 인근 센툴로 가야 한다. 센툴에는 700미터 급 야트막한 산부터 고도 3,000미터인 그눙 그데(Genung Gede)까지 다양한 높이의 산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물론 내가 사는 동네에도 숲은 있지만, 인도네시아의 마을 개발 방식에 따라 이런 숲과 동네는 철저히 분리되어 있어서 숲속을 걷는 것은 아직까지는 불가능하다. 아마도 숲속에는 열대 해충이 많이 있고, 현지인들과의 접촉 빈도가 높아지면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숲속의 트레킹 코스 개발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센툴 지역에 가면 트레킹을 할 수 있다는 정보는 파악했지만, 트레킹 코스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인니 오름’ 밴드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다. 인니 오름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산행을 진행하고, 높은 산도 가끔 다니고 있어서 밴드를 열어보자마자 바로 가입을 했다. 가입하자마자 인니 오름에서 7월 3일에 센툴 트레킹을 한다는 공지가 떠 있어서 무조건 참석 신청을 했다. 인도네시아에 입국한 게 6월 8일이니 한 달도 채 안 되어 트레킹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내가 트레킹을 한다는 얘기를 하자 직장 동료들도 “인도네시아에 온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떻게 트레킹을 갈 수 있느냐?”라면서 놀라워했다.

물론 내가 스스로 인도네시아의 트레킹 관련 정보를 파악하고 실행에 옮기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렸을 수도 있었지만 인니 오름이라는 기존의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또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산을 좋아하고, 산을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개방적이고 남모르는 타인에게도 개방적이라는 사실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거리낌 없이 인니오름 밴드에 가입했고, 그 후에 이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내 직감이 맞았다는 것을 더욱 더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인니오름 밴드에 참석 신청을 하고 트레킹 출발일이 다가오는데도 더 이상 참석 신청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밴드 말고 다른 곳에 신청을 하는 곳이 있구나 하고 생각했더니 실제로 정기 산행 참석 신청자가 내가 유일하였다. 참석 신청 마감을 하고나서 벤드 운영자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단둘만이라도 트레킹을 하자는 것이었다. 나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자고 대답하고 실제로 그날 둘이서 트레킹을 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과 단둘이서 처음 가보는 트레킹 코스를 걷는 경험은 난생 처음이었다. 다행히도 밴드 운영자가 상당히 사교적이라 트레킹을 유쾌하게 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까라와찌에서 트레킹 출발 지점까지는 안 막히는 경우 차로 1시간 30분 정도 걸리는데, 막히면 몇 시간 걸릴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집에서 출발 지점까지 가기 위해서는 자카르타 외곽을 통과해야 하는데, 주말에는 차가 많으니 새벽 4시 반에 출발해서 출발지점인 축사에 6시경에 도착한 다음에 바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여기서 축사라는 명칭은 소를 키우는 축사가 있어서 밴드에서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고 했다. 출발 지점에 도착하자 날이 밝아서 걷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사람도 별로 없고, 기온도 비교적 서늘하고, 햇빛도 없어서 ‘왜 새벽에 출발하자’고 했는지 이해가 됐다.

 

출발 지점인 축사는 해발 800미터 정도에 위치해 있는데,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가파른 길이 시작되었다. 100미터 정도 가파른 길을 오르자 그 다음부터는 완만한 길이 이어졌다. 한국의 트레킹 길과 다른 점은 길이 잘 정비가 되어 있지 않고, 숲길이 아닌 산기슭을 따라 난 길을 따라 걷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만약 햇빛이 나면 고스란히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그날은 다행스럽게도 날씨가 흐리고 새벽에 출발한 덕에 햇빛에 노출되지는 않았다. 문제는 그 전날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웅덩이가 많고, 길바닥에 돌이 많아 울퉁불퉁해서 걷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이번 트레킹은 최종 목적지인 찌사돈(Cisadon)이라는 마을(해발 1200미터)까지 왕복하는 것인데, 총 거리 14.6킬로미터에 5시간(실제 걸은 시간은 4시간 반, 30분 식사 시간) 걸렸다. 긴 시간 트레킹을 하면서 점심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는데, 중간에 깔끔하고 맛난 현지 음식을 파는 휴게소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출발 지점에서 1시간 정도 걸으면 나타나는 뿜부르(Pemburu)라는 곳으로 우리는 내려오다가 이곳에 들러 아점을 먹었다. 이 휴게소는 나중에 인니밴드에서 주관한 캠핑 장소이기도 해서 자주 들르는 곳이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온 후 8개월 동안 캠핑을 포함해서 이 코스로 3번 트레킹을 했고, Pencar-Kencana(쁜짜르-끈짜나) 코스로 한 번 트레킹을 했다.

 

쁜짜르-끈짜나 코스의 경우에는 트레킹을 마치고 한국의 계곡을 닮은 계곡에서 휴식을 취하고, 온천(Tirta)에서 온천욕도 하고, 맛있는 바비큐 파티도 했다. 축사에서 찌사돈까지의 트레킹 코스가 가족 위주의 평범한 코스라고 한다면 쁜짜르-끈짜나 코스는 800미터 급인 산을 두 번이나 오르고 길이도 길어 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 사람들 중 나이가 지긋한 분들이 이 코스를 많이 다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도 골프를 하는 대신에 이런 산에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아직 이 코스는 한 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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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트레킹-센툴 트레킹 (tistory.com)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센툴 Pancar-Kencana 트레킹 (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29 호)

 

【 인도네시아 여행-센툴 Pondok Pemburu 캠핑 】

 

인도네시아에 도착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가입한 밴드 인니오름에서 캠핑을 간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사실 개인적으로 캠핑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시설이 어느 정도 갖춰진 캠핑장에서 하는 캠핑이라고 해서 한 번 참여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캠핑이라고는 하지만, 텐트를 따로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캠핑장에서 텐트를 빌려주고 심지어 다 설치를 해주기 때문에 좀 불편한 야외에서 잔다는 것 외에는 일반적인 여행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다. 더욱이 캠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내가 인도네시아에 오고 나면 캠핑에 참여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 얼른 참가 신청을 했다.

이번에 캠핑을 한 캠핑장은 인니오름에서 주로 정기산행 때 트레킹 하는 길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고, 정기산행을 할 때마다 들러서 식사를 하던 곳이기도 해서 낯익은 곳이었다. 이곳은 밥을 포함해서 반찬류를 골라 먹는 식으로 운영되는 식당인데, 트레킹을 하고 나서 배가 고파 그런지 식사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밥값도 싸고 맛도 있어서 트레킹을 할 때 별도로 도시락을 싸지 않고 그 식당에서 주로 사먹었었는데, 그 식당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게 된 것이었다. 이 식당이 가성비가 뛰어나서 그런지 몰라도 트레킹을 하던 많은 사람들이 이 식당에 들러서 식사를 하거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식당에서 판매하는 와인커피는 와인을 숙성시켰던 오크통에 커피를 넣었다가 꺼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커피향도 좋지만, 커피가 옅은 와인색깔을 띠어서 보기도 좋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딱 맞는 게 바로 이 와인커피였다. 커피를 즐겨 마시지 않는 나도 한 잔 시켜서 마셨는데, 유리잔에 담긴 커피 색깔이 운치를 더하고, 맛도 일반 커피와 다르게 자극이 없어서 좋았다.

 

인니오름 운영자가 내 집 근처에 살고 있어서, 트레킹을 갈 때면 인니오름 운영자와 같이 내 차를 타고 주로 다녔었는데, 이번 캠핑에서는 인니오름 운영자의 차를 함께 타고 가기로 했다. 인니오름 운영자가 준비해야 하는 캠핑에 필요한 물품들이 많아서 미리 차에 실어 놓는 게 좋겠다고 하고, 기사가 운전하는 내 차에 비해 자신의 차를 직접 운전하면 기사 자리만큼 공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출발할 때 보니 저녁에 먹을 고기며 상추, 음료 등 먹을거리와 각종 장비들이 정말 차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기산행 때는 오전 4시쯤 출발해서 6시쯤 트레킹 출발지점에 도착해야 했는데, 이번 캠핑 때는 10시까지 출발점에 도착하면 되었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고 좀 느긋하게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인니오름 운영자가 7시쯤 나를 태우고 근처의 현지 식당에서 가볍게 아침식사를 하고, 오전 8시 조금 전에 출발했다. 문제는 오전 4시에 갈 때는 차가 거의 막히지 않았는데, 오전 8시에 출발을 하니 중간 중간 차가 막힌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차는 아슬아슬하게 10시 5분 전에 출발지에 도착했다. 출발지에 올 때마다 깜깜한 새벽이었는데, 훤한 대낮에 도착하니 약간 낯선 기분이 들었다.

 

어찌 그리 시간을 잘 맞추는지,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8시가 되니 착착 도착했다. 인니오른 운영자의 짐을 비롯해서 무거운 짐들은 오후 2시에 맞춰서 캠핑장에서 제공하는 짚차에 실어서 보내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섰다. 오전 6시에 출발할 때에 비하면 약간 후덥지근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서늘해서 걷기에 별로 지장이 없었다. 출발지에서 조금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어느 쪽 길을 가나 10~20분 정도 걷다보면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 두 갈래 길 중 우측은 약간 경사가 가파르지만, 차와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지 않고 멀리 구능 그데(그데 산) 등 근처의 풍경이 잘 보이기 때문에 올라갈 때는 주로 우측 길로 올라가곤 했다. 반면에 내려올 때는 좀 길지만 경사가 심하지 않은 좌측 길을 이용하곤 했다.

이번에도 우측 길을 따라 올라가고 있는데, 웬 오토바이가 가파른 경사에 서 있었다. “아니 이 가파른 길을 올라가는 오토바이도 있네?”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앞서 가던 일행들이 “어? 어? 이 소장님 아니세요?” 하는 게 아닌가? 오토바이 주인공이 바로 이번 캠핑 행사에 참여하는 일행이었던 것이었다. 그 일행이 여기 트레킹 코스를 잘 모르다보니 우측 길이 경사가 심해서 오토바이로 오르기 힘들다는 사실을 몰라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었다. 오토바이에 과부하가 걸려서 체인이 벗겨졌는데, 다행히 공구를 갖고 있어서 고치고 우리 안내에 따라 좌측 길로 다시 올라 캠핑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출발지에서 캠핑장까지 천천히 걸어서 올라가면 1시간 정도 걸리는데, 저녁 캠핑 때까지는 특별히 할 일이 있는 게 아니어서, 짐을 캠핑장에 맡기고 원래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갔다 오기로 했다. 아침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은 개별적으로 캠핑장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혼자서 또는 여럿이 어울려서 걸었다. 나는 이미 아침식사를 했기 때문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바로 트레킹을 시작했다. 늦으면 사람들과 오토바이로 길이 붐비기 때문에 가능하면 빨리 갔다 오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시간이 지날수록 기온이 올라가고, 햇살도 강해지기 때문에 더욱 더 빨리 다녀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캠핑 준비를 하는 인니오름 운영자와 아이가 있는 가족을 제외한 나머지 일행들이 나와 함께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걸어서 최종 목적지인 찌사돈(Cisadon) 마을에 도착했다. 찌사돈까지 가는 길은 평탄하지만, 비가 자주 오고 오토바이들이 많이 다니는 관계로 물웅덩이가 군데군데 있고, 파인 곳이 많아 한국의 잘 정비된 트레킹 코스에 비하면 훨씬 열악한 편이다. 또 숲길은 거의 없고, 산기슭을 따라 가는 개방된 길이라 해가 비추면 무척 덥다. 하지만 길가에 서 있는 열대 식물들과 곳곳에 만들어져 있는 커피 농장이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했기 때문에 별로 지루한 줄을 모르고 걸었다. 일행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최종 목적지인 찌사돈에 도착해 야자수 열매즙으로 마른 목을 축인 후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오후 2시에 올라온 일행들까지 합류해서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인니오름 운영자가 준비한 고기며, 각자 준비한 다른 음식들과 술까지 곁들여지면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맛있게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캠프파이어가 시작되었다. 이미 캠핑장 측에서 캠프파이어 준비를 다 해놔서 그냥 자리를 옮기기만 하면 되었다. 넓은 공터 중간에 마련된 캠프파이어의 장작에 불이 붙어서 타오르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절정에 도달했다. 마침 그때 오토바이를 몰고 오다 곤욕을 치른 이 소장이 색소폰 연주를 들려주겠다고 제안을 했다. 캠프파이어와 울려 퍼지는 색소폰 연주에 맞춰 여러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니 마치 학창 시절의 MT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두 무더기나 준비했던 캠프파이어의 불이 거의 사그라지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은 텐트로 들어갔다. 하지만 나중에 들은 바에 의하면 일부는 밤늦게까지 분위기를 즐겼다고 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 깊은 산속의 상쾌한 공기가 폐 속 깊숙이 들어왔다. 어젯밤의 늦은 취침 탓인지 다른 텐트에서는 기척이 들리지 않아 나 혼자서 살며시 트레킹에 나섰다. 출발지가 아닌 중간에서 걷기 시작했기 때문에 내가 걷기 시작했을 때는 걷는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자니 여럿이 걸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워낙 일찍 트레킹을 다녀온 탓인지 내가 캠핑장에 도착했을 때 아직 텐트에서 일어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일부 사람들은 나를 보더니 그들도 트레킹을 다녀온다고 하면서 떠났다. 어젯밤의 흥분이 재로 변해서 남아 있는 아침 시간에 각자 짐을 챙기고 간단하게 아침식사도 하고는 10시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출발점으로 내려왔다. 한국에서도 해보지 않은 캠핑을 인도네시아에 와서 했다는 뿌듯함과 그래도 건강이 허락해서 이런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는 충만감을 가슴에 가득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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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센툴 캠핑 (tistory.com)

 

센툴 캠핑

인니오름에서 2022년 11월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로 실시한 캠핑.

happyengineer.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28 호)

 

【 인도네시아 여행-불리뚱(Belitung) 섬 】

 

2022년 6월 인도네시아에 입국하고 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회사생활 적응이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개인적으로 중요한 일이 트레킹과 여행을 할 곳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트레킹 관련 밴드(인니오름)에 가입했고, 그 밴드가 주관하는 트레킹을 다니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인니오름 밴드를 운영하고 있는 운영자가 여행 정보는 물론 생활 정보도 많이 알려줘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블리뚱 여행도 인니오름 운영자가 소개해줘서 가게 되었다. 심지어 인니오름 운영자가 블리뚱으로 함께 여행을 가면서 항공권 예약부터 숙식, 그곳에서의 여행 일정을 다 해결해줘서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블리뚱은 수마트라에 속한 섬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와도 가까운 위치에 있다. 싱가포르에서 약 640킬로미터, 자카르타에서 약 390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자카르타에서 비행기로 약 50분 정도 걸린다. 자카르타에서 여행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가루다항공을 비롯한 여러 항공사에서 10편 내외의 항공편을 운항하고 있다. 블리뚱의 면적은 4,800평방킬로미터로 발리 면적과 거의 비슷하고(0.8배) 제주도 면적의 2.6배이지만, 인구는 약 17만 명으로 제주도 인구의 4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블리뚱은 블리뚱과 동불리뚱 2개의 군으로 나뉘는데, 2000년 이후 옆에 위치한 방카섬과 함께 방카쁠리뚱 주가 되었다.

 

인도네시아에 와서 처음 가는 원거리 여행지로 블리뚱을 선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블리뚱이 인니오름 운영자의 최애 여행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블리뚱을 너무 좋아해서 1년에 7~8번을 간다고 했다. 여행에 부적합한 우기를 빼면 거의 매달 가는 셈이니까 얼마나 그가 블리뚱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하도 자주 가다보니 그 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여행 스케줄과 항공편, 숙박 호텔, 식당, 단골 렌터카 등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었다. 그 덕분에 같이 따라간 우리 일행은 저렴한 비용으로 편안하고 알찬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마치 전문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하는데, 원가로 비용을 치른 셈이라고나 할까.

항공편 예약, 숙소 예약 등 모든 여행 계획을 세우는 일과 현지 안내를 하는 일은 전적으로 인니오름 운영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나를 포함한 다른 일행들은 그의 안내에 따라 움직이고, 비용만 지불하면 되었다. 비용도 항공료를 포함해서 전체 비용이 일인당 30만 원 정도에 불과했다. 호텔에서 자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렌터카로 움직이고, 배를 빌려서 앞바다의 섬 구경도 하고 스노클링을 하는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 그 정도였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스노클링에 필요한 장비와 수영복 등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쇼핑 안내까지 그가 도와줘서, 패키지여행보다도 더 신경을 안 써도 되는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여행이 끝나고 나서 여행을 함께 했던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정말 좋은 곳을 아주 싼 비용으로 다녀왔다”고 칭찬을 했다.

 

개략적인 일정은 다음과 같다.

9월 10일

04:00 까라와찌 출발, 04:30 공항 도착

06:00 비행기 출발, 07:00 블리뚱 도착

08:00 아침식사(Mie Belitung Atep)

10:00~15:00 호핑 투어(배 타고 섬 투어 및 스노클링)

15:00 Pantai Tanjung Tinggi 해변

16:00 호텔 체크인

18:00 Seafood 식사

9월 11일

08:00 조식(호텔)

09:00~11:00 호텔 수영장 또는 휴식

12:00 점심식사(어제 먹었던 Seafood 식당이 맛있다고 해서 다시 감)

13:00 주석광산 Danau Kaolin

13:30 공항 도착, 자카르타 향발

 

출발하는 날 아침 일찍 공항에 가느라 고생은 했지만, 그 덕분에 하루를 알차게 보내고 큰 아쉬움 없이 다음 날 돌아올 수 있었다. 사실은 원래 여행 계획을 할 때는 1박 2일이 아니라 2박 3일로 하려고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호텔 예약이 안 돼서 할 수 없이 1박 2일로 줄였다. 그런데 호텔 예약이 안 됐던 이유를 9월 10일 블리뚱에 도착해서 알게 되었는데, 9월 9일 그러니까 호텔 예약이 안 된 날이 블리뚱에서 APEC 정상회담 사전 미팅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포장이 덜 됐던 길도 새로 포장이 되고, 섬 투어를 하는 곳들도 정비가 돼서 덕을 보긴 했다.

블리뚱에 도착해서 대부분의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날씨가 약간 흐리긴 했지만, 그 덕분에 피부가 햇볕에 너무 타지 않아서 좋은 측면도 있었다. 섬 투어는 배를 타고 가루다(독수리) 형상의 바위가 있는 섬을 시작으로 썰물 때는 보이다가 밀물 때는 바닷물에 잠기는 모래섬, 여러 형상의 바위들이 늘어선 곳을 지나, 약간 멀리 떨어져 있는 등대섬까지 구경을 했다. 마침 우리가 투어를 시작했을 때는 모래섬이 잠기는 밀물 때였는데, 그래도 어른 허리 또는 무릎이 잠기는 정도의 깊이라 내려서 모래 위를 거닐면서 맑은 물속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등대섬을 구경하고 나서 배는 우리가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오다가 스노클링 하기 좋은 지점에 우리를 내려놓았다. 배가 멈추자 모두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배에서 내려 스노클링을 즐겼다. 나도 배에서 내렸는데, 옛날 생각만 하고 자신 있게 수영을 하다가 금세 지쳐서 얼른 배로 돌아왔다. 살쪄서 그런 건지 힘이 약해져서 그런 건지 조금만 헤엄을 쳐도 금방 지쳤다. 하지만 파도가 별로 없이 잔잔하고, 바다 속이 투명해서 스노클링 하기에는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나도 잠수는 하지 못하고 수면 위에서 헤엄치면서 바다 속을 들여다봤는데, 산호와 더불어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어릴 적에 고향 제주 바다에서 헤엄은 많이 쳐봤지만, 스노클링은 처음이었는데, ‘아, 이래서 스노클링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시간 정도 스노클링을 하다가 근처에 있는 섬으로 이동했다. 아무도 없는 해수욕장이 있어서 물놀이도 하고, 산책길을 걷기도 하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 바닷물에 젖은 몸을 씻은 다음에 약 20분 정도를 달려서 씨푸드 식당으로 갔다. 그 식당은 바닷가에 바로 붙어 있었는데, 바닷가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자카르타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싱싱한 해산물들, 게, 생선, 새우, 오징어, 조개 등을 아주 싼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일행들이 너무 맛있다고 다시 오자고 해서 다음날 점심때도 다시 그 식당으로 갔다. 다음날 점심때에는 음식도 맛있었지만, 바닷가를 산책하고, 근처에 있는 커피숍과 골프장도 구경하는 호사를 누렸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공항을 가는 길에 구경하기로 한 주석광산을 억수로 내리는 비로 인해 제대로 보지 못해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다음에 또 다시 블리뚱을 방문할 핑계가 생겼으니 그 또한 또 다른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는가.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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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사진: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 인도네시아 블리뚱(Belitung) 여행 (tistory.com)

 

인도네시아 블리뚱(Belitung) 여행

한국에서 아내가 와서, 주말을 이용해 사는 곳(까라와찌)에서 가까운 블리뚱으로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그곳을 잘 아는 지인이 있어서, 그의 안내로 평안하고 알차게 여행을 할 수

happyengineer.tistory.com

 

행복한 엔지니어의 뉴스레터 (제 727 호)

 

【 출장 틈새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팁 】

 

과거에는 해외 출장이 전적으로 업무 처리를 위한 목적에다가 포상 휴가라는 성격이 가미된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해외 출장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가고, 출장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보니 출장을 같이 간 사람들끼리 저녁에 모여서 술을 마시는 등 유흥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해외 출장이 그야말로 업무를 보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과거에는 기술 연수나 현장 견학이라는 막연한 출장 목적이 통했던 시대였던 적도 있었다. 특히 한 두 사람이 가는 출장이 아니라 여러 명이 가는 출장이 많다 보니 저녁이면 으레 술자리가 벌어지게 되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개별적으로 출장 중 틈을 내서 어디 여행을 간다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여행을 가자고 권하는 게 상당히 어려웠다. 특히 술자리는 출장 업무의 일부로 인정되었지만, 여행을 간다는 것은 출장 업무에서 이탈하는 행위로 비춰질 염려가 있어서 더욱 더 틈새 출장 여행은 엄두를 낼 수 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져서 출장을 가더라도 업무 시간 외에는 당당히 자기 시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틈새 출장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틈새 출장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출장, 특히 해외 출장을 가서 틈새 여행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번째 팁은 여행이 출장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꼬리에 해당하는 출장 틈새 여행이 머리에 해당하는 출장 업무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여행을 위해 출장 코스나 일정을 조정한다든지, 무리한 여행 일정 때문에 너무 지쳐서 업무 진행에 지장을 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틈새 출장 여행을 한 다음에 몸과 마음이 리프레시 되어 출장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되어야지, 거꾸로 틈새 출장 여행을 위해 출장 업무가 지장을 받는 이이 생겨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직은 출장 틈새 여행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고, 기업이나 기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해외 출장을 가면 마음가짐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출장 틈새 여행이 출장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출장 업무가 성공적으로 진행이 되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출장 틈새 여행으로 인해 출장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핑계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 출장 틈새 여행으로 인해 출장 업무가 더욱 더 잘 진행되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최소한 틈새 출장 여행이 출장 업무에 지장을 주었다는 핑계거리를 제공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극단적으로 얘기해서 출장 업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면, 틈새 출장 여행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두 번째 팁은 출장 틈새 여행 일정과 내용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철저하고 세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여행과 달리 출장 틈새 여행은 주어진 짧은 시간에 여행 일정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만큼 더 많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패키지여행이야 다른 사람(여행사)이 철저히(?) 준비한 일정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고, 일반적인 개별 여행은 여행 목적에 따라 대충 준비하고 시행착오 자체를 즐기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될 수 있지만, 출장 틈새 여행은 다른 사람이 여행 일정을 짜주기를 기대할 수도 없고, 여행 시의 시행착오를 즐길만한 여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을 시간 단위로 세분화해서 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철저한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날씨 등 돌발 요인을 감안한 플랜 B까지도 준비를 해야 제대로 출장 틈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과거에는 여행지에 관련된 정보가 찾기 어려워서 세부적인 일정을 짜기가 어려웠지만, 지금은 넘쳐나는 게 여행지 관련 정보이다 보니 시간과 정성만 들인다면 여행일정을 짜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떤 정보를 취사선택해야 할지 몰라 걱정인 경우가 많다. 여행 일정을 짜기 위해서는 우선 여행의 목적과 취향을 정하고 그에 적합한 여행지를 선택해야 한다. 맛집 위주인가, 액티비티 위주인가, 박물관과 미술관 등 관람을 위한 여행인가, 자연 풍광을 즐기는 여행인가 등 여행자의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미리 선택하고 정보를 찾는 것이 효율적이다. 나의 경우에는 자연 풍광과 트레킹 위주의 여행지를 선택하는 걸 우선으로 하고 있다. 특히 여러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갈 경우에는 각자 취향이 달라서 여행지를 선택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이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출장지에 가까운 지역 중에서 체력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이 가지 않는 곳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여행의 묘미를 제대로 즐기는 정도는 사전 준비가 30퍼센트, 실제 여행이 40퍼센트, 여행을 다녀온 후 정리가 30퍼센트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틈새 출장 여행의 경우에는 나는 이 비율이 50, 40, 10퍼센트 정도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틈새 출장 여행의 경우에는 사전 준비의 필요성이 크다는 의미다. 여행 작가의 경우에는 여행을 다녀온 후 정리가 중요하겠지만, 여행을 그냥 즐기는 틈새 출장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사전 준비를 통해 여행 일정을 알차게 짤 수도 있고, 사전 준비를 하면서 여행지를 간접적으로 즐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여행 정보는 맛깔스런 글은 물론 사진과 동영상까지 포함해서 마치 실제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세 번째 팁은 출장을 같이 간 동료들과 출장 틈새 여행에 대해 반드시 의견 공유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 출장을 간 경우라면 틈새 출장 여행을 할지 말지, 어디를 갈지, 어떤 일정으로 할지 등에 대해 혼자서 결정을 하면 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출장을 갈 경우에는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 출장을 같이 간 사람들 중에는 여행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설사 여행을 갈 의사가 있더라도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여행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자연 풍광을 보면서 약간 걸을 수 있는 스타일의 여행을 즐기는 편이지만, 어떤 사람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관람을 원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맛 집이나 카페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느긋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할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취향 차이를 무시하고 나만의 여행 스타일을 강요할 경우에는 자칫 즐거워야 할 여행이 또 다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면서 출장 업무 수행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출장 틈새 여행을 주도하는 사람이 상급자일 경우에는 하급자들이 겉으로는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고 따르지만, 어느 순간 그 갈등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틈새 출장 여행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더군다나 틈새 출장 여행을 하려면 비용이 들어가는데, 원하지 않는 여행을 하면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네 번째 팁은 출장 틈새 여행에 소요되는 사적인 여행 경비와 업무 수행에 필요한 공적인 출장 경비를 명확하게 구별해서 지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장 틈새 여행 기간도 출장 기간에 포함되기 때문에 숙박비, 식사비 등 회사 규정에 정해진 지출은 당연히 출장 경비에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출장 틈새 여행에 소요되는 교통비 등은 개인 부담으로 해야 한다. 출장 경비에 포함해야 할지, 사적으로 부담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에는 가능하면 사적 부담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출장 틈새 여행에 대해 편견을 갖고 있을 수도 있는 경영진이나 관리팀에서 출장 경비 세부 내역에 대해 따지는 경우에 대비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출장 틈새 여행을 같이 하는 사람들 각자의 여행 경비 부담에 대해서도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이에 대해 모두 공감하도록 해야만 한다. 내부 갈등은 큰 문제에 대해서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의외로 사소한 문제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더 경비 부담 문제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과 안 마시는 사람이 섞여있는 경우에 술을 곁들인 저녁식사 경비를 균등하게 할 것인지, 술값을 별도로 할 것인지 미리 기준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특히 해외에서 식사할 경우에는 술값 부담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이 문제는 의외로 크게 부각될 수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미리 대비한 만큼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고, 그 만큼 일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출장 틈새 여행의 경우에는 특히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사전 준비를 잘 한다면 일상 업무는 물론 출장 중에 쌓이는 업무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고, 적은 경비와 틈새 시간을 활용해서 제대로 여행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기술자

 

김송호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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